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사도광산 ‘강제징용’ 역사, 일본 언론 대부분은 외면했다
이홍천(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일본연구소 소장·민언련 정책위원)
등록 2024.08.23 10:33
조회 570

일본 언론의 사도광산 보도, 2021년 이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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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이후 일본 주요 전국지 네 곳의 사도광산 관련 보도 건수 총합 ©민주언론시민연합

 

7월 27일,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10년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 추천 잠정 목록에 등재한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한국에서는 사도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도광산이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가혹한 노동을 시켰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등재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사도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지만 신문사마다 논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핵심 쟁점인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강제징용'으로 규정하고, 이를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문사 간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이 글에서는 2020년 이후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산케이 등 일본의 주요 전국지들이 보도한 사도광산에 대한 기사를 분석해서 언론사의 논조 차이와 그 배경을 살펴본다.


2021년 이후, 일본 4개 전국지에서 보도된 사도광산 기사는 총 218건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43건 보도된 것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언론사별로 보면, 아사히신문 58건, 마이니치신문 30건, 요미우리신문 39건 산케이신문 91건이었다. 아사히, 산케이의 보도량이 전체 보도량의 68%로, 두 신문이 사도광산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강제징용 두고 산케이신문 ‘모집’ 표현, 아사히신문 ‘강제노동’ 명시

 

사도광산의 강제징용 역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보수·진보 언론의 입장 차는 명확했다. 산케이신문은 ‘강제노동’이라는 용어 대신 ‘징용’, ‘모집’, ‘관의 알선’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사도광산에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노동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조선인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강제성을 희석하거나 부정했다. 특히 7월 28일자 사설에서는 '조선반도 출신자'에 대한 전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주장에 떠밀려 불필요한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의 논조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랐다. 기사에서 강제징용 및 강제노동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나 증언들을 제시하면서 '조선인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6월 8일자 기사에서는 유네스코 자문기구 권고안에서 일본 측에 '전체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를 요구한 것을 두고, 이는 '한국 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강제성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7월 28일자 사설에서 '한국 측의 의향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전시중인 조선반도 출신자에 관한 전시를 하게 된 점'을 지적하며,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한일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일본 언론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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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 10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요미우리신문은 8월 4일자 기사에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본의 중요한 문화 유적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한국 측의 요구를 수용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어른스러운 대응'으로 평가하며, "앞으로도 한일 양국이 협력하여 세계유산 등록을 늘려나가고, 안전보장은 물론 문화 측면에서도 '미래 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산케이신문은 사도광산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주장을 수용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7월 28일자 사설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사실무근의 주장으로 세계유산 등록에 반대해 온 한국 정부와 조기 등록을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가 협의하여 결정한 전시"라며, "문화유산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한국의 반발을 고려하여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2022년 2월,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꿔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다시 제출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에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한국과의 논쟁을 피해서 유네스코 등록을 신청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기사다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요미우리신문, 2022년 1월 29일) 니가타현과 사도시의 강력한 요청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됐다고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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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자 산케이신문 사설 갈무리 ©산케이신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일본 입장에서 단순히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와 언론은 등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8월 4일자 기사에서 등재 이후 과제로 "역사 인식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어도,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대화를 거듭하면 극복할 수 있는 과제도 있을 것"이라며, "등재 결정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등재는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이라며,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 논의를 관민이 함께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7월 28일자 사설에서 "한국 측이 주장하는 강제 노동 전시는 필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사도광산 전시에 한국을 관여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해 더욱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 내에서도 사도광산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아사히신문과 같이 한국 정부 입장을 상세히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과 역사인식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진보적 언론의 목소리가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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