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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송언석·김미나 이태원 참사 망언, 2차 가해 막는 보도 없을까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50여 일이 지났으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작도 못했습니다. ‘셀프 수사’란 지적에도 참사 책임자를 가리겠다며 시작된 경찰 수사는 수렁에 빠졌고, 국회 국정조사는 전체 45일 일정 중 3분의 1을 성과 없이 보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치인들의 2차 가해 발언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이자 경북 김천 지역구 송언석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근거 없이 ‘압사 외에 다른 사고 원인’을 제기했고, 대표적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정쟁화에 몰두했습니다.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은 SNS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막말을 쏟아냈데요. 모두 참사 원인을 피해자에 돌리거나 유족 요구를 왜곡할 수 있어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입니다. 그럼 이를 둘러싼 언론 보도는 2차 가해를 막기에 충분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개 주요 일간지와 9개 방송사(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보도전문채널 2사)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TV조선, 권성동 망언 한 건도 보도 안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체 출범 소식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10일 페이스북에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올려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권 의원은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정쟁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막고 진실을 은폐하려던 이들의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 발언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행보를 ‘정쟁’으로 프레임화하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까지 욕보인 망언입니다.
언론 다수가 권성동 의원의 막말을 비판적으로 다뤘는데요. 같은 날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권 의원 망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두 소식을 함께 다룬 기사가 많았습니다. 경향신문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권성동 “이태원, 세월호 같은 길 안 돼” 민주당 “유족 욕보여”>(12월 11일 유설희 기자), 국민일보 <‘이태원 참사 유가족協’ 출범에 권성동 “세월호처럼 횡령 수단” 논란>(12월 11일 천금주 기자)과 같은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출범 “그날 진실 밝혀달라”…與권성동 “세월호 길 가선 안돼” 野 “유족 모욕”>(12월 12일 조응형 김지현 기자), 문화일보 <‘이태원유가족협의회’ 창립…“세월호의 길이 어떤 길인데 가면 안된다는 것인가”>(12월 10일 박준희 기자)처럼 보수언론조차 권 의원 망언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신문은 권성동 의원 발언을 따로 비판한 기사는 없고,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 기사에도 권 의원 망언을 비판한 내용을 싣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가족협의회가 12월 13일 국회에서 연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권 의원 망언에 대한 비판발언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서 권 의원 망언을 짧게나마 다뤘는데요. 그러나 곧바로 <‘세월호’ 활동 인사들 ‘이태원’ 단체도 참여>(12월 12일 김아진 기자) 기사를 내고 권 의원 망언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내용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계열사 TV조선의 경우 권성동 의원 관련 기사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 권성동 의원 망언 관련 보도가 없는 TV조선 ⓒ네이버 화면 갈무리
채널A의 경우 권성동 의원 막말을 다룬 기사가 한 건 있는데요. <[여랑야랑]참여 vs 이용/쩐의 전쟁>(12월 11일 윤수민 기자)에서 조수빈 앵커는 권성동 의원 발언 그 자체를 지적하기보다는 “의견을 밝힐 순 있는데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있어서 논란이 됐다”고 설명하고, 해당 기자도 “유가족협의회가 일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에 이용될까봐 우려한 말이었겠지만, ‘횡령 수단’이라는 말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만 덧붙였습니다.
송언석 “현장 300m 시신” 루머 발언, 비판은 했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압사 이외 참사 원인을 거론했습니다. 이는 국민일보 <단독/여의원 “참사 300m 떨어진 곳서 시신”…특수본 “사실 무근”>(12월 12일 김판 기자)에서 처음 보도됐는데요. 송 의원은 “그날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압사 사고 이외에 또 다른 사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라며 “사실상 ‘음모론’에 가까운 발언을 여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식 발언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 송언석 의원발 루머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답변을 보도한 MBC(12/12)
같은 날 주요 일간지·방송사 중 이를 비판한 곳은 MBC뿐인데요. MBC는 <“의원들이 2차 가해”>(12월 12일 차현진 기자)에서 전날 송 의원의 ‘300m 시신 발언’을 전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주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송 의원이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나흘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해당 주장에 대한 유가족 측의 분노를 전했습니다.
