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비난한 보수·경제지, 누가 거부권 유도하는가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5월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지 3개월 만입니다. 노동계는 환영 성명을 내고 여당(국민의힘)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처리 협조를 촉구했지만, 국민의힘과 재계는 유감을 표하며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경향 “정부‧여당 협조하고, 거부권 남용 말아야”
신문의 노란봉투법 보도태도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2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2월 21일)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대 보수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는 부정적인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긍정, 한국일보는 중립적 태도를 보였는데요.
한겨레 <원청 교섭 등 노동권 보장 담아…8년만에 본회의장 문턱에>(5월 25일 김해정‧임재우 기자)는 노란봉투법 내용과 추진 계기, 노동계와 재계 입장, 향후 전망을 고루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와 더불어 4면 <본회의 가는 노란봉투법>에서 향후 전망을 비롯해 노동계와 재계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후 의결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노란봉투법도 본회의 통과 후 거부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여권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거부권 정국’이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야는 노사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 처리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여당의 법안 처리 협조를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습관처럼 ‘묻지 마 거부권’ 행사로 국정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노란봉투법 법안소위‧환노위‧본회의 직회부 의결 당시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주요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연속 거부권 행사 부담, 대통령 거부권 유도”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를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균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야,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또 대통령 거부권 유도>(5월 25일 김상윤 기자)는 제목부터 ‘야당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이 또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했다’고 주장합니다. “(노란봉투법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는 경제계 반대가 계속돼 왔다”면서도 노동계 찬성 입장은 전혀 싣지 않았습니다.
“여러 법리상 문제와 노동 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하고 “파업만능주의로 귀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다룰 때는 양측이 가진 사회‧정치권력을 고려하여 사실에 기초해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칼럼도 아닌 일반 기사에서조차 철저히 정부‧여당과 재계 입장만 대변했습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앞선 주장을 더욱 강화하며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표가 되는 노조에 생색을 내면서 대통령에겐 연속 거부권 행사라는 정치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는데요.
동아일보 <야 노란봉투법 직회부 대통령실 거부권 방침>(5월 25일 허동준‧권구용‧전주영 기자)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는 일종의 ‘대통령 거부권 유도 공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고 있는 셈”, “(민주당이) 대통령에겐 연속 거부권 행사라는 정치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계산”이라는 조선일보 보도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부의되려면 한 달 정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숙려기간 동안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이 첨예한 노란봉투법을 원만하게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해야 타당할 겁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있는 게 과연 누구인지 의문입니다.
경제지 “파업조장법”, 노골화된 노란봉투법 혐오
△ 노란봉투법을 ‘무제한 파업법’이라 명명하며 혐오 숨기지 않은 한국경제(5/25)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일간지의 노란봉투법 혐오는 본회의 직회부 의결 후 한층 노골화했습니다. 매일경제 <기업 절규에도…야 ‘파업조장법’ 폭주>(5월 25일 서동철‧이진한‧정승환 기자)는 “기업 절규”를 강조하며 노란봉투법을 ‘파업조장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재계와 산업계 입장은 실었지만, 노동계 입장은 싣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사설에서도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마저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며 기업 고통만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 <수세 몰린 야 ‘무제한 파업법’ 강행…여 “헌재 심판” 맞불>(5월 25일 양길성 기자)은 노란봉투법을 ‘무제한 파업법’, 같은 날 사설에서는 “대한민국을 불법 파업 공화국으로 몰아넣는 ‘민주노총 맞춤형 법안’”이라 명명하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파업투쟁 이후 사측의 손배‧가압류로 궁지에 몰린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씨는 2003년 분신한 뒤 숨졌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이후 사측에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노동자들은 또다시 궁지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판결 이후 시사IN에 두 아이의 엄마 배춘환 씨의 편지가 도착했고, 배춘환 씨가 보내온 4만 7천 원을 시작으로 모금 캠페인 ‘노란봉투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 7000원’이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시작입니다.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의결까지는 8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의 아픔이 더해졌습니다. 그러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보도엔 기업의 절규와 고통만 보일 뿐, 노동자의 절규와 고통은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당 국면전환용? 국민의힘 성명과 똑같은 한국경제 주장
한국경제는 5월 25일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건 2015년”인데 “이제서야 강행 처리한 것은 당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원 코인 보유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 카드로 노란봉투법을 꺼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회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야당의 입법 폭주는 민주당의 ‘돈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한국경제 분석은 국민의힘 성명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조선일보 <사설/민주당, 집권 때는 못 하던 노란봉투법 지금 하는 이유라도 밝혀야>(5월 25일)는 “(노란봉투법이) 독소 조항투성이란 점을 충분히 인식”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일 땐 안 하던 일을 야당이 되자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노란봉투법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음 발의하고 19~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번번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지난해 4월 20일부터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와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가 국내에서 발효되면서 노조법 제2‧3조를 ILO 취지에 맞게 개정, 즉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협약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해가 돼서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본격 공론화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종료 후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는 사건은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법안 필요성은 커졌지만 정부‧여당의 반대가 계속되었고,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법안소위와 환노위를 통과한 데 이어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하게 된 것인데요. 따라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의결까지 걸린 8년의 시간을 민주당 유불리에 따른 술책으로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5월 25일~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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