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토달기] ‘핵 대 핵’ - 현실적 위협에 대한 가장 비현실적인 해법
등록 2016.11.17 15:21
조회 194

북핵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생존권,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이슈로, 복잡하고 전문적인 외교·안보 영역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이를 둘러싼 사실 관계는 다른 어떤 이슈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되고 알려져야만 한다. 

 

그러나 국내 보수언론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핵잠수함 도입과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등 국민의 안보 불안감, 두려움, 적개심을 자극하는 선동적 보도에 주력했다. 국제 정세와 실현 가능성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와 같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는 안보 의제를 선점하려는 것이거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덮으려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한 안보 포퓰리즘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24일, 북한은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불과 2주 후인 9월 9일, 북한은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이자,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핵실험이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독자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핵잠수함 도입 등이 북핵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안은 국제법과 동맹국의 반대 등으로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헛구호’일 뿐이다. 

 

그렇다면 실제 실현될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한 이런 주장에 대해 주요 언론은 어떤 보도를 내놓았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국내 주요 5대 일간지가 독자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핵잠수함 도입 등 북핵 해법을 다룬 보도를 살펴봤다. 

 

핵무장·전술핵·핵잠수함을 북핵 대안으로 내세운 조중동

 

8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 언론에서 주로 다뤄진 주제 중 3가지를 선정해 이에 대한 언론사 별 보도량을 집계했다. 그 결과 전체 보도량은 조선일보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일보 35건, 중앙일보 32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제에 대해 한겨레는 24건으로 조선일보의 절반에 그쳤으며, 경향신문은 21건으로 5대 일간지 중 가장 적은 양의 보도를 내보냈다.

 

전체적으로 5개 신문사 모두 3가지 대안 주장 중 독자 핵무장론 관련 보도가 가장 많았는데, 조선일보 19건, 중앙일보 15건, 경향신문 14건, 동아일보와 한겨레가 각각 13건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자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각각 19건:18건, 13건:14건으로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다. 5개 신문사 모두 핵 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은 양을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이마저 12건으로 독보적으로 많이 보도했다. 

 

161117_flyccdm_todal_1.png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지지하는 논조의 기사를 주로 실었다. 수년 전부터 자체 핵무장 불가피론을 강하게 주장해 온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인터뷰와 기고문을 보도한 곳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뿐이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반대론을 담은 보도가 주를 이루었으며, 중앙일보는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을 비교적 균형 있게 보도했으나, 핵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논조를 보였다.

 

현실성 없는 독자 핵무장론 쏟아낸 조선·동아

 

특히 가장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과격한 대안인 독자 핵무장론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9/13, 30면)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NPT 탈퇴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허문명 논설위원의 <국가안보에 투영된 근거 없는 낙관주의>(9/23, 31면)에서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한 정치권의 목소리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전달한 뒤 칼럼 말미에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엔 동맹이나 공조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여 핵무장론을 마치 고려 가능한 옵션인양 포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심지어 과거 보도와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다. 조선일보는 과거 <사설/이제 북핵 대응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9/10), <“핵 쥔 김정은을 독자 타격할 전력 키워야”>(9/12, 1면) 등에서 핵 무장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 보도한 바 있으며, 동아일보 역시 <한국 독자 핵무장땐 NPT 탈퇴해야…국제제재 감당 의문>(9/12, 4면)에서는 “우리가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있음을 인정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 현실성·필요성 검토 없이 쏟아낸 조중동

 

전술핵 재배치 및 NATO방식의 핵 공유와 관련해서도 조선일보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전술핵 재배치 등 모든 방안 논의할 수밖에 없다>(9/12, 31면)에서 조선일보는 미국을 움직이고, 중·러의 반발을 잠재우는 방안으로 “결국 우리 자세에 달려 있다”는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대책만을 내놨다. 

 

161117_flyccdm_todal_2.png

 

동아일보는 <“전술핵무기 재배치해 한-미 핵공유”…나토식 모델 급부상>(9/13, 5면)에서 NATO방식의 핵공유 전략을 택할 경우 예상되는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기사 말미에는 한미 양국이 ‘핵무기 공유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에 대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해 기사의 설득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중앙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한시적 조건부, 혹은 차선으로서의 NATO방식 도입을 전제로 미국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으나 현실성과 필요성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생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핵 대 핵’, 현실적 위협에 대한 가장 비현실적인 해법

 

핵을 막기 위해 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조중동의 주장은 한반도 평화의 필요조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선이 아닌 최악의 방안이며,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우리 현 정부의 입장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제 정세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무지할리 없는 이들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안보 의제 선점을 노리는 의도는 아닌지, 혹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덮으려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한 안보 포퓰리즘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을 각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비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혹세무민 행태는 주류언론으로서 응당 갖추어야 할 이성적 사고나 합리적 주장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쟁 재발을 막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대전제마저 뒤 흔드는 견강부회이다. 

 

정리 이훈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hoonihi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