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선 장수진 회원 가족
장수진 회원 가족 김명섭님
안녕하세요. 민언련 장수진 회원의 가족으로, 남편인 김명섭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민언련 5.18광주순례에 함께했습니다. 광주는 가족여행으로 종종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5.18을 맞아 민언련과 함께 가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과 먼 길을 함께 간다는 것이 낯설진 않을까 걱정도 했고, 단체로 이동하는 여정을 아들이 잘 따라와줄까 염려도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족 모두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아들은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엄마가 가자고 해서 가긴 하는데, 싫진 않았어요”라고 소감을 말하더니, 돌아올 땐 “따라오길 참 잘한 것 같아요”라고 엄청난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저희에겐 오전 7시 30분까지 집결지인 광화문으로 가야 하는 것이 첫 관문이었습니다. 준비성이 철저한 활동가분들이 출발 시각에 맞춰 기상 여부를 문자와 모닝콜로 확인해주었습니다. 생기 넘치는 출발신호와 함께 우리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 상영한 KBS광주 특별기획 다큐인사이트 <1980, 로숑과 쇼벨> 작품은 정말 좋았습니다. 5.18 광주의 상징 '꼬마 상주' 사진을 찍은 프랑스 사진작가 로숑 그리고 쇼벨을 찾는 과정과 당시 취재 상황을 담은 다큐였습니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광주에 도착해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와 신묘역, 구묘역을 차례로 순례했습니다. 5.18민중항쟁 관련 희생자분들의 뜻을 기렸습니다. 신묘역에 모셔진 송건호, 리영희, 김태홍 선생님을 찾아뵌 후 가진 헌화와 참배의 시간은 뜻깊었습니다. 선생님들과 같은 시대를 살며 동고동락했던 언론계 선생님들로부터 그분들의 삶을 직접 들을 수 있던 것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억은 기록으로 이어지고, 기록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일 때 큰 힘을 갖는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록하는 일 자체가 용기였던 시대, 희생을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최근 수업 시간에 4.19혁명, 5.18민중항쟁, 87년 6월 민주항쟁 등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배웠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전두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 구묘역에 있는 전두환 표지석 밟으러 가자”며 앞장 선 아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학교 새내기 때 선배들과 함께 어깨 걸고 섰던 금남로에, 오늘은 아들과 함께 손잡고 섰습니다. 광주 금남로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퇴행을 걱정하는 요즘이지만, 기억하는 이들 있어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웃음 잃지 않고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 준 민언련 활동가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년에도 함께할지는 아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정하겠습니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4년 여름호(통권 227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