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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론조사 가짜뉴스’ 주장, 윤석열 부정평가 엄호용인가
등록 2023.05.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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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5월 11일 1면에 <진짜 민심 맞습니까가짜뉴스 같은 여론조사>(5/11)을 싣고 ‘전문가들’이라고 표현한 익명의 말을 빌려 “여론조사가 수치로 포장된 가짜뉴스 생산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엄호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물론, 언론으로서 잘못된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기사의 진실성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 너무 낮다?, ‘보통’ 항목 있어 비교 불가능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기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서 조사 결과가 심하게 널뛰고 있다”며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2.1%였다. 하지만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4일 발표한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18.7%로 두 조사의 차이가 23.4%포인트에 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상세내용을 확인한 결과,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8.7%로 낮았던 것은 ‘보통이다’ 항목이 끼어 있어서입니다. 현재 실시되는 대부분의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는 ‘매우 잘함/대체로 잘함/대체로 못함/매우 못함/모름’으로 4점 척도를 사용하지만,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는 ‘매우 잘함/잘하는 편/보통/못하는 편/매우 못함’의 5점 척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초 비교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잘한다(매우 잘함+잘하는 편) 18.7%, 보통 22.0%, 못한다(매우 못함+못하는 편) 59.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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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5월 1주차 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 설문지(출처 :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ARS VS 전화면접 조사차이 무시하고, ‘응답률 트집’ 또 등장

 

조선일보는 이어 “정당 지지율도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공동 의뢰로 실시해 9일 발표한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0.2%였지만, 친야 방송인 김어준씨가 차린 ‘여론조사꽃’이 8일 발표한 ARS조사에선 52.7%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꽃’은 응답자가 단순히 번호를 눌러 대답하는 ARS조사와 면접원이 직접 응답자의 대답을 기록하는 면접조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여론조사업체로, 같은 날 발표된 면접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3.2%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조사방법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여론조사업체 결과를 뒤섞어 단순 비교했습니다.

 

‘응답률 트집’도 또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응답률이 “조사의 품질을 반영하는 척도 중 하나”라며 “응답률이 10% 미만인 조사는 2017년 대선에선 전체의 48.8%였는데 작년 대선에선 60%로 증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8.7%가 나왔다’며 부적절한 여론조사라고 앞서 지목한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조사의 응답률은 16.3%로 매우 품질이 좋은 여론조사업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응답률보다는 조사시간이나 조사방법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입니다. 면접원이 직접 대답을 기록하는 면접조사보다 단순히 번호를 누르는 ARS가 정치 고관여층 응답률이 높고, 조사시간이 퇴근시간이나 휴일에 가깝거나 유선전화보다 무선전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젊은 층과 직장인 응답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콜백 횟수가 높아질수록 조사결과가 미리 설계된 표본에 가까워져 수학적으로 더 정밀한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는 대부분 이런 요인으로 생깁니다.

 

‘반복적 여론조사’로 특정 여론 조성?

 

조선일보는 또한 “반복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며 특정 여론을 조성하려는 듯한 경우도 있다”며,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역대 대통령 호감도 자체 조사결과 “2011년부터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를 분기별로 40차례나 조사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23번 선두에 올랐다”고 비판했습니다.

 

비상식적 주장인데, ‘여론조사는 결과보다는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같은 업체가 같은 기준으로 장기간 여론조사를 할 경우, 추세를 파악할 수 있어 해석하기 더 좋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리서치뷰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결과를 보면, 역대 대통령 호감도는 현직 대통령 평가에 큰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박정희 대통령 호감도가 꾸준히 상승(2016년 12월 26%, 2021년 12월 34%)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재임 후인 2023년 4월에는 23%까지 급락했으며,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 호감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호감도를 나누어 가지며 2017년 12월 20%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4월 30%까지 상승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호감도 1위였던 2018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는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공표불가’ 여론조사가 진짜 문제, 조선일보 계열사도 자유롭지 못해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심의를 통해 ‘공표불가’ 처분을 내립니다.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에서 이러한 ‘공표불가’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조선일보 계열사들이 의뢰한 여론조사가 전국단위 선거에서 ‘공표불가’ 판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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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표불가 여론조사 목록

 

TV조선은 제 20대 총선 당시 고민정, 오세훈 후보가 맞붙었던 광진을 여론조사에서 가중치를 잘못 설정해 ‘공표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관련 기사들이 삭제돼 결과는 볼 수 없지만, 당시 미디어스 기사에 따르면 TV조선 여론조사 결과는 고민정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크게 앞지른 타사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격차가 적었습니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500명 표본 중 60대 이상 표본을 기준인 139명보다 38명이나 많은 177명이나 수집했던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주간조선이 2020년 10월 창간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도 ‘공표불가’ 처분을 받았습니다. 역시 관련 기사들이 삭제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으나 그 흔적은 <서울이 화났다>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간조선은 “서울시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이번이 처음인 듯합니다”라며 “여론조사 수치만 놓고 보면 서울시민들이 현 정권에 단단히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표본 1000명 중 60세 이상 표본을 기준인 263명보다 119명 많은 382명이나 수집했던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우연찮게도 삭제된 두 여론조사를 진행한 업체는 이번 조선일보 기사에서 “국민의힘(36.6%) 지지율이 민주당(30.2%)보다 6.4%포인트” 높게 나왔다고 소개된 메트릭스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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