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톱보도는 ‘대통령 4월 퇴진론’ 국정조사 보도는 ‘은폐‧축소’, MBC의 현주소
2016년 12월 5일
등록 2016.12.06 19:56
조회 333

5일 방송 저녁뉴스는 두 번째 날을 맞이한 최순실 국정조사를 주목했습니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원이기 때문에 ‘4월 퇴진’ 수용하실 것”이라며 ‘4월 퇴진 선언’을 암시했습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계’의 요구대로 4월 퇴진을 포함한 4차 대국민 담화를 6일 또는 7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4일 새누리당 비주류의 ‘무조건 탄핵 동참’ 선언에 이어 5일엔 ‘친박계’에서도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조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박 대통령 성형 시술 의혹 등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이영석 경호실 차장은 최순실‧차은택이 경호실도 신원을 알 수 없는 ‘보안손님’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1. MBC‧TV조선만 ‘대통령 4월 퇴진 수용’ 톱보도
많은 소식이 쏟아진 5일, 먼저 톱보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SBS‧JTBC‧채널A‧MBN은 모두 새누리당 ‘친박계’도 탄핵 반대에서 유보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표결 역시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톱보도였습니다. 탄핵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중압감과 촛불 민심의 향배가 ‘친박계’도 돌려놓았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MBN은 3건이나 할애해 ‘4월 퇴진론 당론 포기’와 ‘친박계 내부 분열’을 조명했습니다. 


반면 MBC와 TV조선은 ‘친박계’의 탄핵 찬성 기류 대신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선언’ 가능성을 톱으로 전했습니다. MBC <“퇴진 당론 수용 뜻 밝혀”…“일자 곧 결단”>(12/5 https://bit.ly/2hcvfsz)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차 담화는 조기하야 선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대통령께서는 거기에 대한 결정을 하실 것”이라는 한광옥 비서실장의 발언을 받아썼습니다. 여기에 “퇴진 일자에 대해서는 곧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4월 퇴진-6월 대선'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청와대 참모진 입장을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K-002.jpg

△ ‘친박 탄핵 찬성 기류’ 대신 ‘대통령 4차 담화 가능성’ 톱보도로 타진한 MBC(12/5)

 

K-001.jpg

△ ‘친박 탄핵 찬성 기류’ 대신 ‘대통령 4차 담화 가능성’ 톱보도로 타진한 TV조선(12/5)

 

TV조선 <내일이나 모레 ‘3차 담화’할 듯>(12/5 https://bit.ly/2ha4DVo)의 제목은 오타가 아닙니다. 실제로 TV조선은 “3차 담화할 듯”이라는 자막을 내보냈고 ‘4차 담화 가능성’을 강조하려다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입니다. TV조선은 MBC와 마찬가지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수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말했다”는 허 정무수석 발언과 함께 “박 대통령이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쯤 4차 담화를 할 거란 관측”에 강조점을 뒀습니다. MBC와 TV조선은 민심과 탄핵에 떠밀려 뒤늦게 ‘4월 퇴진 선언’ 카드를 만지작대는 청와대 입장을 받아 적기만 한 보도를 톱으로 낸 것인데요. 심지어 TV조선은 ‘친박의 탄핵 찬성 기류’ 보도가 아예 없어 결과적으로 ‘탄핵 가결 가능성’을 축소 보도하고 ‘대통령의 전략’만 부각한 셈입니다. 

 

2. 청와대 ‘4월 퇴진 선언’ 시사, JTBC 홀로 강력 비판
대통령의 ‘4월 퇴진 선언’을 암시한 청와대 참모진 발언을 MBC와 TV조선만 받아쓴 것은 아닙니다. KBS와 채널A 역시 각각 1건씩 발언을 그대로 옮겨 보도했습니다. 그나마 SBS의 2건, MBN의 1건은 ‘탄핵을 막기는 어렵다’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뒤늦은 ‘4월 퇴진 카드’에 강력히 성토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는 관련 보도만 3건이고 모두 비판적입니다. JTBC <이르면 내일 또 입장 표명?>(12/5 https://bit.ly/2ha5AwX)은 “이르면 내일(6일)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소용이 있겠느냐. 즉각 퇴진이라는 여론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고 법적 효력도 없는 것이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가 내건 ‘시한부 퇴진론’이 “촛불 민심과 거리가 먼”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JTBC <‘4월 퇴진 수용’ 청와대 속내>(12/5 https://bit.ly/2gKtUs5)는 “'4월 퇴진론'이 개헌을 통한 국면전환 뿐만 아니라 특검 수사를 피하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가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을 강조해 ‘대통령의 정치 술수’를 간파해줬습니다. 

 

3.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혹은 모두 잘라낸 MBC의 ‘국정조사 보도’
5일 두 번째 날을 맞이한 국정조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등 핵심 의혹들이 나왔는데요. 청와대가 주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여당 의원들도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 경호실장에게 보고되지 않는 ‘보안 손님’의 존재를 경호실장이 인정한 사실, ‘사모님’이 기재된 청와대 의약품 출입관리 기록 등 새롭게 발견된 의혹도 있습니다. 지상파 3사가 1건, JTBC‧TV조선 3건, 채널A 5건, MBN 2건 등 방송사들도 비중 있게 국정조사를 다뤘습니다. 


