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KBS 편파적이라던 보수·경제지, 박민 사장 만행엔 ‘입꾹닫’
등록 2023.11.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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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인사와 보도 논란으로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박민 신임 KBS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주요 간부를 교체하고, 주요 보도·시사·교양·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진에게 갑작스러운 하차를 통보했습니다. KBS 내부에서 무도한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KBS의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논란을 언론이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봤습니다.

 

박민 사장 보직·프로그램 인사 단행

편향성 논란에 편향 인사로 돌려막기

박민 사장은 구성원 동의가 필요한 주요 국장직을 제외한 KBS 본부장, 국·실장, 부장, 팀장급 170여 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박민 체제 KBS, 총선보도 요직에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출입기자들>(11월 14일 노지민 기자)을 살펴보니, 과거 보수정권에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 ‘김의철 KBS 사장 퇴진 요구 서명 운동’에 참여한 자,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비판한 서명 참여자, KBS 기자협회 활동을 압박한 자 등이 인사에 포함됐습니다.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을 받는 장 모 기자는 정치부 대통령실 담당 팀장으로 발령 났으며, 문재인 정부 당시 KBS 보도가 편향됐다고 비판했던 장한식 전 미래전략기획국장은 보도본부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KBS <뉴스9>는 이소정 앵커를 박장범 앵커로 교체했습니다. 박 앵커는 지난 7월 2일 ‘일요진단 라이브’ 클로징 멘트에서 돌연 고대영 전 사장의 해임무효소송 승소 판결을 언급하며 전 정부를 비판했었는데요. 고대영 전 KBS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 앵커는 2016년 7월 박근혜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에 침묵하는 자사 간부들을 비판했던 정연욱 KBS 기자를 비난하는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력이 있습니다.

 

인사 만행, 단순 전달한 보수·경제지…불법성 지적한 한겨레·경향

박민 사장의 인사에 언론마다 온도 차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KBS 사장 취임 당일에 메인 뉴스 간판 다 교체>(11월 14일 신동흔 기자)는 신임 사장이 주진우 라디오 진행자를 하차 통보하고, ‘더 라이브’를 편성 제외했으며, 문재인 정부 좌천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박민 사장 취임사를 전했는데요. 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도 박민 사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단순 전달하며 라디오 ‘편파 논란’ 진행자가 하차했고 공영방송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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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박민 사장의 인사 단행과 편성 변경을 다룬 신문 기사 제목(11/14~15) @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박민 사장의 인사 단행은 불법적인 문제를 비롯해 “자율성 침해 및 부당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한겨레 <군사작전 하듯, 초고속 방송장악>(11월 15일 이정국·박강수·고한솔 기자)는 “공영방송 장악에 가속페달을 밟은 셈”으로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해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주진우’ 씨의 편파 방송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박민 당시 후보자는 “조치하겠다”고 답했는데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특정 정당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 진행자를 바꾸는 것은 외압 때문이라고 밖엔 볼 수 없다”며 ‘비상식적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KBS ‘더 라이브’ 편성 취소의 경우에도, 경향신문 <‘더 라이브 폐지’에 KBS 시사교양 PD “방송법 위반 참사”>(11월 18일 강한들 기자)은 ‘KBS 시사교양 PD’들이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방송 참사”라고 비판하며 “지연 폐지” 결정 역시 프리랜서 보호를 위해 도입한 ‘계약 해지 한 달 전 통보 조항’을 위반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한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미디어오늘 <KBS본부, 박민 사장 방송법·편성규약·단협 위반 고발>(11월 20일 노지민 기자)에 따르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주진우 진행자 하차 통보의 경우 “방송편성의 자유·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제4조를 위반”했고,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더 라이브’ 편성 삭제 및 폐지 통보, KBS 메인 뉴스 ‘뉴스9’ 앵커 하차 등에 대해선 편성규약, 단체협약 22조 위반으로 고발 및 근로감독 청원을 제기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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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박민 사장의 인사 만행에 프로그램 폐지에 항의하고 있다.


