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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VS 검찰수사권 축소’ 헌재 판결 해석하는 언론의 변심
등록 2023.04.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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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검사의 수사권 축소에 대해서도 각하결정을 내리며 헌법적 논란이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두고 일부 언론은 절차 문제를 부각하며 헌재의 판단을 비판하고, 법안을 폐기하라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헌재 판결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헌재, ‘수사권 축소’ 검사권 침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침해확인·무효확인 청구’에 대해 재판관 5:4 의견으로 기각했습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당시 법제사법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에는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다며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어 헌재는 2022년 6월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권한쟁의 심판도 5:4 의견으로 각하(소송 자체가 부적절해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배척함)했습니다. 개정 법안이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이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고 헌재는 판단한 것인데요. 그동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는 강제수사 착수 여부에 관한 판단이므로 헌법이 검사에게 고유의 수사권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배치되는 결과입니다.

 

연합뉴스 <헌재, “검 영장청구권, 헌법상 수사권 아니다” 못박아>(3월 23일 이대희 기자)는 “헌법에 영장신청권 조항을 둔 것은 수사 과정에서 남용될 수 있는 강제수사를” 합리적으로 ‘통제’하라는 취지며 “영장신청권을 곧바로 ‘수사권’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다수 재판관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매일경제, ‘비상식적・모순적’이라 비판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은 절차적 문제가 있는데도 법률이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 24일 1면 머리기사 <‘검수완박법’ 꼼수 처리 눈감아준 헌재>(김정환 기자)에 이어 3면 전체 제목을 <‘검수완박’ 면죄부 준 헌재>로 정하고 한 면을 통틀어 3개 기사에 걸쳐 헌재 결정을 비판했는데요. 3면 머리기사 <과정 잘못됐는데 결과는 정당하다는 헌재...“앞뒤 안맞는 결정”>(3월 24일 양은경 기자)은 “국회가 입법 절차에서 헌법과 국회법을 위배했더라도 입법 결과는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앞뒤 안 맞는 결정을 헌재가 내린 것”이라며 “국회의 적법 절차 위배에 대해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익명 법조인의 발언을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다수당 횡포에 면죄부 준 비상식적 결정, 동물국회 부추길 것>(3월 25일)은 “‘과정은 잘못됐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모순된 비상식적 결정 후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며 “매일 법을 다루는 법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거부했”다고 헌재를 비판했습니다. “사법부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공분”이 큰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그 불신이 더 커지게 됐다”며 “자업자득”이라는 힐난까지 덧붙였는데요. 매일경제는 다음날 <사설/‘검수완박’절차위법 인정하고도 무효결정 피한 헌재의 무책임>(3월 24일)에서도 “헌재가 국회 과반을 장악한 거대 야당의 눈치를 보면서 내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절차적 위법’ 지적한 언론,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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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당시 국회 모습(오마이뉴스, 2009/07/22)


그러나 2009년 보수언론은 신문법・방송법에 절차적 문제는 있지만,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한 바 있습니다.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국회 본회의 가결 과정에서 대리투표와 절차 생략의 위법을 지적”했지만, “미디어법의 가결·선포의 효력은 무효로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당시 보수언론은 ‘권한쟁의 심판’이라 미디어법을 무효로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안 유효”라고 해석하며 반색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헌재 “미디어법 유효”>(2009/10/30)에서 헌재가 “신문법과 방송법 가결 절차에 대해서는 각각 대리투표(무권투표)와 일사부재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으로 하자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의 효력 문제에 대해서는 효력을 유지시켰다”고 전한 뒤 <사설/헌법재판소 신문·방송법 가결 유효 결정>(2009/10/30)을 통해 헌재가 “헌법기관인 국회 내 문제이고 절차상 하자도 법 가결 자체를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미디어법의 ‘국민 위한 효과’ 극대화해야>(2009/10/30)에서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정상적인 표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니 “절차적 문제를 발생시킨 일차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헌재가 ‘국회 안에서 다수결로 이뤄진 표결에 대해서는 국회에 맡긴다’는 원칙을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으며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불복해 계속 발목을 잡는 행태는 여야를 떠나 자제해야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수언론은 한결같이 헌재 판결에 대해 절차적 문제는 있지만, 유효로 인정된 것이라고 유리하게 해석하며 미디어법을 옹호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대리투표·재투표보다 위장탈당 더 문제

불법이 난무했던 2009년 미디어법 표결 절차 문제를 축소하는 억지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대법원은 “거짓말도 무죄”, 헌재는 “절차 어긴 검수완박 법도 유효”>(3월 24일)는 “헌재는 2009년에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 등에 대해 문제가 있지만 법안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적이 있”는데 “절차상 하자가 법률을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였다”며 “미디어법은 대리투표가 전체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위장 탈당 등은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쳤”으니 “절차 위법이 더 심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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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투표 당시 대리투표 하는 의원들(폴리뉴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미디어법은 오히려 더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디어법은 2009년 본회의 표결 당시 재투표·대리투표·미리투표까지 논란이 이어졌는데요. 연합뉴스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효력논란>(2009/7/22 김범현 기자)에 따르면 “법안 투표는 각 의원 자리의 전자투표기 단추를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신문법 투표 때는 “여야간 난투극으로, 의원들은 자신의 의석에 미처 앉아있을 새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소속 의원들 의석을 돌며 ‘찬성’ 버튼을” 누르며 대리 투표했습니다.

