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호][회원인터뷰] "온라인 혐오 문제, 시민사회와 여론이 압력 넣어야"
등록 2023.0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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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정책위원(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대선 기간 유튜브를 분석해보니

 

김현식(민언련 미디어위원) 2022년 한 해 정책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유승현 회원님을 만나겠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승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지난해부터 민언련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승현입니다. 전공은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플랫폼, 유튜브, 데이터 같은 뉴미디어 연구인데요. 선배인 이용성 전 정책위원장님의 권유도 있었고, 디지털 및 언론환경 변화와 관련해 기여할 부분이 있을 듯해 2021년 흔쾌히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식 정책위원회가 중점을 둔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유승현 2022년 상반기엔 대선이 있기 때문에 2021년 가을부터 대선 미디어정책 과제를 마련했고요. 대선 기간에는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저는 전공이 디지털 미디어여서 유튜브 모니터팀장을 맡았습니다. 대선 이후엔 정수경 신임 정책위원장님이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 보자고 제안해 미디어기본권, 온라인 혐오 같은 주제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현식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은 어땠나요?

 

유승현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민언련과 지역민언련, 언론노조 등 여러 단체들이 함께 참여했고요. 저는 한양대 대학원 연구원들과 유튜브 모니터를 진행했습니다. 40일 정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는데, 진보·보수 채널 가릴 것 없이 매우 심각한 정치 양극화 또는 편향을 보였고 굉장히 선정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고요. 대선이라는 특정 정치 이벤트를 기준으로 했지만 민언련에서도 유튜브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온라인 혐오, 플랫폼 자율에만 맡겨선 안 돼

 

김현식 민언련에서 12월에 5·18민주화운동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그때도 5.18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온라인 전반의 혐오표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됐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유승현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근데 규제(regulation)라는 말을 써서 오해를 하시는데, 자율규제라는 건 사실 시장에 맡기겠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법적 규제의 반대 개념으로 스스로 어떤 규정을 정해서 윤리를 지키고 사회적 책무를 하라는 얘기지, 자율규제라는 게 제도화돼 있는 건 아닙니다.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외국은 그래도 자율규제를 시행하라고 하는 정부기관이나 시민사회, 여론 등 다양한 압력이 있죠. 예를 들어 인종 문제가 벌어졌는데 그걸 유튜브나 트위터가 그대로 놔뒀다면 아주 난리가 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율규제라는 게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론 사회적 합의라든가 여론형성을 통해 얼마든지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자율규제 논의에서는 공동규제 또는 협력적 자율규제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기관이 좀더 플랫폼 사업자들의 혐오표현 대응을 관리감독하고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는 결국은 자율규제를 그들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김현식 유튜브 관련한 문제점을 보면 가짜뉴스가 난무하던 때가 있었고요. 혐오나 폄훼가 증폭하는 시절도 있었는데, 유튜브 부작용에 패턴이 보이는 건가요, 아니면 사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요?

 

유승현 가짜뉴스나 혐오표현은 계속 더 확산되거나 앞으로 문제가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가 매체 특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다른 매체와 차별되는 지점은 동영상 서비스를 매개로 하여 너무나 다양한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생산자들이 참여하고 그것이 굉장히 방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고, 또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상태로 진화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유튜브를 달리 봐야 되지 않을까, 유튜브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됐다라고 봅니다.

 

언론윤리 지킬 수 없게 만드는 포털 종속화

 

김현식 2019년 언론윤리 규정 개선 연구에도 참여해 언론윤리 핵심 원칙 6개를 공동제안한 바 있는데요. 진실성, 공정성, 독립성, 투명성, 배려와 존중, 품위유지입니다. 강제성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원칙일 것입니다. 당시 제안한 언론윤리 핵심 원칙이 지금 현장에서 얼마나 수용되고 진화했다고 보는지요?

 

유승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의뢰해 진행한 프로젝트였는데요.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님과 오현경 박사, 저 이렇게 셋이 공동작업을 했습니다. 연구에 담은 것은 아주 기본원칙, 언론이 반드시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를 정리하고, 기존 언론윤리나 취재·보도준칙을 새롭게 보완하자는 차원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의 언론윤리 또는 취재·보도준칙 실천 수준은 굉장히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런 것은 지켜줘야 하는데’, 아니면 ‘왜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자들이 언론윤리를 알고는 있지만, 실제 본인들이 그걸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지키는 것은 별개로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기자들이 언론윤리 위반에 대해 자신에게 문제가 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특정한 보도나 본인이 쓴 기사가 윤리를 위반해 비난받는 게 아니라면, 언론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또는 원칙 준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사들이 방향을 잃은 겁니다. 지금 뉴스 생태계가 포털 중심으로 굳어진 지 10년 이상 되었거든요. 요즘 기자들은 하루에 기사를 몇 개 쓰느냐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기자의 성과라는 것이 위에서 “오늘 몇 개 썼어?” 또는 “(포털의 클릭 수를 통해) 너 얼마 벌었어?” 이런 걸로 인식되거든요.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기자들에게 취재·보도 윤리를 신경 쓰지 않게끔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언련 회원님들도 경험하시겠지만 지금 언론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데, 그 중심에 포털이 있습니다. 언론과의 관계에서 포털의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관계가 수익을 중심으로 맺어지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 제도적 문제가 있는데 결국 그런 왜곡된 구조를 만든 책임은 포털과 언론 스스로에 있습니다.

