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이사회 끝내 사장 후보 낙하산 선출, 정당성 없는 박민 후보자는 물러나라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폭주한 KBS 이사회가 13일 박민 후보자를 KBS 사장 후보자로 최종 결정했다. 무리한 일정에 맞춰 진행된 KBS 사장 후보자 선출은 후보자의 범죄 이력 조회는커녕 시민자문단 평가제도와 같이 필수 불가결한 국민적 동의도 무시된 채 졸속으로 진행됐다.
합의된 원칙을 깬 비상식적인 투표 연기에 이사와 후보자의 사퇴까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출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KBS 이사회는 9월 20일 사장 임명 제청 절차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10월 4일 사장 후보 1인을 임명 제청하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인의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KBS 이사회는 10월 4일 최재훈·박민·이영풍 후보자 면접 심사와 최종 후보자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는 나오지 않았고 곧이어 박민·최재훈 후보의 결선투표가 진행돼야 했지만, 돌연 서기석 이사장은 선출 규칙을 무시한 채 결선투표를 6일로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5일, 결선투표 연기에 부동의한 여권 추천 김종민 이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경쟁자였던 최재훈 후보자 역시 ‘이사회의 정파적 표결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며 사퇴했다. 정권이 낙점한 박민 후보자만 남아 단독 후보가 된 것이다.
파행으로 점철된 KBS 이사회의 사장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오히려 1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통해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KBS 보궐이사로 추천했고,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을 재가했다. 김종민 이사의 사임으로 여야 5:5로 재편된 KBS 이사회가 낙하산 후보를 선출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긴급하게 이사를 임명한 것이다. 이동욱 이사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공영방송 KBS를 국영방송이라 언급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폄훼한 극우 인사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에 이어 김종민 KBS 이사까지 막말을 일삼는 비상식적 인사를 공영방송 이사로 추천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인가.
결국 비상식적인 투표 연기와 방통위의 갑작스러운 이동욱 이사 추천으로 KBS 이사회는 여야 6:5의 구도가 완성됐고,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았던 KBS 사장 선발 절차는 정권에서 낙점한 박민 후보자가 여권 이사 6인의 단독 표결로 선출되며 막을 내렸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의 친분이 언급되며, 김의철 전 사장이 부당 해임되기 전부터 내정설이 공공연히 돌았다. 공영방송의 경영을 주도할 KBS 사장의 자격요건으로 인맥이 우선 언급된 것이다. 공영방송과 연결고리가 없는 박민 후보자는 방송에 대한 전문적인 자질이나 능력 면에서 검증된 바 없다. 박민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검열이나 다름없는 게이트키핑 강화, 공정성 확립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자·제작자 배제 등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지키러 온 것이 아니라 파괴하러 온 것임이 더욱 명백해진다. 절차와 합의를 위배하며 선출된 박민 KBS 사장 후보자의 정당성은 이미 상실됐다.
공영방송 KBS는 정권의 것이 아니다.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며, KBS는 공정한 보도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공적 자산이다. 박민 후보자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폭주를 멈춰라.
2023년 10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