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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북한 소식통’ 정보의 팩트 확인을 위해 노력했을까?
등록 2016.09.1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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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가족의 망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KBS를 비롯해 TV조선, MBN, YTN 등에서 톱 보도로 주요하게 다뤄졌다. ‘엘리트 가문의 탈북’과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체제 균열’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방송사 중 가장 많이 보도한 KBS는 태영호 공사의 가족이 북한 빨치산 1세대 출신이며 대북제재로 인해 ‘엘리트층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며 망명과정과 가족의 신변 정보 등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서는 휴대전화까지 샅샅이 검열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내용과 해외 주재 외교관의 소환령 등을 아주 자세하게 전했다. 

다수의 방송에서 보도된 이러한 내용들은 ‘대북 소식통’이라는 매우 은밀해 보이는 정보원이 제공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휴대전화 검열과 외교관 소환은 특별할 것 없는 조사과정일 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북 소식통’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질 뿐이다.

 

대북 보도는 거의 모두가 ‘카더라’ 보도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정보원을 보호해야 할 때도 보호 가치가 있는가를 분명히 가늠한다. 명확하지 않은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기까지의 게이트키핑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 북한 관련 보도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이번 외교관 탈북 뉴스를 다룬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대북소식통이라는 출처 불명의 정보원을 사용하였다.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명확한 뉴스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8월 18일 채널A, MBN 등의 보도에서는 ‘알려졌다’, ‘소문이 돌고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성 단어를 사용하였고, 공영방송인 KBS도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밝혔다’, ‘전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의 보도에서 “우리 정보당국이 확보한 평양시민 명부에 따르면, 김 서기관은 1975년 평양에서 태어나 2003년부터 대외무역 관련 업무를 해왔”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내용이 북한소식통이 전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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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북한대사관 망명 관련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반면, 한겨레(8월 18일, 사설)는 “북한 체제를 서방에 선전하는 역할을 맡아온 엘리트 고위 외교관이 탈북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집권 5년을 앞둔 김정은 체제가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시각이다. 또 탈북자의 급증이나 외교관의 망명은 그동안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 계층이 최근 동요하고 있다는 분석도 근거가 취약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김정은 체제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고 보았으며 이번 일과 관련해 ‘정부의 태도가 투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대북 소식통’의 실체와 신빙성, 언론사는 얼마나 알고 있나?

그동안 한국 국민은 소위 ‘대북 소식통’이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보원이 제공하는 북한소식을 전해들어왔고 사실로 믿어왔다. 북한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우리 국민은 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언론이 전해주는 그대로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쟁을 경험한 세대일수록,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일수록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다수의 언론 매체가 전해주는 비슷한 내용의 북한 보도와 한 두 매체가 전하는 조금은 다른 내용의 보도 사이에서 국민이 비판적으로 뉴스를 수용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다. 

KBS의 방송 강령 제7항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 보도하는데 있어서는 그 말이 사실인지와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지를 확인하는데 최대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명시되었고, 제9항에는 “정부나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진실여부를 가리도록 노력하며 그러한 기관의 일방적인 선전에 이용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가 최근 탈북자 소식을 포함한 북한관련 정보를 보도하면서 ‘사실인지를 확인’하고자 주의를 기울였는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 ‘진실여부를 가리도록 노력하고 일방적 선전에 이용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언론사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강령을 정해놓고, 시청자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강령 준수 여부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언론 스스로 지켜야할 책임을 엄중하게 수행한 결과로 나온 뉴스를 국민에게 떳떳하게 내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