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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춘 떼죽음·망국 좌파의 몽상’, 2차 가해와 뭐가 다른가
등록 2022.12.15 16:02
조회 288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2월 10일 출범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유가족협의회 출범 소식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대한 언론 보도는 어떠했을까요?

 

중앙일보‧한국경제, 유가족협의회 출범 무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봤는데요.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12월 12일 자 지면에서 유가족협의회 출범 소식을 전했습니다.

 

구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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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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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 신문지면 보도여부(12/12) ©민주언론시민연합

 

유가족협의회 출범 소식을 전하지 않은 중앙일보와 한국경제가 12월 12일 지면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보도한 것은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 처리했는데요. 중앙일보는 <무소불위 182석, 휴일 장관해임안 강행>(12월 12일 정효식‧권호‧김효성 기자)에서 제목을 통해 야당의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를 비판하더니 본문에서도 “182석의 거야(巨野)가 일요일 아침 다시 완력을 행사”, “거야의 독주가 거듭”이라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한국경제도 <예산안 미룬 민주당…‘이상민 해임안’은 강행처리>(12월 12일 설지연 기자)에서 제목을 통해 사실상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유가족협의회 출범과 권성동 망언 함께 실은 조선일보

보도가치가 충분한 사안을 보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보도하지 않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가 그러한데요. 조선일보는 <‘세월호’ 활동 인사들 ‘이태원’ 단체도 참여>(12월 12일 김아진 기자)에서 유가족협의회 출범 소식과 함께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발족 소식도 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박석운씨는 세월호진상규명위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대정부 시위 등을 주도”했다며 “유가족 협의회는…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시민추모제를 연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모제 참석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뒤이어 전한 것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망언과 국민의힘 주장입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선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구성원 등에 좌파 인사가 대거 포함된 점 등을 근거로 정쟁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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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의원 망언과 국민의힘 주장 비판 없이 전한 조선일보(12/12)

 

조선일보는 제목과 본문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권성동 의원의 망언과 ‘좌파 인사 대거 포함으로 인한 정쟁화 가능성’이라는 국민의힘 주장까지 실어 부정적 인상을 한층 강화했는데요. 권 의원 망언에 대한 지적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비판 발언만 덧붙여 정쟁으로 보이게 한 점도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이 ‘좌파 인사 대거 포함’을 근거로 내놓은 ‘정쟁화 가능성 주장’을 ‘우려’로 포장한 것도 부적절합니다.

 

조선일보 “청춘의 떼죽음을 윤석열 정부 공격 소재로 활용”

조선일보는 <김창균 칼럼/‘어게인 세월호‧광우병, 망국 좌파의 몽상이었다>(12월 15일 김창균 논설주간)에서 부적절한 주장을 반복하고 노골화했습니다. 김창균 논설주간은 “취임 초부터 잦은 설화(舌禍)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자 “민주당 사람들 머릿속에서 촛불이 켜지면서”, “윤석열 정부를 출범 첫해에 뇌사 상태에 몰아넣는다는 청사진이 그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촛불 쿠데타에 대한 민주당 기대가 부풀어갈 무렵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며 “(민주당이) 청춘의 떼죽음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할 소재로 활용”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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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부적절한 칼럼 낸 조선일보(12/15)

 

또한 “진보 깃발을 흔드는 우리나라 야당은 오로지 정권을 잡는 게 목표”라서 “국가적 혼란까지도 수단으로” 삼는다며, “국가 장래를 팔아서라도 제 배 속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면 정당이 아니라 망국 세력”인 “민주당의 ‘어게인 세월호, 광우병’ 몸부림은 망국 좌파의 몽상(夢想)으로 끝나가고 있다”고 결론 지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한 칼럼이지만, 칼럼이라기보다는 김창균 논설주간의 추측과 상상으로 가득한 산문에 가까워 보입니다. 먼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윤석열 정부를 출범 첫해에 뇌사 상태에 몰아넣는다는 청사진’에 포함한 비유도 부적절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일컬어 ‘청춘의 떼죽음’이라고 한 것은 희생자 비하와 모욕에 가깝습니다.

 

조선일보 “화물연대 백기투항, 윤석열 엄정 대응과 차가운 국민여론 덕”

해당 칼럼에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왜곡도 등장했는데요. 김 논설주간은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 파업을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려던 정치파업”으로 규정했습니다. “선봉에 섰던 화물연대가 보름여 만에 백기투항식으로 파업을 접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도 했지만 국민 여론이 워낙 차가웠다”고 진단했는데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파업을 철회했으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약속했던 정부가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바꾸면서 화물연대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 중입니다. 한국갤럽 12월 2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우선 복귀 후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여론(71%)이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여론(21%)에 비해 높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범위를 확대하여 일몰제가 아닌 지속 시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여론(48%)이 3년 연장 여론(26%)보다 더 높았고, 노동계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는 여론(51%)이 잘하고 있다는 의견(3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이유와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국민 여론은 김 논설주간의 진단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한국갤럽 12월 2주 차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조사기관 자체(한국갤럽 자체조사) / 선거여론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일시 : 2022년 12월 6일~8일(3일간) /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언론의 ‘이태원 참사’ 부적절한 보도는 ‘2차 가해’

참사 42일 만에 출범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창립선언문에서 △정쟁을 배제한 철저한 국정조사·성역 없는 수사 등 참사 진실규명 활동 촉구 △책임자 강력 처벌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및 추모공간 설치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등을 밝혔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규명과 피해자 지원, 재발방지와 시민 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힘을 모아나가기 위해 12월 7일 발족했습니다. 다시 생겨서는 안 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대형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지만 진짜 책임자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책임자 비호에 앞장서며 피해자 요구에 응답하지 않자, 피해자 권리 옹호와 연대를 위해 나서게 된 것이죠.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권성동 의원 막말에 “세월호 유가족도 자식을 잃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고,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는데요. 이처럼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의 아픔 앞에서 좌파와 우파 같은 정치이념도, 정치지향에 따른 유불리도 있을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생존자들 “비명소리 맴돌아 잠못자”>(11월 2일 양은경 기자)를 통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존자 중 상당수가 트라우마(trauma),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자나 부상자를 향한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온라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언론이 정쟁을 우려한다는 명분으로 정치인 망언을 비판 없이 보도하거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활동을 정부 마비를 노린 수단 중 하나로 폄훼하는 칼럼도 ‘2차 가해’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2월 12일~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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