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보고서
지역모니터_
[충북] 어김없이 등장한 여론조사, 필요성과 정확성 고민해주기를2024총선미디어감시단은 2월 29일 발족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 유튜브, 선방심의위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충북민언련이 작성해 3월 26일(화) 발표했습니다.
일간지 중부매일, 충북일보, 동양일보와 지상파 방송 3사 KBS충북, MBC충북, CJB청주방송이 총선 후보지지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우위’, ‘초박빙’… 누가 누가 이기나 ‘경마 저널리즘’ 여전, 유권자 목소리는 어디에?
중부매일은 <청주권 2곳 민주 우세·2곳 초박빙>(3월 18일)에서 “22대 총선 충청권 최대 ‘격전지’인 청주권은 2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앞서고’ 2곳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상당과 흥덕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 것을 두고는 “청주상당은 동남·방서지구 신도심 조성에 따른 젊은 층 유입, 현역인 정우택 (국민의힘 청주상당, 5선) 의원의 돈봉투 수수 의혹 등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해석을 달았다. 유권자가 비위 의혹을 받는 정치인의 도덕성을 판단했다는 측면보다 정당의 유불리와 승패에 초점을 맞췄다.
충북일보도 <[청주 서원] 한동훈의 남자 '김진모' VS 이재명의 남자 '이광희'>(3월 18일)에서 “지역정가에서는 서원선거구의 대결 판세가 전국 총선 판세와 맞물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며 그 이유로 “검사 출신인 김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인연을 쌓았던 점이 이번 선거에서 부각되고 있고, 환경운동가 출신 이 예비후보는 대표적인 '친명'으로 분류되면서 이장섭 현 국회의원을 공천에서 꺾은 저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회의원이 될 자질이 충분한지 설명하기보다 주요 정치인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일명 ‘팬덤 정치’ 경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 청주지역 4개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 출처 충북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여론조사 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두 개 선거구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했는지도 살펴봤다. 중부매일은 <청주서원 - 이광희 38% vs 김진모 41%>에서 “거대양당의 1대 1 ‘진검승부’가 펼쳐질 청주서원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과 검사 출신 정치인의 대결인 만큼 '정권심판론'이 선거에 얼마나 작동하는 지 여부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청주청원 - 송재봉 42% vs 김수민 42%>에서는 “민주당 강세 지역인 청주청원에서 동률 ‘접전’을 벌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30대 여성층의 김 후보지지”라며 “정권심판론을 중심으로 ‘표밭 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송 후보는 중도층 표심을 얼마나 끌어올지가 향후 선거의 ‘승부수’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충북일보는 <[청주 청원] 국민의힘 김수민·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초접전>에서 “청원구는 충북에서 야성이 강한 선거구로 꼽힌다”며 “여야 두 후보가 ‘초박빙’ 구도를 보이면서 선거전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역시 ‘진검승부’, ‘표밭 다지기’, ‘승부수’, ‘초박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6개 언론사가 공동여론조사로 같은 내용 보도, 이게 맞나?
이번 여론조사는 위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청주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조사를 벌인 결과다. 각 언론사들에 따르면 표본수는 선거구별로 청주상당 507명, 서원 501명, 흥덕 505명, 청원 508명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며, 응답률은 청주상당 15.4%, 청주서원 12.3%, 청주흥덕 11.9%, 청주청원 14.0%이라고 보도했다.
△ 3월 18일 지상파 3사 저녁 메인뉴스 화면
6개의 언론사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연일 그 결과를 주요하게 보도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3조 ‘여론조사의 한계’ 부분을 보면 “여론조사는 여론을 탐색하는 많은 방법 중의 하나이며, 여론조사의 수치는 여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자료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곧 여론 그 자체는 아니므로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라고 나와 있다.
