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공영방송 사장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KBS 이사회는 졸속 사장 선출 중단하고, 시민참여단 평가 보장하라국민적 공분에도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공영방송 장악 폭주는 도저히 주저함이 없다. 법과 절차는 둘째치고 이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민도 배제하고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에게 맡기고자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적으로 KBS 이사회를 장악하자마자, 김의철 사장을 해임하더니 이제는 보궐 사장 선출까지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되기 전부터 차기 사장 낙점설이 돌더니, 강압적인 사장 해임에 맞춰 시민 참여는 배제한 사장 선출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KBS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권 이사들은 보궐 사장 선임을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인, 10월 4일까지 마무리 짓겠다며 졸속으로 사장 선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KBS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을 해임한 바로 다음 날 사장 후보 공모를 시작하였으나, 여야 추천 이사 4인으로 구성된 ‘사장 선임 협의체’는 두 차례에 걸친 논의에도 다수 여권 이사(서기석·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의 반대로 시민자문단 평가제도와 사장 선임 절차와 기간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했다. 합의안도 없이 시작된 사장 후보 공모는 25일 마감되고, 후보자 서류 심사와 3배수 선정은 이틀 후인 27일, 최종 면접 및 임명 제청은 다음 달 4일로 끝난다. 긴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KBS 사장 후보자 검증 기간이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을 졸속으로 해임하던 KBS 이사회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마저 시간에 쫓기듯 필요한 절차마저 무시하며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사장 후보 검증은커녕 제대로 된 인사인지 파악조차 힘든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대표 임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민자문단 평가제도가 사라진 건 심각한 문제다. 시민에 의한 공영방송을 위해 시행하던 공영방송 선임 절차에서 시민자문단 평가제도를 없애버린 것은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KBS 사장 선임 시 시민자문평가단 제도를 도입한 것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고 공영방송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였다. 사장 후보자가 시민자문단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열고 자질과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인 시민자문단 평가제도는 이사회가 갖지 못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해 왔다. 게다가 KBS가 국민에게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만큼 공영방송의 수장이 되기에 앞서 국민적 동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현 KBS 이사회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선임하기 위해 선임 일정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국민의 평가를 아예 원천 봉쇄했다.
민언련은 그동안 권력의 부당한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란 원칙을 확고히 하고, 지배 구조와 운영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거듭 천명해왔다. KBS 이사회는 사장 공모에서 지원자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라. 그리고 후보 압축 이후 시민이 사장 후보자들의 공영방송 철학과 공적 책무를 듣고 자질과 능력을 따질 수 있는 시민자문단 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라. KBS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시민자문단 평가제도를 무력화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공영방송 사장은 시민이 뽑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킬 때, 공영방송으로서 KBS 생존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9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