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ㆍ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공동성명]

언론은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 보도할 뿐이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아
등록 2024.10.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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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31개 언론사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70년대 유신정권에 맞선 시민과 학생들의 저항이 커져가는데 당시 박정희 독재권력에 순치된 언론은 침묵하거나 정권의 편을 들었습니다. 
     
권력에 순응하는 언론에 대한 시민과 학생들의 분노, 중앙정보부의 위법적인 언론사 및 언론인 탄압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 실천을 외치게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유언론실천 운동이 확산됐지만 참여한 언론인들은 해고의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동아일보(동아방송 포함)에서 113명의 기자·PD·아나운서들이, 조선일보에서 33명의 기자들이 쫓겨났습니다. 해고된 언론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언론민주화 투쟁을 이어갔고, 민주시민언론연합과 한겨레의 뿌리가 됐습니다. 
     
1974년과 2024년 언론환경은 5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크게 달라지지지 않습니다. 1974년 강제로 축출된 언론인들은 2024년 지금도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 저지를 위한 싸움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여기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ㆍ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공동성명을 올립니다.

 

 

오늘 우리는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경제적 성취가 일거에 무너지는 상황을 목도하며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습니다. 우리는 반세기 전 ‘있는 사실을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하고자’ 우리 스스로의 무기력을 반성하며 유신정권의 언론 통제에 맞서 자유언론 실천에 나섰습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당시만 해도 자유언론의 문제는 노와 사가 따로 없었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국 31개 언론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관된 내용의 선언이나 결의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언론 사주의 언론인 대량 강제해직으로 파탄 나고 이후 우리는 50년째 해직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50년 우리는 감시와 수배, 투옥과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언론과 민주주의를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유신 말기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 일지’를 공개함으로써 유신정권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알렸고 그 일로 열 명의 동료가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 정권 아래선 80년 해직언론인들과 함께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해 군부독재와 싸웠습니다. 한겨레신문 창간은 우리들의 오랜 꿈을 실현한 쾌거였습니다. 다수의 우리 동료들은 출판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 민주화의 자양분을 공급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싸웠고 우리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우리를 탄압하고 언론사에서 쫓아냈던 유신정권의 말로는 누구나 다 아는 바입니다.

 

그리고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지금의 우리 언론 사정은 어떻습니까. 50년 전 총칼을 동원해 직접 언론을 통제한 정치권력은 이제 검찰을 동원한 마구잡이식 압수수색과 영장 발부로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옥죄고 있습니다. 그 후과를 어찌 다 감당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 사회 건강한 공론장 형성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는 공영언론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은 공영언론에 대한 황폐화 기도에 다름 아닙니다. 멀쩡한 수신료 납부 시스템을 망가뜨려 공영방송 종사자들을 위협하는 게 50년 전 유신정권이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를 일으킨 것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신뢰도 높은 공영언론을 자격도 없는 사기업에 넘기고 서울 시민의 소중한 자산인 지역 공영언론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려고 하니 이 정부에게 공영언론은 필요 없고 극우 유튜버만 필요한 것인지 참으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본령입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나를 깨어 있게 하는 법입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가까이는 우리들의 50년 여정이 증언하는 바입니다. 있는 사실을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게 정권에 불리하다고 해서 언론인과 언론사에 불이익을 주고 온갖 압박을 가하는 건 언론 기능에 대한 무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언론은 정치권력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진실만 볼 뿐입니다.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요건이며 그것을 보장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우리는 이 정부에 촉구합니다. 공영언론과 대안언론을 비롯한 언론사와 언론인, 언론 관련 기관 등 언론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퇴행적 행태들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아온 언론자유를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됩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이고 이 정권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언론이 언론답게 공영언론이 공영언론답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4법의 개정이야말로 시급한 언론 현안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이 무도한 현실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습니까.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이 분초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위정자들은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국가적 손실이고 낭비란 말입니까. 여야가 함께 방송4법의 조속한 개정에 나서길 재삼 호소합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에 동아 조선의 반민중적 행태 또한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모든 것을 잘못했다고 주장하진 않더라도 동아 조선의 친일 행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유신정권과 전두환 신군부정권에 부역한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동아 조선은 자유언론실천 운동을 한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하고도 반세기에 이르도록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 이후 최근 이들의 남북관계 보도에서 남북 간 갈등 조장과 긴장 고조에 앞장서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일 반민족적 보도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가 이들의 친일 친독재 행위를 심판할 것임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은 우리에게 고통의 시간이자 영광의 시간이었습니다. 반세기 내내 우리를 응원하고 함께해준 국민들의 성원에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백지광고 사태 때 시민들이 보여준 용기와 열정은 그 당시엔 감격이었고 이후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아울러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계 후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후배들은 우리들의 성가신 일을 늘 도맡았고 이번 50주년 사업에도 인적 재정적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국민들과 후배들의 마음 잊지 않고 남은 생에도 정도의 자유언론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24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ㆍ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