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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폐수 투기 한국만 난리? 네이처·사이언스 심각한 우려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폐수(nuclear wastewater·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가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정부와 여당은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런 가운데 6월 2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은 “미국·캐나다·북한·중국도 아니고 오로지 여기 대한민국만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운동권 출신 횟집 사장’ 함운경 씨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정작 세계 양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 사이언스지는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에 대한 해양학자들의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운동권 전향인사’ 투입한 핵폐수 ‘괴담몰이’
6월 28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함운경 씨는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 반대 움직임에 대해 “과학과 괴담만의 싸움이 아니라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라며 “미국·캐나다·북한·중국도 아니고 오로지 여기 대한민국만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함운경 씨의 주장은 ‘전직 86운동권 그룹의 대표적 인사’이자 ‘횟집 사장’의 발언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운동권에겐 레닌·주체사상보다 쓸모있었던게 반일 감정”>(6/29, 김태준 기자)에서 함운경 씨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으며, 중앙일보는 <“오염수 괴담, 내 횟집 손님 끊길 판”>(6/29, 강보현 기자)에서 함운경 씨가 운영하는 횟집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썼습니다. 이 밖에도 경향신문, 문화일보, 매일신문, 국민일보, 서울경제, 연합뉴스, SBS 등이 함운경 씨의 발언을 온라인 또는 지면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세계 과학저널, 후쿠시마 핵폐수 논쟁적으로 보도
양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 사이언스지가 이 논란을 다루는 방향은 한국 일부 언론과는 딴판입니다. 사이언스지는 2023년 1월 24일자 <반대에도 불구, 일본 정부는 곧 후쿠시마 핵폐수를 태평양에 버리려고 한다(Despite opposition, Japan may soon dump Fukushima wastewater into the Pacific)>에서 과학계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해양학자 켄 뷰슬러는 “도쿄전력의 보증이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하와이대학 해양생물학자 로버트 리치몬드는 생물 농축의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저농도 방사선 측정 전문가인 페렌츠 달노키-베레스 박사는 핵폐수 정화 필터인 ALPS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네이처 역시 함운경 씨의 강연이 있기 며칠 전인 6월 22일자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는 안전한가?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Is Fukushima wastewater release safe? What the science says)>에서 핵폐수 방류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네이처는 “지난해 미국 국립해양연구소협회가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며, 사이언스에도 소개된 로버트 리치몬드와 도쿄대학 대기해양연구소 해양학자 오토사카 시게요시를 인용해 생물 농축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이 학자들이 함운경 씨의 주장처럼 ‘반일민족주의’에 빠져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한국보다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방사성 물질이 더 빠르게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입니다. 이들은 이미 2차대전 종전부터 1963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이 체결되기 이전까지 미국, 프랑스 등이 태평양에서 벌인 핵무기 실험으로 큰 피해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14개 태평양 국가들이 소속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가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후쿠시마 핵폐수에 대한 우려를 ‘한국 내 괴담’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기사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사실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