포털 체제의 언론사들은 공적 가치 또는 취재·보도 준칙을 지키며 올바른 보도를 하겠다는 것보다 기사를 더 빨리, 더 많이 올리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특종을 많이 해서 수익을 높이는 게 목적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기자들이 언론윤리를 지킬 수 없게 만드는 포털 중심의 언론환경 구조가 언론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미디어 중심은 디지털 플랫폼

 

김현식 그동안 포털이나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핵심 연구자로 성과를 많이 냈습니다. 현재 주요하게 연구하고 관심을 두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유승현 전공인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고요.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나 언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확장해 언론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디어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그걸 외면하는 게 더 이상하거든요. 그래서 데이터 쪽으로 연구가 확장돼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데이터 분야에 관심이 큽니다.(22W6)유승현회원2.png

 

 

대중음악사를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

 

김현식 많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유튜브 연구를 하니까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를 접할 텐데요. 본인이 유튜버가 된다면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를 생각해 본 적 있는지요?

 

유승현 유튜브를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니까, 온갖 콘텐츠를 다 클릭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특별하게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미디어 관련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습니다. 저널리즘 비평은 많은데, 우리 시대 미디어 또는 우리 시대 언론을 조금 한 발 떨어져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했고요. 개인적으로 역사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대중음악사처럼 문화와 역사가 접목된 콘텐츠에 관심이 있습니다.

 

김현식 대중음악을 많이 사랑하시나요? 어떤 대중음악 장르를 좋아하세요?

 

유승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든 대중음악 장르를 듣습니다. 팝부터 시작해서...제가 라디오 세대거든요. 유명한 라디오 프로그램도 많았고 과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팝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 1980년대 1990년대 각각의 양상이 다릅니다. 팝도 시대별로 다르고요. 2천 년대는 또 다르거든요.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케이팝을 보면 케이팝이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오면서 스스로 대중음악이 성장한다고 보는 입장이라서 대중음악 역사에 관심이 있어요.

 

김현식 한국 대중음악사를 꼭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하면 좋겠습니다. 2023년 새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은요?

 

유승현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예전부터 책을 쓰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썼습니다. 물론 교재 비슷한 거는 있지만, 학문적이기보다는 조금 편하면서도 대중적인 내용의 책을 쓰고 싶어요.

 

김현식 책의 주제도 디지털 미디어 분야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인지요?

 

유승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보자면, 미디어는 많아지고 사람들이 갈수록 미디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데, 실제 레거시 미디어는 줄어들고 있고 새로운 미디어들이 부상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봐요. 그러다 보니까 학문 분야도 방향성을 잃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학자로서 안타깝습니다. 우리 학문의 새로운 관점을 얘기할 수 있는 책, 총체적으로 옛날을 얘기하거나 매스미디어나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 분야가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얘기할 수 있는 책, 유튜브가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OTT가 주제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 포괄적인 주제를 편하게 풀어 쓰고 싶습니다.

 

민언련, 회원·시민 연대로 역량 강화해야

 

김현식 2023년 민언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견 부탁드립니다.

 

유승현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민언련 현안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정치 상황뿐만 아니라 여러 환경을 고려해 봤을 때 앞으로 민언련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 등 현안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위원으로서 민언련의 활동방향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은, 사무처나 활동가들이 힘드시겠지만 민언련 내부역량을 좀 더 강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모니터 역량도, 모니터를 자동화하거나 우리가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하고요.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도 사무처나 활동가, 정책위원들이 전담하는 게 아니라 회원을 포함한 시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감시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어떻게 시민들과 포괄적인 연대를 가져갈 것이냐,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냐, 시민들의 도움을 어떻게 받을 것이냐 등이 내부역량이라고 보는데요. 더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현식 내부역량 강화는 정말 와 닿는 말씀입니다. 회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현식 미디어위원

정리 김현식 미디어위원 공시형 활동가

사진‧동영상 이병국 회원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2023년 겨울호(통권 223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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