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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집회, 조선일보 극찬은 진심일까
등록 2023.09.06 14:41
조회 209

교사들이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기리며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집회를 열었습니다. 교사들은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요구하며 ‘공교육 정상화’,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를 촉구했는데요.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교육부는 집단행동을 위한 연가·병가 사용이나 재량휴업일은 위법이라 강조하며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잇따른 교사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며 비통한 분위기 속에 교사들은 집회에 적극 참여했는데요. 9월 2일 ‘7차 추모집회’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추모집회’에 ‘질서’ 강조한 조선일보

교사들은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9월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7차 추모집회’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주최 측 추산 2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는데요. 그런데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나 요구사항 대신 엉뚱하게도 집회 질서에 주목한 언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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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추모집회의 ‘질서’를 강조해 보도한 조선일보(9/4)

조선일보는 1면에 <‘집회의 교과서’ 보여준 교사들>(9월 4일 주형식·김승현 기자)을 싣고 “시위 현장마다 등장하는 정치인, 민주노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쓰레기·폭력 등 민폐도 없었던 3무 집회였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언론이 공교육 멈춤의 날과 연가 투쟁에 주목할 때, 조선일보는 ‘집회 질서’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5면 <자체 질서요원 뽑고, 시간도 딱 지켜...경찰 “집회하려면 이렇게”>(9월 4일 김승현·김연주 기자)에서도 민주노총 1박 2일 시위와 비교하거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관 추정 글을 인용하며 “교사들의 질서 있는 집회 문화”를 칭찬했습니다. 교사들이 거리로 나온 목적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교권 보호’ 등은 기사 말미에 언급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집회 목적보다는 ‘집회 질서 유지’와 ‘노동조합 배제’가 더 감명 깊었던 모양입니다.

 

교원노조에 정치색 덧칠하며 책임 전가

집회 질서를 중시한 조선일보는 추모집회에 정치색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설/정치가 끼지 못하게 막아야 일이 된다는 걸 보여준 교권 운동>은 “여야가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교원지위법’ 등 교권 보호 관련 법안 4개”를 모처럼 신속하게 합의 처리했는데, “교권 회복 운동을 주도한 세력이 ‘탈정치’를 원칙으로 내세운 단체였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일체의 정치색을 배제”한 단체가 주도해 “정부, 여야 상대 협상력도 커졌”다는 주장인데요. 정치가 끼지 못해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끼지 못해서 협상력이 커졌다는 주장과 달리 조선일보 논조는 국민의힘과 맥을 같이 합니다. 세계일보 <여 “학생 인권만 강조한 단체”에 전교조 강력 반발 “편협한 인식…수치스럽다”>(9월 4일 김동환 기자)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유독 학생 인권만 강조한 특정단체, 신성한 선생님을 스스로 노동자로 격하시킨 단체의 책임이 있다”며 “선생님들이 노동자임을 자처하는 단체 때문에 교육 현장이 망가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나 정부·여당 모두 현재 언급되고 있는 교육 문제의 책임을 교원 노조에 돌린 것인데요. 사건 초기부터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며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의 관점에서 놓고 편 가르기 도구로 사용했던 방식을 되풀이한 것으로, ‘노동조합’이라면 백안시하며 탄압 대상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자발적 집회에 ‘정치색’ 언급, 교사들 “아예 안 듣는구나”

그러나 교사 노동조합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이나 정치색이 있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데요. 그럼에도 교사 단체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자발적 참여로 추모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교사들 분노에도 ‘색깔론’ 적용? “아예 우리 목소리 안 듣는구나…”>(9월 4일 한예섭 기자)는 “국민의힘 측에서 추모집회에 대한 ‘전교조 개입설’ 등을 꺼내 들면서 현직 교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20대 초등교사 A 씨는 “공교육 멈춤의 날 얘기가 나온 이후 안 그래도 (참여 중단을 경고하는) 지시사항이 굉장히 많이 내려와 압박을 받았”는데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정치색 같은 것까지 언급하니까, 아예 우리 목소리는 듣지도 않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라며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모집회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최를 한 것으로, 교직단체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교권을 회복하고 억울한 교사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집회에 ‘정파성 논란’을 들이대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정치권이나 서울신문 <사설/ 전교조, 교권 회복 논의 앞에 설 자격 없다>(9월 4일)처럼 잘못된 주장을 늘어놓는 부적절한 보도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한국경제, 문화일보 등 “수업권 볼모로 한 불법집회”

