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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증거조작 녹취에 트집 잡으며 청와대 ‘언론 플레이’ 대리한 KBS
2016년 12월 15일
등록 2016.12.17 15:42
조회 697

15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4차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관련 보도가 뉴스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는 메가톤급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전 춘천지법원장)을 사찰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8건 중 2건의 내용이라며 증거를 국조특위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 전 사장은 부총리급 인사들이 정윤회 씨에게 인사 청탁을 위해 수 억 원의 뇌물을 줬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외에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의 통화 녹취록을 추가 공개해 SK 80억 지원 요청과 관련해 최 씨가 위증을 지시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미르‧K스포츠재단 및 안종범 전 수석 내사를 시작하자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실을 해체해버렸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박근혜 정부 국정파탄’의 실체가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1. 청와대의 반복되는 ‘언론 플레이’, 이걸 받아주는 KBS
특검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무죄를 주장하며 법리 다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박 대통령의 준비상황을 놓고 15일, 같은 날 정반대의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채널A <패배 예감?…청 변호인 선임 난항>(12/15 https://bit.ly/2h7hR5m)은 헌재 답변서 제출 시한을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답변서 제출은커녕 변호인단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답변서 제출 시한이 임박했는데 변호를 담당할 대리인단의 면면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 대통령 측이 대법관, 감사원장, 헌법 재판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대리인단을 꾸린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탄핵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박 대통령의 변호를 줄줄이 고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라 묘사하기도 했죠. 


채널A의 보도에 청와대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KBS 취재진에만 전한 모양입니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 측이 유영하 변호사 외에 추가로 10여 명의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KBS는 <변호인단 10여 명…“헌재‧특검 적극 대응”>(12/15 https://bit.ly/2hoy7lM)에서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10여 명 규모의 변호인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 측 관계자’ 입장을 전했습니다. 또한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동참 의사를 밝힌 법조인들도 있다”며 채널A 보도를 반박하는 ‘박 대통령 측 관계자’의 전언도 자막과 함께 전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 KBS는 “문건 유출을 지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아침부터 관저에서 업무를 했으며, 미용 시술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 등 탄핵소추의결서에 대한 박 대통령 측 답변서 내용도 충실히 받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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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및 헌재 대응 문제없다는 청와대 ‘언론플레이’ 받아준 KBS(12/15)

 

물론 판단의 몫은 시청자들에게 있으나 채널A의 보도가 아무런 근거나 배경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7일 헌재 심리에 대비한 변호인단이 4명이라 밝혔는데요. 이때 이미 박 대통령 변호를 부담스러워 고사하는 법조인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뉴시스의 <靑 “대통령 변호인단 4명 규모로 활동 중…명단 발표 검토”>(12/7 https://bit.ly/2hC1XkF)와 같은 보도입니다. 이때 청와대는 명단 발표를 검토한다고 했으나 답변서 제출을 하루 앞둔 15일까지 변호인단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고 KBS를 통해 채널A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만 내놓은 것입니다. 채널A가 보도한대로 헌재 심리 이전에 대법관, 감사원장 출신 등 일찌감치 변호인단 면면이 보도됐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언론과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준비상황이 어렵다고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리한 여론을 막아보려 변호인단 공개 대신 ‘언론 플레이’를 택한 청와대, 그리고 그 언론 플레이를 받아준 KBS. 부창부수라 할 만합니다. 

 

2. 보도도 안 하면서 ‘헛바퀴 청문회’ ‘호통 청문회’ 비판만 한 공영방송
방송사들의 청문회 관련 보도량을 짚어 보겠습니다. 지상파 3사는 종편 4개사에 비해 뉴스 방송 시간이 짧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청문회 보도량이 너무 적습니다. 청문회 보도량이 5건에 불과한 KBS와 MBC는 그 중 1건을 ‘헛바퀴 청문회’ ‘호통 청문회’ 등 ‘청문회 비판’에 할애해버렸습니다. 핵심 의혹이 청문회 내용을 조명한 보도는 4건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보니 KBS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증언을 보도하지 않았고 MBC는 최순실 통화녹취록과 정윤회 뇌물 수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증언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박지만 씨 사찰, 예술계 및 종교인 사찰 등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사찰 문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조한규 전 사장의 증언을 두 공영방송은 언급하지 않았죠. 이렇게 보도를 하지도 않으면서 청문회를 비판하기만 한 것입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사법부 사찰 1 2 2 4 2 7 5

정윤회

뇌물 수수

1 0 0 2 3 3 3
이석수 증언 0 0 1 1 3 0 2
최순실 녹취록 1 0 1 2 3 4 2
이대 특혜 1 2 1 3 3 4 3
기타 0 0 1 3 1 5 5
청문회 비판 1 1 0 0 0 0 0
총 보도량 5 5 6 15 15 23 20

△ 7개 방송사 4차 최순실 청문회 보도량 상세 비교(12/15)

 

KBS <불출석‧부실 답변…헛바퀴 도는 청문회>(12/15 https://bit.ly/2hUMJpL)는 “매번 핵심 증인들이 빠진 데다, '묻지마 식 추궁'과 모르쇠 답변'이 오가면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MBC <핵심 증인 대거 빠지고…호통만 난무>(12/15 https://bit.ly/2hAzDS9)는 “청문회는 숨은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고, 의원들은 호통치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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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청문회 보도하면서 국회만 비판한 KBS(12/15)

