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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빠진 ‘이권 카르텔 수해복구’ 보도, 대통령 발언 동조와 다름없다
등록 2023.07.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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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로 전국에 큰 피해가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수해 지역을 찾아 빠른 복구를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월 1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수해복구 가용 재원으로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삭감해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여권 내부에서도 ‘재난의 정쟁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대다수 언론 보도는 대통령 지시만 일방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수해복구에도 언급된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대통령 ‘이권 카르텔’ 발언, 비판 없는 전달

수해복구 비용으로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대통령 발언을 적극적 피해지원 의지로 보도한 언론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윤 대통령 “이권 카르텔 정치 보조금 폐지...수해복구에 투입”>(7월 19일 김동하 기자)는 윤 대통령이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약 25분간 모두발언을” 했는데 “‘보조금 폐지’를 언급할 때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비공개회의에서도 “이권·부패 카르텔의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지시하며 “이런 데 돈 쓰려고 긴축재정 한 것”, “국민 눈물 닦는 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해 전했습니다.

 

한국경제 <윤 “이권 카르텔 보조금 수해복구에 투입하겠다”>(7월 19일 오형주 기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노동조합·시민단체 등에 지난 3년간 지원한 10조 원 규모 보조금을 절감해 재난 지원같이 꼭 필요한 곳에 투입하자는 취지”라고까지 해석했는데요.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으며 “‘보조금 카르텔’을 언급하면서는 작심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더 높였다”는 표현으로 윤 대통령 의지를 부각했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서는 SBS·JTBC·TV조선·채널A·MBN이 윤 대통령의 지시만 단순 전달하는 보도를 내놨는데요. 수해복구에 적극 나선 듯한 대통령 모습 부각에 열중했지만, 민간단체 보조금과 수해복구 비용을 무리하게 연결한 발언에 반대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언론은 상반된 의견이 있다면, 한마디라도 언급하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엔 그마저도 사라지고 대통령 발언 전달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수해복구에 특정 재원을 사용하라며 정쟁화를 부추기는 윤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짚지 않는다면, 이를 옹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절박한 현안에 정치적 용어 동원 부적절

KBS와 M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KBS <“이권 카르텔 보조금 폐지해 수해복구에”>(7월 18일 우한솔 기자)는 윤 대통령이 수해복구의 “구체적인 재원으로는 ‘이권 카르텔’ 보조금 삭감”을 들었다며 “수능 등 현안마다 ‘이권 카르텔’을 비판했던 윤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해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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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보조금으로 수해 복구하라고 지시하는 윤 대통령(MBC, 7/18)

MBC <수해에도 또 ‘카르텔’..“참사에도 들먹이나”>(7월 18일 조희형 기자)는 “윤 대통령이 그간 시민단체와 노조, 공직 사회의 ‘이권 카르텔’ 해체를 강조해 오긴 했지만, 수해 지원을 위한 재정 마련 방안으로 보조금 폐지를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여권에서도 절박한 현안에 정치적인 용어를 동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정치적 용어인 이권 카르텔과 절박한 현안인 수해복구를 엮었다며 이런 메시지를 낸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주장과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은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신문에서는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가 비판의 목소리를 실었는데요. 동아일보한국일보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비판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경향신문 <재난 앞 대통령의 ‘공감 부족’...여야 막론한 쓴소리 빗발>(7월 19일 조미덥·이두리 기자)은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이르는데, 정부 최고책임자로서 사과도 없이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고 수재민을 만난 현장에서 산사태를 가볍게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재난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수해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법령·계정 분류도 다르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설/‘카르텔’·‘4대강’, 최악 수해에도 국민 갈라칠 궁리만 하나>(7월 18일)는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이권 카르텔로 지목해 온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이번 수해를 계기로 모두 없애겠다고 전격 선언”했다며 “참으로 기발하다”고 힐난했습니다. 더불어 “수해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를 곧장 연관시킨 대통령의 발상과 발언은 너무나 조악하고 억지스럽다”며 “수해와 보조금 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수해복구에 필요한 재난 관련 재원 및 예비비와 민간단체 보조금은 근거 법령이나 계정 분류도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참에 ‘미운 놈 때려잡자’는 식으로 다짜고짜 ‘보조금 전부 폐지’를 선전포고하듯 선언”한 것은 “평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을 끊기 위해 수해라는 국민적 재난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고 지적했는데요.