교권 회복을 위해 나선 교사 집회에 학생의 ‘수업권’을 언급하며 위법을 부각한 보도도 있습니다. 한국경제 <사설/학교 멈춘 하루, 교육 정상화 출발점 삼자>(9월 5일)는 추모집회 참석 교사들에게 “수업권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보다 정부 학부모 학생 등 이해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과거 전쟁통에도 학교를 멈추지 않을 정도로 교권 못지않게 수업권도 존중받아야 할 핵심 가치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집단행동”이라며 “불법을 밥 먹듯 하는 정치색 짙은 특정 교원단체가 주도하지 않아 정상 참작 여지가 있지만, 위법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상적 교육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집단 연가 사용은 분명히 우회파업”이라며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의무·성실의무·직장이탈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화일보 <사설/극단 선택 교사 49재 추모해도 ‘교육 파업’은 접으라>(8월 29일)도 “추모와 교권 회복을 거듭 촉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까지 용인될 순 없다”며 “‘교육 파업’은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추모는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집단 추모를 하더라도 방과 후”에 하라며 무너져 내린 교권을 회복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동료 교사를 슬퍼하는 방식마저도 제재하고 추모조차 통제하려는 강압적인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연가 투쟁의 절박함, 교사의 목소리 경청해야

하지만 학교에 ‘재량휴업 금지령’을 내리며 학생의 수업권을 보호하지 않은 것은 교육부입니다. 많은 교사가 추모를 위해 출근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임시 휴업일을 지정해 대체 수업일을 확보하는 게 교육과정 파행을 막는 것이었는데요. 교육부는 오히려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반감을 갖고 재량 휴업일 금지, 연가·병가 신청 시 징계 등을 내세우며 추모 열기를 억제했습니다.

 

한국일보 <사설/또 교사 2명 사망... 연가집회 엄단한다고 될 일 아니다>(9월 4일)는 “교사들이 오죽하면 연가까지 쓰려는지 그 취지를” 살펴야 한다며 “지방에서 휴일까지 반납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들에게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교육은 하루도 멈추면 안 된다’지만, 학생들의 수업권은 일정 조정 등으로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었다며 “추모집회의 물리적 대응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부족한 해법들을 메워”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학교가 지속될 수 있는 근본 대책 필요

최근 나흘 새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어하던 또 다른 교사 3명이 숨졌습니다. 한겨레 <교사들, 징계 각오하고 거리로…“동료 죽음이 벌보다 두렵다”>(9월 4일 조윤영·이승준 기자)에서 교사들은 “징계나 고발보다 변하지 않을 교실이 더 무섭다”고 입을 모으며 “아이들 생각하면 오늘 하루 비우는 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길게 봤을 때 (학교에 나가는 것은) 교사를 위한 게 아니”라며 “교육이 가능한 학교와 교실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경제>처럼 “집단 우울증에 시달릴 지경이라지만 교사들의 소명 의식 희석과 일부 특권의식이 교권 추락을 자초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거나 <국제신문>처럼 “교권이 아무리 중요해도 학생의 학습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교권과 학습권을 상호대립 구도에서 바라보는 비뚤어진 언론의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악성 민원에 스러져 가는 교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언론은 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무너진 교권이 회복될 때 악성 민원으로 교육을 침해받던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권 역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언론이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를 심층적으로 담아내고, 백년대계인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교육 정상화에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9월 4일 ~ 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빅카인즈에서 8월 1일 ~ 9월 5일까지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관련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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