여론조사는 시기나 조사 과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온다. 또한 질문의 구체성, 선택지의 다양성 등 질문 내용과 형식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질문이나 주제라도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 등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의견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6개의 언론사가 같은 날 동일한 결과를 보도한 것은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류 여론인 것마냥 오해하게 만들었다. KBS충북은 여론조사 결과 보도 시리즈에 ‘민심’이라는 단어를 붙여(<[총선/충북 여론조사]① 청주 상당·서원 민심은?>) 이러한 오해를 더욱 부추겼다. 단 한 차례 여론조사로 어느 후보가 우세한지에 대한 일시적인 유권자 의견을 보도하는 일이, 과연 중대한 선거 기간에 언론사가 꼭 담당해야 할 일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여론조사 보도, 정확성 담보해야
KBS충북은 <[총선/충북 여론조사] 청주 상당·서원 민심은?>(3월 18일) 보도에서 “두 후보의 가상 대결에선 민주당 이광희 후보가 38%, 국민의힘 김진모 후보가 41%로 김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3%포인트 앞섰다”라는 표현을 썼다. 오차범위 내 차이는 의미가 없는데도, ‘앞섰다’라고 표현해 유권자에게 혼란을 줬다. 충북일보도 <청주 상당·흥덕 '민주당 우세'…서원·청원 '접전'>(3월 18일)에서 “서원은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 ‘우위이고’, 청원은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똑같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 CJB청주방송 3월 18일 저녁 뉴스 화면
반면, MBC충북 <22대 총선 청주상당 이강일 우세..서원 박빙> 보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38, 국민의힘 김진모 41%로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조사됐다”, “적극 투표층의 지지도 역시 이광희 43, 김진모 47, 당선 가능성도 이광희 37, 김진모 39%로 비슷했다”며 오차 범위 안이나 근소한 차이에는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CJB청주방송도 <김진모 41% VS 이광희 38%...오차범위 내 접전> 보도에서 두 후보의 차이가 오차 범위 내라는 점을 자막과 말로 설명하며 순위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에는 “미디어는 후보자나 정당의 지지율 또는 선호도는 신뢰구간에 따른 표본오차를 감안해 보도해야 한다”며 “지지율 또는 선호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준칙에 따르면 오차범위 내 “앞선다”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또한 이번 공동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는 “가중값을 뒀다”는 내용은 전했지만, 여론조사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좌우하는 가중값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언론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중값은 응답자가 성별·연령대별·지역별 등 모집단을 대표하는 정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가중치 배율이 3.0이면 1명의 응답을 3명의 의견으로 추정해 반영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들이 일반적으로 20~30대 등 응답률이 낮은 집단에 가중치 배율을 적용해 조사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낮은 집단일수록 가중값이 커진다. 가중치 배율이 높으면 일부 응답자의 의견이 ‘뻥튀기’ 되는 것이므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때 가중값에 제한을 두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 관계자는 모두 익명처리, 판세 분석 내용은?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것이 판세분석보도이다. 충북일보는 <청주권 현역 줄줄이 탈락…대폭 물갈이 예고> (3월17일)라는 기사를 보면 기사 앞부분에서 “청주권 현역 의원들이 당내 공천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공천이 취소되면서 모두 본선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고 했고, 기사 끝부분에는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오랜 기간 청주 지역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한 정치인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썼다.
충청타임즈는 <총선판 요동 … 공천갈등 극복이 승부 가른다>(3월 17일)에서 “충북의 공천 갈등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막판 공천 홍역을 치르면서 충북 선거판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 끝부분에는 “지역정가 관계자는 ‘결국 후보 개인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당선을 결정짓는 것은 막판 선거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판세 분석 기사인데 분석한 내용을 제시한 취재원은 보도에서 모두 ‘관계자’로 익명 처리됐다. 더 중요한 건 그러한 분석이 익명의 관계자를 등장시킬 만큼 꼭 알려야 할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보도의 관행에 익숙한 기사들이다.
* 모니터 대상 : 3월 18일(월) ~ 3월 22일(금)
△ 방송(KBS충북, MBC충북, CJB청주방송 각 사 저녁 메인뉴스) △ 주간지(옥천신문, 보은사람들, 음성타임즈) △ 일간지(중부매일, 충청타임즈, 충북일보) △ 인터넷언론(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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