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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쿠팡 노동자 사망, 무보도 속 넘쳐나는 홍보기사 이래도 되나
등록 2023.10.19 10:27
조회 235

쿠팡 하청업체 노동자가 10월 13일 새벽 배송 중 쓰러진 후 숨졌습니다. 그에 앞서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 노동자는 8월 10일 끼임 사고를 당한 후 숨졌습니다. SPC 계열 제빵공장 노동자와 쿠팡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를 포함해 노동자 부상 및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언론중재법 제4조(언론의 사회적 책임 등)는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공익을 대변하며, 취재‧보도‧논평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함으로써 그 공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노동자 부상‧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MBC‧종편3사·조중동‧경제지, 쿠팡 노동자 사망 무보도

60대 쿠팡 하청업체 택배노동자가 10월 13일 새벽배송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비대”가 사인으로 알려지며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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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뉴스(10/13~10/17)‧신문지면(10/14~10/18)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쿠팡 노동자가 숨진 후 5일간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방송 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기사를 모니터링했습니다. KBS가 5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다음으로 한겨레 4건, 경향신문 2건, SBS, JTBC와 한국일보 각 1건입니다. MBC, TV조선, 채널A, MBN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관련 보도를 1건도 내지 않았습니다. 모니터링 대상 언론사는 총 15개인데, 관련 보도는 14건이 전부입니다. 15개 언론사 평균도 약 0.9건으로 채 1건이 되지 않습니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이 수치로 증명된 것입니다.

 

쿠팡 노동자 사망 하루 전인 10월 12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쿠팡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및 과로 문제를 지적하고 쿠팡 대표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100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전한 것은 10월 13일 한겨레 보도 2건이 전부입니다. KBS는 전주, 청주, 창원, 광주 등 지역방송국에서만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노동자 사망 외면한 매경 ‘쿠팡 홍보’, 한경 ‘쿠팡 규제 철폐’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를 전하지 않은 MBC, TV조선, 채널A, MBN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중 2개 경제일간지는 각각 쿠팡을 홍보하거나 쿠팡 관련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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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홍보성 기사 낸 매일경제와 쿠팡 관련 규제 철폐 주장한 한국경제(10/18)


매일경제 <쿠팡 가전제품 무상수리,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10월 18일 박창영 기자)은 쿠팡이 “보증기간 내 가전제품에 대한 무상 수리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쿠팡 무상 A/S(애프터서비스)’를 론칭”했는데, “고객의 편의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제조사‧수리업체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쿠팡 신규 서비스를 홍보하며 신규 서비스가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이라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쿠팡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 홍보성 기사입니다.

 

한국경제 <사설/외국인에게도 총수 족쇄 … 이런 게 기업 괴롭히는 킬러 규제>(10월 18일)는 10월 1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규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총수 지정제에 따라 대기업 총수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상호출자 금지 등 이중 삼중의 규제망에 편입”된다며 총수 지정제의 악영향을 우려했습니다. “그동안 기업의 의사 결정은 총수 1인 지배력보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바뀌었는데도 총수 지정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가 남아 있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라며 ‘총수 지정제 철폐’를 주장했습니다.

 

쿠팡이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인 총수 지정 근거와 기준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연기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이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이 마련될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는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으로 미국과 통상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쿠팡은 현재 미국 국적의 김범석 대표가 아니라 쿠팡 법인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 특수관계인(총수 및 그 친족)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으로 총수가 지정되지 않은 기업집단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 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입니다. 쿠팡처럼 특수관계인이 지정되지 않은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비켜가게 됩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의 주식소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하여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총수 1인 지배력보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바뀌었으니 “(총수 지정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한국경제 주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SPC 노동자 사고 후 71일간 보도 전무