 

민중의소리 <사설/이권 카르텔 깨서 수해지원? 대통령 한심하고 한가하다>(7월 19일)도 “재정 운용의 기본에도 어긋난 원칙을 모르는 궤변이자, 수해복구의 심각성을 망각한 한심한 발언”이라고 꼬집으며 “국가 예산이라는 것이 대통령이 가져다 쓰겠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가 재정을 개인 소유의 통장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조악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수해복구와 피해지원은 당장 재정을 투여해야 할 긴급한 문제”인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보조금을 폐지하고 환수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환수될 보조금 재정의 규모도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이 고통받는 재난 앞에 그런 발상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얼마나 한가한 생각”이냐고 일갈했습니다.

 

수해복구 급한데, 재원은 ‘이권 카르텔’에서만?

수해복구 재원 충분하다는 중앙일보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과 수해복구 예산을 연계한 발언에 중앙일보는 “가용예산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압박에 선을 그었다”고 전했습니다. <수해복구 추경에 선 그은 정부 “예비비 등으로 가능”…야당 “편성해야”>(7월 19일 정진호·김은지·황수빈 기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땐 사유·공공시설 피해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하는데 “올해 예산 기준으로 3790억원가량을 쓸 수 있”고, 1조원에 달하는 행안부 재난안전특별교부세에 기재부의 재난대책을 위한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예비비까지 합치면 총 4조6000억원까지 재원이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가재정법에 따라 비상사태 때는 내년도 예산 1조 5000억 원을 끌어와 사용할 수도 있다”며 재난으로 인한 추경은 태풍 관련 세 번뿐이었으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피해 규모가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한 기재부 관계자의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스 <수해복구도 카르텔 척결로 하겠다는 “전근대” 정부>(7월 19일 송창한 기자)는 추경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수해복구를 위해 보조금을 끊겠다는 윤 대통령 발언과 상충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수해복구를 위한 예산이 충분하다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다른 계정의 예산까지 끌어다가 쓰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불필요한 지시이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수해복구 위해 추경 나서야

반면, 추경을 통해 수해복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언론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수해복구·예방비 추경하고 농축산물값 폭등 대비해야>(7월 18일)는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 없이 ‘카르텔 척결’을 통한 보조금 구조조정만 강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는데요.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되고, 국가 보조금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건 중요”하며 “부패 카르텔을 일소하겠다는 대통령 의지도 존중”하지만, “보조금 폐지로 확보되는 예산은 일러야 내년 초 투입이 가능”하다며 “수해복구비는 신속한 집행도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기재부가 밝힌 예산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만으로도 수조 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대규모 수해에는 “여러 차례 추경을 편성해 대응”해 왔다며, 대통령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여야는 수해복구와 예방, 민생 구제를 위한 추경 편성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현령비현령, 윤석열 정부의 카르텔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부는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신속하게 수해복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한 재원으로 재해를 복구하겠다는 주장은 부적절한데요. 정확히 추계 되지 않은 불명확한 재원일뿐더러 계정 분류가 다른 예산을 전용하기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해 긴급하게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 <윤 “우리는 반 카르텔 정부…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는 7월 3일 신임 차관 임명장 수여 뒤 오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반(反) 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전 정부’, ‘사교육’,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자신이 부정·부패로 판단한 집단에 ‘이권 카르텔’ 딱지를 붙이고 있습니다.

 

시사IN <카르텔 향한 어퍼컷, 전 부처의 검찰화?>(7월 17일 김은지 기자)는 “카르텔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다 보니 윤 대통령이 “가리키는 ‘카르텔’이 뭔지 여전히 뿌옇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른바 ‘카르텔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윤석열 정부에 의해 ‘카르텔’이라고 악마화된 대상은 그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한 낙인찍기 피해를 계속 입고 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부적절한 상황에서조차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정쟁화에 나선다면, 언론은 그대로 받아쓸 것이 아니라 부당한 낙인찍기를 지적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춘다면, 동조나 다름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7월 18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2023년 7월 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2023년 7월 18~1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권 카르텔’로 검색한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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