 

방송법 수정안 투표에는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 당시 ‘재적의원 과반’ 미달 사태가 발생하자 바로 ‘재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정족수 미달로 수정안은 부결돼야 했지만, 무리하게 재투표가 강행된 것입니다. 노컷뉴스 <대리투표 이어 68명 '미리 투표' 논란…최대변수(종합)>(2009/8/3 홍제표 기자)에는 방송법 “투표 개시 선언 이전에 이미 의원 68명이 사전투표함으로써 원천무효가 됐다는 ‘미리투표’ 논란도 보도됐습니다.

 

이처럼 미디어법 표결 과정은 제대로 된 투표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신문·방송법의 표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조선일보가 지적한 더불어민주당의 위장탈당 문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적절한 처신으로 볼 수 없습니다. 헌재 역시 조정위원회에서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 조정심사 없이 의결되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이 없었다’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법보다 절차 위반이 더 심각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본회의 중요성과 부정투표 문제를 눈감은 일방적 해석일 뿐입니다.

 

‘미디어법’ 소모적 논쟁 접으라던 중앙일보, 이젠 “법안 폐기하라”

헌재가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으니 ‘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헌재가 입법 문제 지적한 검수완박법, 폐기가 맞다>(3월 24일)는 ‘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헌재가 판단했고, 한동훈 장관이 “법을 우회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며 “결국 민주당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패배했다”고 비판했는데요. 이어 “위헌적 절차가 낳은 흉한 법은 사라지는 게 옳다”며 “국회가 합리적 다수에 의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이 오면 검수완박법의 잔해를 없애”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중앙일보 <사설/소모적 논쟁 접고 미디어산업 육성에 힘 모으자)(2009/10/30)는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에 “자의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논란을 유발하려” 한다며 절차적 문제가 있으니 “법안 자체도 당연히 무효라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헌재 결정을 계기로 소모적인 논쟁을 접”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중앙일보에 종합편성채널(JTBC) 사업의 문을 활짝 열어준 미디어법은 ‘절차적 심각한 하자에도 결과는 유효하니 인정하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엔 ‘헌재가 절차적 문제를 짚었으니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폐기하라’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죠. 같은 상황에도 해석을 달리하며 자의적으로 결론 내리는 이율배반적 태도입니다.

 

이런 중앙일보의 주장과 달리 법무부가 ‘개정 검찰청법’을 무력화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다시 확대하기 위해 개정한 시행령에 대해서는 계속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겨레 <사설/‘검찰 수사권 축소’ 손 들어준 헌재 결정, ‘시행령 편법’ 바로잡아야>(3월 23일)는 “헌재 결정으로 개정된 검찰청법의 효력이 유지된 만큼”, 한동훈 장관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시행령은 “입법 취지에 맞게 이를 바로잡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짚었는데요. 모법을 거스르는 잘못된 시행령은 개정하고, “검찰의 비대한 권한”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합니다.

 

‘아전인수식’ 정략적 보도 멈춰야

과거 보수언론은 경향신문 <“헌재결정문 어디에도 ‘미디어법 유효’ 없다”>(2009/11/16 안홍욱·이인숙 기자)의 지적대로 헌재 미디어법 판결에 있지도 않은 ‘유효’ 결정을 주장하며 심각한 국회의 절차적 부정행위를 감쌌습니다. 200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던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미디어법은 절차가) 잘못됐으니 국회가 자율적으로 시정하라는, 그래서 재논의하라는 것이 헌재가 내린 결정”이라며 국회가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번 헌재의 판결 역시 유효 결정이 아닌 권한쟁의 심판 기각인 만큼 국회는 나서서 법안의 부족한 점을 보완 수정해야 합니다.

 

한국일보 <사설/‘검수완박’ 결정, 아전인수 정쟁 말고 제도 보완 나서야>(3월 27일)는 “여야 모두 아전인수격 해석에만 빠져, 무리한 입법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보완하는 발전적 논의가 실종됐다”고 지적하며 “지금 정치권이 매달려야 할 것은 관련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언론은 한쪽 편에 서서 정쟁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아전인수식 보도로 헌재 판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09년 10월 29일~11월 5일, 2023년 3월 23~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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