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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달라” 유가족 호소에도 또다시 ‘흐림 처리’한 언론
등록 2022.12.16 17:20
조회 574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앞둔 12월 14일 이태원 광장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시민분향소)가 설치됐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유가족 의사를 묻지 않고 영정·위패도 없이 추모공간을 운영하고 지금도 별다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 않은 정부를 대신해 직접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진정한 추모를 시작했습니다.

 

시민분향소에는 유가족이 동의한 희생자 79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되고, 이름만 공개한 희생자 17명과 비공개한 희생자를 국화꽃으로 대신해 모셨습니다(12월 16일 기준). 유가족이 동의한 참사 희생자의 영정과 이름이 처음 공개된 자리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른데요. 참사 47일 만에서야 마련된 영정을 모신 합동분향소 소식을 전한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시민분향소’ 무관심한 언론 많아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여부

영정 흐림처리

·

·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여부

영정 흐림처리

·

·

·

·

△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를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12/14)와 신문 지면(12/15)의 보도여부와 ‘흐림 처리’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분향소가 공개된 12월 14일 지상파 3사·종편 4사 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인 12월 15일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지를 살펴봤습니다.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가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지만, 저녁종합뉴스와 신문 지면의 관심은 부족했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선 SBS와 TV조선이, 신문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KBS와 MBC는 첫 보도로 전하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KBS <“잊지 말기를”...다시 차린 분향소>(12월 14일 최혜림 기자)는 “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유가족들이 직접 차린” ‘시민분향소’라며 유가족 협의회가 “뜻하지 않은 참사로 생을 마감한 우리의 이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진 <시민분향소 연 이유는?>에서는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현장 연결해 시민분향소 의미와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MBC는 가장 적극 보도했는데요. <이제야 놓은 영정과 위패>(12월 14일 김정우 기자)를 비롯해 총 4건의 보도를 이어가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응답하라”는 유가족 요구, 2차 가해 문제와 대처방안에 대해서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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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사진을 1면에 보도한 한국일보


신문에서는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가 시민분향소 사진을 1면에 싣고,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동아일보는 12면에 흑백 사진만 실었습니다. 경향신문 <참사 48일 만에 영정 놓인 분향소...“이제야 ‘잘 가라’ 말해”>(12월 15일 김송이 기자)는 추운 날씨에도 “설치된 분향소는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오열로 가득찼”다며 시민분향소 설치과정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기억해달라”는 유가족 호소, 언론은 또 감췄다 

유가족은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공개하며 진정한 추모와 애도를 함께 해달라고 국민에게 부탁했습니다. 한겨레 <희생자 76명 영정 직접 올린 유족들 “아이들 얼굴·이름 잊지 말아주세요”>(12월 15일 장예지 기자)는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유가족이 호소하며 “우리 아이들 얼굴, 이름 하나하나 부르며 추모를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분향소에 자리 잡은 사진과 이름은 유가족이 희생자가 기억되고 알려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공개한 것인데요. 이번에도 일부 언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가족의 의도와 정반대로 희생자의 영정사진을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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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분향소 영정을 ‘흐림 처리’한 언론(시계방향으로 MBC·채널A·MBN·동아일보) 

 

저녁종합뉴스에서는 MBC·채널A가 ‘흐림 처리’해 보도했고, 짧게 소식을 전한 MBN은 희생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먼 거리에서 보도했습니다. 신문에서는 컬러사진으로 선명하게 보도한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와 달리 동아일보는 흑백으로 흐리게 처리해 보도했습니다.

 

시민분향소 영정을 흐리게 처리해 보도한 언론사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뉴시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채널A, MBC, MBN, SBS, 매일경제, 서울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노컷뉴스, 데일리안, 미디어오늘, 아이뉴스24, 강원도민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시민분향소 사진을 무보도한 언론사

SBS Biz, TV조선, 머니투데이, 비즈니스워치, 조세일보, 강원일보, 대전일보, 부산일보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영정을 ‘흐림 처리’한 언론 ©민주언론시민연합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등록된 언론사의 시민분향소 보도사진도 살펴봤는데요. 49개 언론사 중 영정을 흐리게 처리해 보도한 언론은 29개, 무보도한 언론은 8개입니다. 희생자 영정을 선명하게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세계일보·뉴스1·한국경제TV·JTBC·KBS·YTN·아시아경제·더팩트·머니S·오마이뉴스·프레시안으로, 12개 언론사뿐입니다.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희생자를 알리기 원했던 유가족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언론은 또다시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희생자를 감췄습니다. 민언련 <참사현장 노출한 언론, 유가족 회견은 ‘흐림 처리’>(11월 24일)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는 언론의 과도한 자기검열입니다.

 

반면, 아시아경제 <“딸 유진이 이름 또렷하게 불러준 순간, 위안이 됐다”>(12월 15일 류정민 기자)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12월 15일)에 출연한 고 최유진 씨 아버지 최정주 씨가 “이름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로 잊히는 게 싫”고, “영정 사진과 위패가 있는 분향소 그리고 추모행사”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했다고 한 발언을 전습니다. 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손을 잡으러 가자>(12월 15일 김태일 장안대 총장)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간절하다”며 유가족은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억하고 함께 치유하고 함께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연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희생자 기록에 나선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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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이야기 기록에 나선 한겨레 보도 이미지

 

한겨레와 한겨레21은 <미안해, 기억할게>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는 “우리가 지켰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사라진 이후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이 무엇인지 기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참사가 앗아간 가족...이순간 함께 있다면>을 통해서도 희생자와 유가족의 사진을 합성해 가족사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바리스타·간호사·5월의 신부 꿈꿨던 삶... 송두리째 사라졌다>(11월 29일 조혜지·이주연·소중한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보도와 취재를 종합한 이태원 희생자 85명의 이야기를 전하며 희생자 이야기 기록에 나섰습니다. <기록 1029 이태원 참사> 특별페이지를 통해서는 고 송은지 씨, 고 김지현 씨, 고 송채림 씨, 고 마디나 베이비토브나 셰르니아조바 씨등 희생자 개인의 사연을 소상히 담아냈는데요. 뉴스타파 역시 <이태원 참사> 페이지에서 희생자의 삶을 세세히 조명하며 기록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실명, 사진으로 희생자 삶 조명하기 시작한 언론…진정한 추모를 말하다>(12월 8일 박재령 기자)는 “익명, 파편으로 보도했던 초기와 달리 실명으로 개인 생애를 조명하는 기사가 늘고 있”는데, “희생자를 뭉뚱그리지 않고 세밀하게 다루는 것이 진정한 추모”라는 문제의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른 채 애도하고 분노할 수는 없다”며 “그분들의 삶을 알려줘야 사람들도 아 저렇게 열심히 살았던 분이 돌아가셨구나, 이것이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것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희생자의 삶을 기록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의 모습은 참사 초기와 비교할 때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희생자가 알려지길 원하는 유가족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시민분향소 ‘흐림 처리’ 사진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유가족은 우리 사회가 희생자를 기억해주길 바라며 용기 내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영정과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언론이 자기검열에 갇혀 유가족의 진정성을 오히려 감추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2022년 12월 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2022년 12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2022년 11월 14~1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스탠드 등록된 언론사 중 일간지·방송/통신·경제·인터넷·지역신문에서 ‘이태원’·‘시민분향소’으로 검색한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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