SPC그룹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 50대 노동자가 8월 10일 끼임 사고로 응급수술 받은 뒤 치료받던 중 숨졌습니다. 지난해 SPC그룹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20대 노동자가 숨진 이후 대대적인 SPC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허영인 SPC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국민 사과하며 “3년간 1천억 원을 투자해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재발방지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SPC 노동자 사고 발생 직후 71일간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방송 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기사를 모니터링했습니다. KBS와 한겨레가 각 13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다음으로 경향신문 11건, MBC 7건, SBS 6건, JTBC와 MBN 각 5건,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각 3건, TV조선과 매일경제 각 2건, 채널A와 중앙일보, 한국경제 각 1건입니다. TV조선, 채널A,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 약 4.9건에 못 미치는 적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SPC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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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뉴스(8/8~10/17)‧신문지면(8/9~10/18) ‘SPC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50대 노동자 사망에 앞서 2차례 노동자 끼임 사고가 발생해 이번이 3번째 사고입니다. 지난해 SPC 계열 SPL 제빵공장의 20대 노동자 사망 이후 2번째 사망 사고입니다. 허영인 SPC 회장이 재발방지와 안전경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죠. 사고 이후 8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샤니 제빵공장 긴급 시찰에 나섰고, 10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는 SPC 계열사 샤니 대표가 출석해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SPC 노동자 사고 발생 직후 71일간 15개 언론사의 1일 보도건수는 약 1건입니다. 언론이 해당 사고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선일보, SPC 노동자 사망 보도 0건→SPC 홍보‧칭찬 보도 9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SPC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한 기간 중 언론의 SPC 관련 보도 전체를 살펴봤는데요. SPC 노동자 사망 사고에 무관심했던 일부 언론이 SPC 홍보나 칭찬 보도에는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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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뉴스(8/8~10/17)‧신문지면(8/9~10/18) ‘SPC 홍보‧칭찬’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각 9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다음으로 매일경제 7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각 5건,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각 1건입니다. SPC 홍보‧칭찬 보도는 총 38건인데, 같은 기간 신문지면의 SPC 노동자 사고 관련 보도는 34건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SPC 홍보‧칭찬을 각 5~9건 보도했는데요. SPC 노동자 사망 사고를 각 1~3건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히 SPC 노동자 사망 사고를 1건도 보도하지 않은 조선일보는 SPC 홍보‧칭찬 보도를 9건이나 냈습니다.

 

SPC 노동자 사망 외면…중앙일보 “K-빵집 날개 달아”, 한경 “SPC 부스 오픈런”

경향신문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이해 못할 SPC의 ESG 등급>(8월 22일 홍기빈 정치경제학자)은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는 사고는 이미 누차 반복”됐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행한 ESG 평가”에서 “(SPC는) 특히 ‘S’(사회적 책임) 항목에선 계속 ‘A’”를 받았는데, “거의 최고 평가를 받아온 셈”으로 “이해 못할 SPC의 ESG 등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중앙일보 <“뚜레쥬르 100개, 파리바게뜨 139개” 미국서 K-빵집 날개 달았다>(8월 22일 김민상 기자)는 “SPC그룹 등 ‘K-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식품 기업이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파리바게뜨의 해외 점포는 미국‧영국‧중국‧싱가포르 등 480개에 달한다”는 홍보성 기사를 냈습니다.

 

한겨레 <“SPC 기계에 빨려간 죽음, 내딸 선빈이 마지막이길 빌었는데”>(10월 16일 장현은 기자)는 SPC 계열 SPC 제빵공장 노동자 1주기 소식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같은 날 한국경제는 <롯데·SPC·동서식품…외국인도 부스 ‘오픈런’>(10월 16일 송영찬‧안시욱 기자)<어느덧 7회 맞은 ‘청커페’ 가을 대표 축제 됐다>(10월 16일 이미경‧박시온 기자)에서 ‘청춘, 커피 페스티벌’ 소식을 전하며 “청년들이 많이 방문하니 활력이 넘치고 분위기도 밝아지는 것 같다”는 SPC 관계자 발언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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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SPC 홍보성 기사


SPC 노동사 사망 사고는 외면한 채 SPC 홍보‧칭찬 기사를 쏟아내는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들 언론에게 SPC 홍보‧칭찬 기사는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 모니터 대상

(1) 방송 : ① 2023년 8월 8일~10월 17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SPC’ 관련 방송 뉴스

               ② 2023년 10월 13일~17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쿠팡’ 관련 방송 뉴스

(2) 신문 : ① 2023년 8월 9일~10월 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SPC’ 관련 지면 기사

               ② 2023년 10월 14일~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쿠팡’ 관련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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