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민언련은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향해 전방위로벌어지고 있는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미디어·시민사회·정부·국회 등에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2월 3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습니다. 신미희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위원장(민언련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수정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팀장(중앙대 강사)이 민언련 활동가들과 함께 분석한 2차 가해 언론보도 분석결과 및 2차 가해 유형을 발표했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대한변협 생명안전특별위원회 위원)와 김지미 변호사(민변 2차 가해 대응팀장), 이유진 경향신문 기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주제발표와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를 싣습니다. |
토론요지
법적 대응 위해 특정된 증거 필요 오세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생명안전특별위원회 위원)
2차 가해는 언론보도, 악성 댓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 폭언 등이 있다. 법률적 대응 방법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고소고발이 있고 손해배상이 있다. 아주 긴급할 때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법은 최후수단이고 그 전에 사회적인 여론, 도덕적인 평가로 막는 게 좋은데 그 단계를 지난 것 같다. 대한변협이 법률 지원을 하는데, (2차 가해에 대해)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이라는 특정된 증거가 꼭 필요하다.
2차 가해 영상, 올리지 못하게 해야 김지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률지원TF 2차 가해 대응팀장)
한 극우 유튜버가 영상에서 2차 가해를 하고 고소해보라는 식의 도발을 하면 ‘고소를 당했다는 걸로 ‘어그로’를 끌겠구나, 사람들이 또 와서 돈을 주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극우 유튜버에게 수천만원 남는 장사가 되는 거다. 저희들의 결론은 영상을 아예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 영상을 차단하고 채널을 없애 버리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고 민변 대응 팀에서는 그런 쪽으로 기조를 정했다. 과거 N번방 사건 때 법률지원단에서 ‘구글의 자동검색, 완성기능을 못하게 해 달라, 피해자들을 찾아내지 못하게 해 달라’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구글코리아에서 본사에 적극적으로요청해서 법률지원단의 요구를 수용하게 만든 사례가 있다. 이번에 동일하게 해 보자고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영상을 통한 2차 가해는 결국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있어야 하기에 국회의 다양한 논의를 기대한다.
언론, 포털 탓만 하지 말라 이유진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사건팀의 한 후배기자가 “참사 당일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단 10분을 요구하고 싶다. 재난보도준칙을 읽고,
우리는 왜 이 취재를 해야 하는가 논하는 10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9년이 지났고 지금 사건기자들은 참사 취재 경험이 없다. 기자들에게는 경험 있는 선배기자들의 조언과 준칙 숙지가 중요한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기자들은 과거의 교훈을 전승받지 못한 채 재난보도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다시 써야 했다. 정신과 의사들이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소통, 치료, 사회적 지지를 꼽았다. 소통은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공동체가 충분히 나눠야 된다는 것이고 사회적 지지는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트라우마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 하나의 댓글에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2차 가해를 방관하지 않고, 연대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언
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언론이 포털 탓만 하지 말고 혐오 댓글 삭제, 댓글창 폐쇄, 경고문구 삽입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
‘2차 가해자는 소수’라는 메시지 줘야 홍주완 뉴스타파 기자
2차 가해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서울시, 국무총리실, 대통령실을 접촉했으나 아무 입장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유가족 면담에서 2차 가해 집회를 여는 신자유연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한 번도 신자유연대를 접촉한 적이 없다. (정부가 2차 가해와 관련해) 제도를 떠나 메시지를 내야 한다. 댓글창을 막고 집회를 해산시키는 게 전부가 아니다. 2차 가해를 하는 이들의 생각이 우리 사회 주류가 될 수 없고, 단지 소수의 생각일 뿐이라는걸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이들은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니고 정부 잘못의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기에 2차 가해를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저질 콘텐츠 도태되는 환경 만들어야 서수민 서강대 교수
2차 가해를 분류하자면 첫째, 언론 본연의 핵심 업무인 팩트체킹과 뉴스가치 판단을 못해서 일어난 2차 가해가 있다. 이걸 개선하려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일본 NHK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자정에 재난재해 보도 연습을 한다. 이 순간 여의도 한복판에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시청률에 목매이지 않고 기본을 지키는 언론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둘째, 언론은 본연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독자나 피해자, 유족들이 보기에는 2차 가해인 것이다. 막말 인용이 그렇다. 셋째, 언론은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다. 블러 처리가 대표적이다. 넷째, 언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 댓글이 해당된다. 입법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뉴스문해력 향상과 공론장 강화 같은 자정능력으로, 저질콘텐츠가 있더라도 도태되는 환경을 만드는게 답이 아닐까. 언론인들도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언론 내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유가족들이 중복된 인터뷰에 고통스러워 하니까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취재내용을 자발적으로 공유한 기자들이 있다. 인터뷰할 때 정신과의사들한테 ‘이렇게 물어도 될까요’ 확인하는 기자도 있다. 언론인들의 직업적 양심도 믿고, 시민사회와 함께 대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길 바란다.
무책임한 행정이 2차 가해로 이어져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책임 있는 기관장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가가 사과하지 않고 책임자들이 책임지지 않으니 책임의 화살이 희생자,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돌아갔다. (정부가) 참사 이튿날 위로금, 장례비 등 지원금 액수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로 인해 사과 및 진상규명을 바라는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렸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무책임한 행정으로 피해자들이 특혜받는 이들로 낙인찍히는 2차 가해로 이어진 것이다. 재난 피해자 지원책을 발표할 때 인권을 고려한 명확
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명시된 위기관리 매뉴얼, 기능별 재난대응 활동계획에 가이드라인도 포함해야 한다. 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의무화하고 정부의 공식 브리핑을 피해자 중심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 역시 매뉴얼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2차 가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 국가가 재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니 2차 가해를 일삼는 이들에게 ‘그래도 된다, ’‘희생자들은 그렇게 대접받아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걸 정부 스스로가 보여주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바라보는 태도가 불러온 지금의 사태, 정치의 무능함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이주영씨 아버지)
■ 마무리 발언
사회적 지지와 연대 절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이주영씨 아버지)
처음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굉장히 두려웠고 인터뷰도 힘들었다. 기자 분들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어떻
게 표현할까, 두려움이 있었다. 어떤 기자 분이 “공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줬는데 그때부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유족들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정말 필요하다. 언론이 그런 목소리를 계속 내주신다면 2차 가해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될 것이다. 지금의 2차 가해 문제는 정부에서 방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부추기고 저희들을 공격하는 현상을 많이 봤다. 정치권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다르게 반응한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으면 이렇게 심각해 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도록 언론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3년 봄호(통권 224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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