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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야권 갈라치기’ KBS는 ‘개헌몰이’…점입가경 보도행태2016년 12월 13일
1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JTBC가 보도한 사안과 보도하지 않은 사안을 기준으로 방송사들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3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인정 여부와 야권 통합 논의 등을 놓고 충돌했는데요. JTBC를 제외한 6개사 모두 ‘야권 분열’을 보도했습니다. 두 야당 간 갈등의 소지가 된 황교안 총리의 경우 1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유임을 시사하며 사실상의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하는 한편, 야당이 요구한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에 난색을 표하며 ‘국정 장악’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JTBC만 이런 행보를 비판했고 나머지 6개사는 황 총리 행보를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1. 국정파탄 책임 내던진 새누리당 내분, 방송사들은 ‘싸움 구경’
13일, 민주당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거취를 민주당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의당의 비판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습니다. 국민의당은 노영민 민주당 전 의원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총리를 원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합당하고 싶을 것” 등의 발언을 두고 “모략질 그만하라”며 항의했습니다. 두 야당 간 공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수습책을 고심하는 야당 간 주도권 싸움보다 더 이목을 끈 것은 ‘비박’과 ‘친박’으로 나뉘어 분당 국면으로 치달은 새누리당의 내홍이었습니다. 비주류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을 거론했고 주류 ‘친박’은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출범하며 비주류를 ‘배신자’로 몰아붙였습니다. 그 어디에도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파탄 사태를 야기한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방송사들도 대부분 야권의 설전보다는 여당 내홍에 더 많은 보도를 냈습니다.
△ 7개 방송사 새누리당 내홍과 야권 설전 관련 보도량 비교(12/13)
JTBC의 경우 야권 설전 관련 보도가 아예 없습니다. 단 1개 방송사, TV조선만 남다르게 새누리당 내홍과 야권 설전을 똑같이 3건으로 조명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내홍을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모두 기대 이하입니다. JTBC만이 <“배신의 정치” 친박 공세>(12/13 https://bit.ly/2gyXHQD)에서 ‘친박계’를 향해 “거짓말을 했거나 최소한 무능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정농단의 진실규명을 막으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 등 비판했을 뿐, 타사는 모두 주류와 비주류 간 ‘내홍 양상’을 보여주는 데 그쳤습니다.
2. TV조선 또 ‘반문재인 연대’ 프레임, 이번엔 발언 의도 왜곡까지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다툼을 전한 보도들은 대체로 내용이 대동소이합니다. 그 중 TV조선의 보도가 눈에 띄는데요. TV조선 <“대한민국 대개조” 사실상 출정식>(12/13 https://bit.ly/2huYm7P)은 “문 전 대표가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과 같은 행사를 하자, 당내의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도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면서 전날에 이어 재차 ‘반문재인 연대’ 프레임을 선보였습니다. 이 보도는 리포트가 나가는 내내 “친문 대 비문 구도 가시화?”라는 자막이 화면 좌측 상단에 떠 있습니다. 리포트는 먼저 전날에도 인용했던 이재명 시장의 “안희정 지사의 우산 안에도 가보고 김부겸 의원 우산도 들어가 보고. 결국은 다 합쳐서 하나의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죠”라는 12일 CBS 인터뷰 발언을 녹취 인용했습니다. 이어 최지원 기자는 “어제 구태정치라며 이 시장의 제안을 비판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힘을 모으자”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다고 전했습니다. “조만간 밥 한끼 하자”라는 박원순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도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을 달아 이재명‧안희정‧박원순 3인이 ‘반문재인 연대’에 합의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는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시장의 발언 의도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입니다. 안희정 지사는 이재명 시장의 12일 인터뷰에 자신이 “대의명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일자 “정치는 늘 국민의 이익을 놓고 대의명분에 따라서 만나고 헤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해명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에게도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겠다”고 화답했습니다. TV조선이 보도한 것처럼 ‘반문재인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간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지요. TV조선은 안 지사 발언 전체 맥락을 자르고 “힘을 모으자”라는 말만 부각해 발언 취지를 비틀어 버린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두 분 얘기가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고 그 와중에 “밥 한 끼 먹자”고 한 것입니다. TV조선은 이것마저 ‘반문재인 연대’를 수긍한 맥락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야권 내 분열을 조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이렇게 연이틀 ‘반문재인 연대’ 프레임에 진력한 것은 TV조선뿐인데요. 12일 조용했던 SBS가 13일 1건의 보도에서 “당내 대선 주자들의 '반문재인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2일부터 13일까지, ‘반문재연 연대’ 프레임을 보도로 내지 않은 방송사는 KBS와 JTBC입니다.