이후 12월 13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조사와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송 의원의 발언 등을 비판하자 이를 다룬 기사가 늘었습니다. SBS, 중앙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MBC, 세계일보, 한겨레 등이 유가족 기자회견과 함께 송 의원 발언이 지적됐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KBS의 경우 또 다른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국민의힘 김미나 경남 창원 시의원을 <잇단 막말…“2차 가해 멈춰야”>(12월 13일 이유민 기자)를 통해 다루며 송언석 의원 막말도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송언석 의원 발언을 따로 다루지 않다가 최근 ‘가짜뉴스’ 관련 보도인 <천공說, 이태원說...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짜뉴스, 지지층은 맹신>(12월 14일 박상기 기자)에서 가짜뉴스 사례로 다뤘습니다. 즉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려 300m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며 “온라인에서 제기된 의혹을 국회에서 그대로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TV, 채널A, JTBC, TV조선, YTN 등은 송 의원의 루머 발언을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언론·정치인, 확인되지 않는 루머 확산 삼가야
국민일보, MBC 보도에 따르면 송 의원 발언의 출처는 파이낸스투데이 <해밀튼호텔 옆 골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왜 50여구 시체가?>(11월 15일 인세영 기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사는 참사 현장에서 120미터 떨어진 곳에 시신이 정리돼 있는 것, 심폐소생술 중인 사람이 있는 것 등이 의심스럽다며 “압사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며 마약이나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120m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수습되는 장면 하나를 갖고 아무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참사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국민일보 취재에서 “구급 활동을 위해 임시로 100m 이내 인근으로 옮긴 경우는 있지만 참사 현장으로부터 30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마약 등 기타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 “다른 사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이전에도 <이태원 참사, 원인 놓고 갖가지 의혹 제기 돼>(10월 30일 인세영 기자)에서 “독극물을 이용한 테러, 5G 전파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 “독극물 또는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캔디” 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확인되지 않은 허위조작정보를 언론이 퍼트리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정치인이 공식 석상에서 인용하는 행태는 더더욱 없어야 할 것입니다.
김미나 “나라 구하다 죽었냐” 망언, TV조선·채널A 비판보도 없어
또 다른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은 국민의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입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당신은 그 시간에 무얼 했길래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 등을 페이스북에 실었습니다. 12월 12일엔 “#우려먹기_장인들”, “자식팔아_장사한단소리_나온다”, “#나라구하다_죽었냐” 등 저급한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다수 언론은 김미나 시의원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놓고 있는데요. 10개 종합일간지, 9개 방송사 모두 온라인 기사를 내놓으며 김 의원의 막말과 이후 지역 정치권과 시의회 조치에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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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나 창원시의원 망언 신문 지면․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여부(12/13~15)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만 기사 발행에 제한이 없는 온라인과 시공간 제약이 있는 신문 지면․방송 뉴스의 경우 보도 여부에 차이가 있는데요. 망언 논란이 일어난 12월 13일부터 15일 오후 3시까지 분석한 결과, 신문 중에선 동아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가 지면에 싣지 않았고 방송 중에선 TV조선·채널A가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저녁종합뉴스로 분류되는 ‘뉴스리뷰’가 아닌 직전 편성된 ‘뉴스워치’에서 다뤘습니다.
언론이 먼저 ‘2차 가해’ 방지에 나서야
12월 12일엔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사 이후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일상회복에 힘썼으나 MBC 등 보도에 따르면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때보다 2차 가해를 일삼는 악성 댓글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무수한 익명의 악성 댓글과 더불어 정치인들의 2차 가해 막말·망언도 제대로 비판해야 합니다. 송언석 의원 망언처럼 전혀 근거 없는 마약·독극물 등을 언급하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국회의원이 인터넷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공적 자리에서 발언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2019년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한 토론회를 연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사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50일,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진 지 1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정쟁화를 일삼는 권성동 의원,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김미나 시의원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은 재난보도준칙, 인권보도준칙 등에서 제시된 ‘피해자 보호 최우선’ 원칙에 따라 선정적 자극적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가장 큰 인권침해이자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2월 10일~15일 오후 3시 기준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 대상으로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권성동’, ‘송언석’, ‘김미나’를 키워드로 검색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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