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빌미로 한 윤석열 정권의 전방위적 언론탄압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 권한을 남용해 언론자유의 핵심인 보도 내용을 대상으로, 직접 의혹 제기를 한 것도 아닌 인용보도한 데 대해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징계를 무더기로 남발하고 노골적인 편파 심의를 벌이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추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권의 보위를 위한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것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월 25일 전체회의에서 녹취록을 단순 인용보도한 KBS, JTBC, YTN에 최고 수준 징계인 ‘과징금’을 의결했다. 이어 10일 만인 10월 5일에는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같은 이유로 MBC, JTBC에게 또다시 과징금을 의결하고 MBC,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법정제재인 ‘주의’, TBS에는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반면, 유사한 내용으로 인용보도한 TV조선·채널A·MBN등 보수종편채널에는 큰 영향이 없는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의 자유만을 보호하는데 앞장선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또하나의 사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번 의결은 9월 초부터 진행된 ‘정권 하청 언론 검열기관’이라는 비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앞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9월 4일 국회에 출석해 뉴스타파 보도를 “중대범죄이자 국기 문란행위”라고 규정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독립기구이며, 방송통신위원회에는 내용심의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동관 위원장의 허언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이동관 방통위원장 발언 하루 만인 9월 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여권 추천 허연회 위원이 돌연 ‘국회에서 논란이 된 내용’이라며 긴급심의를 제안하자,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이 불참하고 김유진 위원이 긴급심의에 반대해 퇴장한 상태에서 여권 추천 허연회·황성욱 위원 두명이 찬성해 긴급심의를 결정했다. 이후 9월 25일 최종 의결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위원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방송심의소위원장을 겸하며 10월 5일 또다시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의 하부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신문인 뉴스타파를 심의할 권한이 없지만, 대신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보도한 정권 비판적 방송사들에게 심의 칼날을 휘둘러 무더기 제재를 내린 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반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군사독재정권 국가 검열 시대로의 회귀가 냉소만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언론 자유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정권 비판적 보도에 대한 중징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법원에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모두 취소시킨 바 있다.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경고한다. 극단적 정치편향에 기초한 무더기 중징계 남용은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악화시키고 방송심의 처분의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킬 뿐이다. 즉각 언론자유 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국회에도 요구한다. 국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치 후견주의 악습을 차단할 방법을 마련하라.
2023년 10월 6일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