△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시장의 ‘화해 발언’을 ‘반문재인 연대 가능성 시사’로 왜곡한 TV조선(12/13)
△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시장의 ‘화해 발언’을 ‘반문재인 연대 가능성 시사’로 왜곡한 TV조선(12/13)
3. 잊을 만하면 ‘개헌 몰이’…KBS의 속내는?
TV조선이 ‘야권 갈라치기’와 ‘야권 때리기’에 선두주자라면 ‘개헌몰이’는 단연 KBS가 압권입니다. KBS는 탄핵이 발의되기도 전인 11월 말부터 꾸준히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13일에는 유일하게 ‘개헌론 분출’을 2건이나 보도했습니다. KBS <여야 막론 정치권 개헌 논의 ‘봇물’>(12/13 https://bit.ly/2hDotN3)은 손학규, 정의화 등 개헌론자들을 조명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실제 발언들을 조명했으니 용인할 만합니다.
문제의 보도는 KBS <대통령제 “국정 안정 장점…권력집중 문제”>(12/13 https://bit.ly/2gJFm6I)입니다. 황상무 앵커는 먼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모든 정부에선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 인사의 비리가 끊이질 않았”다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측근 비리를 나열합니다. “노태우 정부에선 ‘6공 황태자’라는 박철언 씨”부터 “노무현 정부에선 ‘봉하대군’으로 통했던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문제가 됐고,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실세 역할을 하면서 '만사형통'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는 설명까지가 그 내용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역대 대통령 측근 비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을 동일시하더니 “개인 차원을 넘어 대통령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라며 국정파탄의 원인을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제’로 돌렸습니다. 이후 정아연 기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집중 문제’를 부각하면서 “임기가 정해져 있어서 대통령의 실정이나 불법 행위가 드러나도 교체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 짚었고 김기흥 기자는 브라질, 남아공 등 해외의 대통령제 실패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용준 기자는 “개헌 주장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경계”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과 안철수, 김부겸, 오세훈 등 ‘개헌론자’들 입장을 열거한 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 동조 입장을 피력할 경우 대선정국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요컨대 KBS는 최순실 씨에게 안보 기밀문서를 유출하고 수석비서관회의 결정권까지 내맡기는 등 국정을 농단하고 최 씨 측근들에게 천문학적인 이권과 주요 인사권까지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의 전횡을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 탓으로 돌린 것입니다. 현재 불거진 개헌 논의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부터 촉발되었는데요.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와 박 대통령 개인의 무능력 및 범죄 행위는 관련이 없으며, 보수 세력이 국정파탄의 상황에서 시간을 끌며 재집권을 시도하기 위해 개헌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런 비판, KBS는 다룬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개헌론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을 대통령제의 문제로 치부하며 ‘개헌론’에 불지핀 KBS(12/13)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을 대통령제의 문제로 치부하며 ‘개헌론’에 불지핀 KBS(12/13)
4. ‘광폭행보’ 황교안 권한대행, 방송사들은 ‘용비어천가’
13일, 야3당은 국정 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황교안 총리에 제안했습니다. 황 총리는 여당이 빠진 회동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19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도 선례가 없다며 사실상 출석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죠. 12일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해서 현재의 경제팀이 책임감을 가지고, 각종 대내외 리스크 그리고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유임을 시사했습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습니다. 황 총리가 현상유지의 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국정을 장악하며 ‘박근혜 2기 정부’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하고 있는데요. 민심이 요구하는 국정 쇄신과는 거리가 먼 행보입니다. 그러나 방송 보도에서 이런 지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KBS <여당 빠진 ‘회동’ 제안…황 권한대행 ‘고민’>(12/13 https://bit.ly/2htrjRm)은 “여당이 빠진 상태에서 야당만 만나기도 어렵고 정국주도권을 쥔 야당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황 총리의 입장을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을 사실상 거부한 데에도 “국가적 위기 속에 권한대행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며 황 총리를 대변했습니다. KBS뿐 아니라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1건씩 이런 식의 받아쓰기 보도를 냈습니다. 그나마 TV조선과 MBN은 “출석을 안 하겠다 이런 의사 표현을 간접적으로 흘리고 계신데, 황교안 총리님 대통령 되신 거 아니거든요?”라는 야당 측 비판을 언급했습니다.
반면 JTBC는 <황교안 대행 5일째…너무 많은 ‘대행’>(12/13 https://bit.ly/2gYGDVh)은 청와대 수석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인사수석비서과의 보고부터 받은 것에 대해 “월권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 지적하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유임 시사를 언급한 후에는 “당초 예상됐던 '관리형 대행'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 평했습니다. 또한 “황 대행은 박 대통령의 '정책 아바타'라고 불릴 정도로 논란이 된 정책 추진에 앞장서온 점도 문제로 지적” “황 대행의 광폭 행보를 두고, 국회에서 정지시킨 대통령의 권한이 대리인을 통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등 여론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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