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호][여는 글] 창립 40주년, 앞으로도 민언련과 함께 달려주세요
등록 2024.09.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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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0주년,

앞으로도 민언련과 함께 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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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공동대표      

 

고 이용마 MBC 기자 5주기인 8월 21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 시민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비가 내릴 것도 각오했습니다. 열대야와 폭우로 직전까지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날씨가 도왔습니다. 청계천 끝자락에 보름달이 환하게 걸렸고 나뭇가지가 흔들릴 정도로 간간이 바람이 불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다시 힘내자 격려했습니다. 같이, 함께, 그래서 힘이 났습니다.

 

요즘 얼마나 힘듭니까? 최근 언론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광복절에 KBS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오페라를, 이승만 전 대통령 독재미화 다큐를 방송했습니다. 취재기자 노트북의 세월호 ‘노란리본’을 지우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하나씩 열거하자니 지칩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7월 31일 첫 출근 10시간 만에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하거나 임명했습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바로 전날까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신분이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자마자 80명 넘는 이사 후보를 검토하고 선정까지 했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의결이 제대로 된 심의 없이 단 두 시간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까?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3명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임 이사진 효력 집행정지 신청과 임명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본안 소송을 냈습니다. MBC 구성원 1천8백여 명, 시민 1만3천여 명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탄원서를 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8월 26일 방문진 이사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인데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특히 법원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의 위법성을 누차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8월부터 2인 체제를 유지하며 여러 중대한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과 신임 이사 임명,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 의결 등 공영방송 장악과 사영화를 조장할 수 있는 사안을 잇따라 결정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 등을 보장함으로써 국민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결정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민언련과 언론시민단체는 올해 1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업무방해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한 양천경찰서는 고발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류희림 위원장의 통신조회를 이제까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류희림 위원장 가족과 지인들은 2023년 9월 4일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민원을 냈습니다. 통신조회의 경우 조회일자 기준으로 1년치만 조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적 수사, 선택적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적반하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사주 의혹을 신고한 공익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은 서울경찰청에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최소 12명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에 대한 통신조회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얼마 전 ‘유퀴즈온더블럭’(tvN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과 관련한 논문 한 줄 읽지 않은 동생이 몇 십 년 연구실에서 행복에 관해 연구하고 공부했던 자신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사회 정의를 견인하고 공동체의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서 미디어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통제는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아첨하는 언론인과 언론행태는 더 교묘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파랑새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고만 있다면 정작 자신의 파랑새는 보이지 않는다죠?

 

행복은 걱정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자극들을 자주 느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 교수는 일상 가까운 곳에 행복의 압정을 뿌려 놓으면 행복해진다고 이야기를 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아직 응원하고 힘을 보태야 할 좋은 언론이 많은데 말입니다. 열정적인 언론인들도 많습니다. 어떤 권력에도 굽히지 않는 그들을 응원하고 힘을 보태는 시민도 많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언론탄압과 언론장악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반걸음 진보라도 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민언련은 창립 40주년을 맞이합니다. 언론과 미디어 환경을 감시하고 격려했던 긴 시간을 민언련과 함께 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민언련과 함께 전진해 가주셨으면 합니다. 곧 창립기념일입니다. 반가운 얼굴로 행사장에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많이 참여해 주시고 폭넓게 활동하는 민언련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입장하실 때 행복의 압정 밟으면서 환하게 웃어주십시오. 서로 힘낼 수 있게, 더 나은 언론 환경을 위해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을 꾸준히 찾아가는 여정에 앞으로도 함께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