2018년 7월_여는 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검증,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등록 2018.07.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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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6개월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큰 소식이 터져 나오면서 다른 때 같으면 1년 중 가장 큰 뉴스가 될 만한 사안들도 새로운 뉴스들에 묻혔던 것 같습니다.

 연초부터 극적으로 성사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1월 말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서지현 검사가 용기 있게 폭로하면서 불붙은 미투 운동, 3월 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폭로, 3월 5-6일 정의용, 서훈 특사의 평양 방문과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4월 중순 불거진 ‘드루킹 사태’, 4.27 제3차 남북정상회담, 5.24 국회의 개헌투표 무산, 북미정상회담 취소 위기를 반전시킨 5.26 제4차 남북정상회담, 5.27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발표 이후 더욱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싱가포르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6.27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독일 축구 대표팀을 상대로 2대 0으로 완승한 ‘카잔의 기적’ 등등... 올해 상반기도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큰 뉴스들이 이어지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송적폐 청산 및 정상화의 첩경
 
 이러한 모든 이슈들은 결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집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간 매체 환경의 변화로 그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주요 이슈 보도에 있어서 공영방송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단적으로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10년 6개월만인 올해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회담 전반을 생중계한 주관방송사는 KBS였습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 보도에 있어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공영방송이 올 7월부터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합니다. 지난 7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전체 회의를 열고 8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MBC의 지배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와 8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KBS 이사, 9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EBS 이사 선임 방식을 의결했는데요. KBS와 MBC 방문진 이사는 7월 13일까지 공모를 받고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를 확인한 다음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KBS, MBC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게 됩니다.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진은 막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향후 3년간의 임기 동안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9년 간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적폐를 청산하고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정치권에 의한 공영방송 이사 ‘묻지마 선임’?
 
 문제는 이러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시민들의 논의와 참여가 충분하게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2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총 241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출범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3대 원칙으로 독립성, 시민검증, 공정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천명했지요. 그러면서 방통위에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과정에 정치권의 일체의 개입 중단, 후보자 시민검증단 운영,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과 운영에 있어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렇지만 방통위는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요구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시민검증단 운영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관행대로 KBS 이사는 여당 7명, 야당 4명, MBC 방문진 이사는 여당 6명, 야당 3명의 비율대로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비록 방통위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중복지원 금지,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의 간단한 신상 명세와 주요 경력, 지원동기, 직무 수행계획 등이 담긴 지원서를 방통위 홈페이지(www.kcc.go.kr)에 공개, 이사 후보자 접수 종료 후 방통위 홈페이지에 시민의견을 받는 공간 마련 등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사 지원자의 추천인과 추천단체는 공개되지 않는 등 여러 모로 시민참여가 불충분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에 대한 독자적인 시민검증단을 구성하여 공개 검증에 나서고, 이사로 지원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제보를 받는 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글이 회원 여러분들에게 읽히게 될 즈음이면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어떤 후보자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자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도 문제가 심각한 결격 후보자에 대해 방송독립시민행동과 민언련 모두 강력한 규탄과 성토, 그리고 임명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겠지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 ‘뜨거운 여름’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시민 참여에 의한 공영방송 사장, 이사 선임 제도화가 필요하다
 
 정치권에 의한 공영방송 이사의 ‘묻지마 선임’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이 독립성, 시민검증, 공정성의 원칙 하에서 시민 참여를 통해 선출되게끔 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언련 회원 여러분들을 비롯한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지난 4-5월에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시도된 ‘방송법 야합’ 같은 일을 통해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묻지마 나눠먹기’가 아예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개악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뜨거운 여름’이 예고되고 있는 지금,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방송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조금만 더 힘냅시다!
 
김성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