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기억하다 - 나만의 10대 뉴스 | 서혜경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등록 2023.12.28 15:25
조회 654

연말이면 한해를 정리하는 다채로운 시상식이 열립니다. 가족들과 모여 앉아 수상자를 예측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을 가진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저 역시 TV 앞에 앉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주인공의 수상을 점치거나, 가수들의 공들인 공연을 지켜보며 제야의 종소리를 듣곤 합니다.

 

100분 토론 서다 이미지.png

▲ 2023년 12월 26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 '2023년 사건과 인물' 방송 갈무리 

 

 

TV에 연말 시상식처럼 언론사들도 각자가 선정한 10대 뉴스를 정리해 보도합니다. 저도 우연한 기회에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는 설문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중복투표가 가능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뉴스가 많아 고르는 데 애를 먹었는데요. 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준비 부족으로 인해 파행으로 막을 내린 새만금 잼버리, 교권 침해 문제를 공론화시킨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시민 불안을 고조시킨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 동기 범죄 등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던 만큼 선택하는데 어려웠습니다. 후보로 올라온 다양한 사건들을 돌아보며 올해의 주요한 이슈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폭우 속에 벌어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등 안타까운 소식과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전 국민이 응원한 기쁜 소식들도 기억해야 할 중요한 뉴스였습니다.

 

10대 뉴스와 관련된 기사뿐만 아니라 올해의 주요한 이슈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민언련 보고서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잘못된 언론 보도를 지적한 민언련 보고서는 주요 이슈를 따라가는 언론의 영향으로 시기별 중요 사건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법이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제주 4·3과 광주 5·18, 홍범도 장군까지 역사 왜곡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지적한 보고서가 여러 건 작성됐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7년 차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든 사건을 전 정부 탓으로 몰아가는 보수언론 보도와 검찰 특활비 남용과 시행령 정치 등 검찰 문제 지적엔 소극적이며 받아쓰기에만 급급한 언론의 한계를 짚은 보고서도 다수 발표됐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올해도 반복된 것이죠.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뿐만 아니라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통해서도 올해의 이슈들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달의 좋은 보도상 후보작을 돌아보니, 올해는 저출생과 관련된 보도와 지역 의료 공백, 환경 문제와 관련된 좋은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깊게 살펴보려는 언론의 노력이 좋은 보도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작들은 이미 많이 아실 테니, 후보에 올랐던 좋은 작품들로 몇 편 소개하자면, 지구 환경 오염의 문제를 해양 중심으로 실증적으로 드러낸 KBS <다큐 인사이트> 끓는 바다, 지역의 의료 공백 문제를 심층 보도한 한겨레 <서울로 가는 암환자>, 7월 28일을 ‘인구위기 극복의 날’로 선포하며 저출생 문제에 앞장서는 EBS의 <다큐멘터리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등 기억에 남습니다.

 

비단 10대 뉴스에 사회적 이슈만을 정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연말에 가족들과 모여 각자에게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10대 뉴스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2023년 자신에게 일어났던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한 해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한 추억과 한 뼘 더 성장하게 만든 어려운 일들도 공유되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서다 이미지_서혜경.png

▲ 편지쓰는 이미지 Ⓒ픽사베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올해는 나만의 10대 뉴스를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바쁜 생활 속에 잊힌 소중한 기억을 되돌아보고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 혹은 친구들의 값진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떠나보내기 아쉬운 2023년을 기록하고,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질 설레는 2024년을 기대하며, 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혜경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서다 대표 이미지.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