진영별 인물 돌려막기 악순환 끊으라더니 지금은 ‘입꾹닫’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중앙일보는 탕평 인사를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었습니다. <사설/공영방송, 정파나 노조 편 아닌 국민 품으로 돌려주길>(8월 29일)은 “국내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앓아 왔다”며 “낙하산 인사와 노조 파업, 편파 시비나 적폐 청산 논란이 반복”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하며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선 우선 내부에서 진영별로 갈린 인물군을 돌려막는 악순환부터 끊어야” 하고 “정치권이 ‘방송 장악’이란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인사 조치와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준을 둔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9>, ‘땡윤뉴스’ 시작했다

7개 저녁종합뉴스 중 유일,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해

박장범 앵커로 교체된 첫 KBS <뉴스9>(11월 13일)은 어땠을까요? 미디어스는 <KBS ‘뉴스9’ ‘근로시간 개편’ 보도에 윤 대통령 등장…맥락은>(11월 14일 고성욱 기자)에서 저녁종합뉴스 중 KBS가 “유일하게 첫 두 꼭지로 한·미 안보협의회의 소식을 전했”으며 ‘정부 근로시간 개편 재추진’ 보도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 장면을 자료 화면으로 사용한” 유일한 방송사라고 짚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정책 혼선 속에 나온 회피성 발언인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대통령까지 나서 재검토를 지시했다”고만 보도해 비판적 견해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언론현업단체들은 박민 사장 체제의 KBS 뉴스가 ‘땡윤뉴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미디어오늘 <TV조선도 ‘행정시스템 마비’ 톱인데…KBS만 ‘땡윤뉴스’>(11월 18일 정철운 기자)는 “MBC·SBS·TV조선·JTBC·MBN·채널A가 17일자 메인뉴스에서 ‘초유의 행정 시스템 마비’를 첫 번째 리포트로 다루며 시민들의 불편을 전하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지만 “오직 공영방송 KBS만 APEC 정상회담을 첫 번째 리포트로 다루며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홍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네 번째로 나온 행정시스템 마비 관련 보도 역시 “타 방송사에 비해 제목부터 ‘톤 다운’된 모습”으로 “KBS뉴스를 두고 무비판적으로 대통령 홍보성 리포트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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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7 저녁종합뉴스 1~5번째 보도. KBS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행정시스템 마비를 톱보도로 다뤘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편파 보도 지적했던 조선일보, ‘땡윤뉴스’엔 침묵

보수 언론들은 KBS <뉴스9>의 보도 논란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박민 KBS 사장으로 바뀌기 전, 조선일보는 KBS 보도가 편파적이며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었는데요.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 주장을 전한 <KBS 아나운서의 ‘친여 편파 방송’ 9개월간 되풀이>(조선일보, 2021/2/8 신동흔 기자)는 주말 오후 2시 KBS1 라디오 뉴스를 진행한 김 모 아나운서가 임의적·자의적으로 방송한 사례가 있었다며 “집권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고의로 빼먹”었거나 여당 정치인의 뉴스 비중을 늘린 사례도 있었으며 “현 정권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내용은 축소·삭제하고, 여권 주요 인사 관련 기사는 확대”한 것은 “누군가의 묵인이나 방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KBS노동조합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KBS의 보도와 출연자 등을 문제 삼고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하며 “편파 방송은 공영방송의 존재 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는데요. 보도 분량이나 출연자를 문제 삼으며 편파방송이라고 지적하던 조선일보가 ‘땡윤뉴스’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방송장악이라는데, 공영방송 위상 지켰다는 이동관 위원장

조선일보 <“총선까지 방통위 마비시키려 폭주…가짜 뉴스 방치가 탄핵 대상”>(11월 20일 김윤덕 선임기자)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터뷰를 통해 작금의 KBS 사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동관 위원장은 “KBS 박민 사장의 부임 직후 9시 뉴스 앵커 등 진행자들을 교체”로 시끄러웠던 상황과 “작별인사 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후안무치”라고 평가하며 “박장범 앵커가 KBS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이 많”고 “정권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게, 비판할 건 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라”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청자도 생각이 같을까요? 미디어오늘 <KBS 사태 ‘정권 차원 방송장악 시도’ 52.8%>(11월 21일 장슬기 기자)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KBS의 최근 주요 시사 프로그램 편성 제외와 진행자 교체 등에 대해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시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하니 이분법적인 언론 상황을 그대로 두고만 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1월 13일~11월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한 ‘KBS’ 관련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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