 

SBS도 6건으로 KBS‧MBC와 비슷한 보도량을 보였지만, 보도내용은 다릅니다. SBS <청문회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은?>(12/15 https://bit.ly/2gRvIzi)은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오늘 청문회에서는 대법원장과 법원 간부들까지 사찰했다는 내용이 나왔고요. 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얼굴 시술을 했다, 그리고 최순실 씨가 귀국하기 전에 위증을 지시했다라는 정황도 드러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종편 4개사는 청문회 평가를 따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국회가 아닌 청와대를 비판하면서 타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JTBC <현장조사 거부…청와대 ‘버티기’>(12/15 https://bit.ly/2hMXdf8)는 “이영선, 윤전추, 조여옥 등 청와대 측 주요 증인들이 청문회 출석을 모조리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특위가 결정한 대통령 경호실 현장조사까지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청와대가 고의적, 조직적으로 청문회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3. 홀로 ‘최순실 은폐 정황 녹취록’에 트집 놓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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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녹취록 오류 가능성’ 유일하게 보도한 KBS(12/15)

 

KBS는 MBC와 달리 추가 공개된 최순실 씨의 육성 통화녹취록을 보도하기는 했는데요. 그 내용이 이상합니다. KBS <최순실 육성 추가 공개…오류 논란도>(12/15 https://bit.ly/2hMONnI)는 “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 강요 은폐 정황이 담긴 최순실 씨의 육성”이 공개됐다며 관련 청문회 내용을 전한 뒤 “어제 공개된 최순실 씨 육성 녹취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도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자막으로 단 녹음 내용”에 대해 소리분석 전문가인 배명진 교수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내용입니다. 배명진 교수 주장은 “최 씨가 측근에게 최순실 PC가 조작품이라고 ‘불어야(말해야) 한다’는 취지로 통화했지만, 공개된 녹취록에는 ‘몰아야 한다’라고 표기되어 최 씨가 사전 모의를 지시했다는 의미로 잘 못 쓰여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보도에서 배 교수는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한 부분도 “대의를 안 지키면 다 죽겠어”가 맞는 녹취라며 “‘다 죽어’에는 지시 의미가 담겨 있고, ‘다 죽겠어’라는 말은 자책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 어감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KBS는 박영선 의원이 제공한 녹취록과 배명진 교수가 수정한 녹취록을 나란히 화면에 띄워 대조하기도 했습니다. 보도의 절반 이상이 ‘녹취록 오류’를 전하고 있어 추가 공개된 녹취록 보도로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녹취록 오류 논란’은 이날 KBS만 보도했습니다. 


타사의 경우 TV조선이 3건을 최순실 녹취록에 할애하면서 “최순실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정황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고영태, 이성한, 정현식 등 자신이 이용한 인물들의 입을 막으려 했고, 자신과의 관계도 차단하려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JTBC도 <‘최순실 육성’ 되짚어보니>(12/15 https://bit.ly/2hDCveb)에서 최 씨의 녹취록 발언을 세분화하여 “사건 은폐나 조작을 지시” “정 전 총장의 언론 인터뷰(최 씨 지시로 SK에 80억 지원 요청)가 모두 맞다는 것을 뒷받침 하는 것” “사건을 조작하자는 취지의 지시”임을 강조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없었던 MBC를 제외한 SBS, 채널A, MBN 역시 이런 취지의 보도들입니다. 


KBS를 뺀 나머지 방송사들이 ‘녹취록 오류 논란’에 무관심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배명진 교수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수용한다 해도 위증을 지시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녹취록 내용 전체 맥락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독 KBS만 이를 부각한 이유가 뭘까요? 증거인멸 및 위증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녹취록에 흠집을 내려는 걸까요?

 

4. JTBC, 청와대 문건과 일맥상통하는 ‘괴담 유포 단톡방’ 보도
JTBC <‘북 배후설’ 괴담 생산 대화방>(12/15 https://bit.ly/2gHKSn9)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의 배후는 북한이다”와 같은 SNS괴담을 소개하면서 “이런 괴담들을 확대·재생산하는 단톡방, 즉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폭로했습니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박사모 게시판에선 SNS 독려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SNS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박 대통령 지지단체 간부 증언과 묶어 ‘보이지 않는 손’을 암시했는데요. 바로 이어지는 보도 <세월호 때도 괴담 극성…‘숨은 손’ 있나>(12/15 https://bit.ly/2hqJ06i)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진영논리에 가두어 버리는 괴담은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그대로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결국 주장과 유언비어가 어떻게 확대·재생산됐는지 그 경로 일단이 밝혀졌다”며 세월호참사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상기시켜줬습니다. 


특조위나 유가족을 모독하는 유언비어를 트위터를 통해 유포하는 ‘조장’과 이를 리트윗 하는 ‘조원’ 계정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부르면서 이 사고를 빌미로 반정부 투쟁이 재점화하는 걸 막기 위해 보수단체들의 맞대응 집회와 여론전을 전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들어있”던 청와대 문건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입니다. JTBC는 이번 국정파탄 사태 관련 SNS 유언비어에도 같은 매커니즘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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