이 중 MBC의 보도는 은폐‧축소‧왜곡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MBC <‘세월호 7시간’ 의혹 치열한 공방>(12/5 https://bit.ly/2g3G9kv)에서 이상현 앵커는 “오늘 국정조사 2차 기관보고에서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쟁점이 됐습니다. 청와대 의약품 반입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기도 잇따랐는데 청와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말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언급부터 청와대 해명에 상당히 힘을 싣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사의 경우 국정조사 보도 앵커 멘트가 “국조위원들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집중 추궁했고, 청와대는 그동안 제기됐던 시술 의혹 등을 전면 부인”(KBS)처럼 ‘전면 부인’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 이른바 '보안 손님'들이 드나들었던 사실이 확인했습니다”(SBS)와 같이 아예 새로 확인된 의혹을 적시했습니다.

 

K-003.jpg

△ 국정조사에서 나온 의혹은 모두 잘라낸 MBC(12/5)

 

리포트는 청와대 반박 나열에 불과합니다. 장재용 기자는 “세월호 사고 전날과 당일에 대통령의 얼굴이 변했다는 의혹. 얼굴에 주사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박영선‧안민석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장면을 잠깐 보여줬습니다. 이어 이선우 의무실장의 “4월 16일 진료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명히 (당일) 진료가 없었습니다. 간호장교는 저의 통제에 의해서만” 이라는 해명을 덧붙이며, “청와대는 일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는 “지난 3년간 ‘청와대에서 매달 한 번씩 발모 치료제를 받아간 인사가 누구냐’거나, 청와대에 반입된 향정신성 의약품을 대통령이 사용했다고 넘겨짚기도 했습니다”라며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넘겨짚은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타사가 구체적으로 조명한 의혹들입니다. 여기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추측성 이야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거예요”라는 한광옥 비서실장의 반박만 보여줬을 뿐 의혹을 제기한 의원 질의는 화면으로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장 기자는 이후에도 “세월호 사고 당일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은 없었고, 간호장교가 4명이라는 일부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 “최순실 씨가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중요한 안보 사안에 외부 의견은 전혀 개입될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등 온통 청와대 측 ‘의혹 부인’만 나열한 채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4. MBC 보도에 없는 의혹들 타사 보도엔 있다
MBC는 ‘보안 손님’ 존재 확인과 같이 타 매체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진 국정조사 결과는 쏙 뺀 채 청와대의 해명과 반박만 강조했는데요. 이런 태도는 MBC에서만 나타났습니다. 물론 KBS 보도도 새롭게 확인된 의혹들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KBS는 세월호 참사 7시간과 대통령 성형시술과 관련해 의원들 질의와 청와대 측 반박을 균형 있게 보여주면서 MBC처럼 청와대 편을 들지는 않았죠. KBS, M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비교적 충실하게 국정조사를 보도했습니다. SBS는 1건의 보도로 ‘보안손님’ 존재 확인을 조명했고 JTBC는 3건에서 ‘보안 손님’ 의혹, ‘7시간 성형 의혹’, 의약품 출입관리 기록의 ‘사모님’ 의혹 등을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TV조선은 3건에서 ‘보안손님’ 의혹과 청와대 발모제 구입 논란을, MBN은 2건에서 발모제 구입 논란과 정유라 전 남편 신주평 씨 병역 의혹을 다뤘습니다. 채널A는 5건에서 대통령 성형 시술, 청와대 간호장교 조 대위 감시 및 기자회견 사전검열 의혹, 청와대 발모제 구입 논란, ‘보안손님’ 의혹,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해 가장 적극적으로 국정조사 결과를 알렸습니다. 

 

5. 논란의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 발언도 싹둑 자른 MBC
MBC <‘세월호 7시간’ 의혹 치열한 공방>(12/5)이 잘라낸 것은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의혹뿐만이 아닙니다. MBC는 이날 논란이 된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 발언도 편집해, 문제되지 않은 부분만 방송에 냈습니다. 정유섭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통령은 총체적인 책임은 있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대통령은 노셔도 돼요, 7시간. 현장 책임자만 임명을 잘 임명해주시면”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곧바로 항의하자 정 의원은 “제대로 인사를 잘해달란 뜻이기 때문에 정정을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7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통령의 총체적 책임이 있지만 직접적 책임은 없다. 직접 책임은 현장 대응 능력 문제에서 있었던 것” 등 일련의 주장은 뒤집지 않아 ‘세월호 7시간’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부정하는 꼴이 됐습니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에서는 시민들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MBC는 청와대 해명만 나열하는 와중에 “한 여당 의원은 야당이 세월호 7시간을 대통령 탄핵안에 넣은 것은 ‘공세를 위한 공세’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직접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아닌) 현장 대응능력의 문제에서 있었던 것입니다”라는 정 의원 발언 장면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은 7시간 노셔도 돼요”와 같은 문제적 발언은 물론, 발언 당시 다른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는 사실, 이 발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JTBC, TV조선, MBN도 1건의 보도로 정 의원 발언을 전했는데 이들은 “노셔도 돼요” 부분을 빼놓지 않았고 비판 여론도 전달했습니다.

 

K-004.jpg

△ ‘대통령 7시간 놀아도 된다’ 발언 잘라낸 MBC(12/5)

 

 

monitor_20161206_0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