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시민이 나가신다! ‘#그런데_최순실은?’
등록 2016.11.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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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해시 태그 달기 말이다. ‘#그런데_최순실 은’ 해시태그 운동이 새로운 여론 지형을 만들었다. 정부 여당과 그 리고 한통속이 된 언론들의 여론 가리기에 통쾌한 똥침을 날렸다. 온갖 꼼수와 관심돌리기로도 민심의 흐름을 막아내지 못하였다. 

 

201611_flyccdm_open.png그럴수록 거대한 둑이 터져버린 듯하다. 백남기 농민 부검 시도, 김제동 군대 영창 발언, 이정현 단식이라는 ‘자뻑성 쇼’에 이어 송민 순 전 장관의 회고록 파문으로도 도무지 덮이지 않는다. 올해 국감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의 황당 질문도 거대 불 길을 잡는데는 별 소용이 없다. TV조선을 비롯한 종편과 지상파 가 리지 않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했지만 트윗, 페이스북, 댓글이나 개인 SNS에 들불처럼 번지는 ‘#그런데_최순실은’ 해시태그를 덮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위어 가기는커녕 재미있게 ‘#게다가_차은택 은?’, ‘#그리고_우병우는?’까지로 진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 갔다. 마침내 오프라인으로까지 터져나왔다. 서울 시내 곳곳에 ‘#나 와라_최순실’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다.


주류언론과의 의제 싸움은 시민들의 압승이다. 나라 전체를 흔드 는 권력형 비리와 부정 의혹에도 끝내 외면하고자 하던 언론들도 최 순실 의혹 캐기에 나섰다. 쭈뼛거리던 지상파 방송 뉴스에도 최순실 의혹 거리가 점차 늘어난다. 이제는 다른 모든 의제를 삼켜 버릴 태 세다. 그 물결에 언론들도 휩쓸려가고 있다.


한 사회에서 ‘무엇이 중한지’를 가려주는 건 언론의 몫이었다. 언론 이 침묵하면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도 관심을 받지 못한 일이 허다 하다.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언제나 언론보도였다. 사소한 것이라도 언론이 연일 떠들어 대면 사람들은 그 사안을 중심으로 서 로 의견을 나누고 논의한다. 무엇에 관심을 가질 것인지 의제를 정하 는 권력자였다. 언론은 공론 마당에 무엇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틀을 만들었다.


한 사회가 무엇을 중하게 여기고 함께 논의할 것인지를 만드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권력의 충복이 된 언론은 중요한 고비마다 의제를 왜곡해왔다. 물타기와 관심 가리기는 여론 방향 돌리기의 단 골 수법이다. 정치공작과 기획이 등장하기도 한다. 간첩단 사건, 연예인 추문, 엽기적 사건 등을 부 풀리는 일도 흔하다.


언론이 메뉴판에 올리지 않으면 여론 시장에서 아예 취급도 되지 않는 경우가 일쑤다. 온갖 요설 과 조작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사람들은 눈과 귀를 어디에 둘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뜬금없이 툭 튀 어나온 사안이 나라를 흔들만큼 시끌시끌 거리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이슈들이 외면되기도 한다. 본질은 사라지고 곁가지를 놓고 씨름을 한다. 달을 보라고 하니 손가락만 갖고 연일 입방아를 찧기도 한다.


종편을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막말과 비난으로 김제동 영창 발언을 연일 우려먹었다. 송민순 회 고록의 한 부분을 꺼내 들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종북 총공세를 퍼부었다. JTBC를 뺀 종편, 지상 파, 조·중·동은 회고록 논란에 보도를 집중했다. 종북이라는 실체도 없는 허깨비를 만들어 놓고 저주를 퍼부어 댄다. 터무니없는 흑색선전도 넘친다. 정부 여당은 정권의 오장육부라고까지 일컬어 지는 최순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만은 막고 싶었을 것이다.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침묵 하거나 축소하여 정권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다. 제발 최순실은 관심에서 꺼달라는 합동작전을 펼친 듯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그런데_최순실은’ 해시 태그는 관심의 불을 지피고 부채질했다. 온갖 제보와 증언들이 뒤따랐다. 미르, K스포츠재단 의혹에 이어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부정학점 의혹, 차은택 씨의 부정과 비리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시민들이 그토록 찾는 메뉴를 언론들이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언론은 시민들의 관심을 자 양분으로 생존한다. 영향력뿐 아니라 현실적인 돈줄인 광고도 시민들이 외면하면 말라버리기 때문 이다. 마침내 최순실 게이트 취재와 보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별 취재단을 꾸리고 기자들이 최 순실과 그 딸을 바싹 추적했다. 다른 뉴스들은 시민들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날마다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의혹으로 시민들의 관심은 폭발하고 언론은 그 관심에 맞추기 위해서 취재진을 대거 늘렸다. 가려져 있던 온갖 비리들이 쏟아진다. 굴러내리는 거대한 의혹 덩어리에 가 속도가 붙었다. 이제는 어떠한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다. 민심은 거대한 물과 같아서 고요 한 듯하지만 한번 불어나면 쓰나미처럼 휩쓸어 버린다. 다급해진 정권이 정치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며 개헌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최순실을 잊도록 우주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었을 게다. 성난 민심의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해시태그 운동은 언론에 묻는다. 무엇이 중한디? 거대 언론의 앞에 시민의 힘은 작고 무력해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은 잔잔한 듯 보여도 언제나 활활 타오를 기름으로 가득 차있다. 불쏘시개 에 어떻게 불을 붙일 것인가가 문제다. 이제 시민이 나선다. “언론이 안 하면 우리가 한다”. 행동하는 시민 의식에 희망을 건다.

 

정연우 정책위원 58cy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