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시민이 되기 위하여 | 조영수 협동사무처장
등록 2022.11.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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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에 복귀한 게 지난해 11월 1일이니 이제 1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나’는 1년 사이 별로 변한 것이 없는데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정권교체’를 통감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언론장악 수위를 올리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욕설 파문으로 시작된 MBC에 대한 탄압이지만 이 사건은 핑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눈엣가시와 같았던 MBC를 때리는데 너무나도 훌륭한 소재거리가 된 것이죠. KBS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고, 공공기관의 YTN 주식 매각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연스럽게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이 연상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명박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탄압‧장악이 같은 듯 다른 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일찍이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낙점하고 방송장악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어 KBS‧MBC‧YTN 사장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이 저항하자 감사원, 국세청, 검찰을 동원하고 이사진까지 압박해 기어이 정연주 사장을 쫓아냈습니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은 방송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을 내세워 공영방송 사장을 갈아치우고, 이후 경영진과 보도‧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인사로 방송을 장악해 나갔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머리’로부터 ‘손발’을 바꾸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여기저기 포를 쏴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나름의 좌표는 있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일 뿐. 윤석열 정권은 전용기 탑승 배제 등 대놓고 MBC 취재를 훼방 놓았습니다. 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라는 사람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MBC에 대한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중앙정보부가 광고주들을 조용히 불러 회유와 협박을 했지만, 지금은 집권 여당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광고 중단을 압박하는 등 염치도 체면도 내팽개친 채 오로지 언론 길들이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KBS는 끝 모를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YTN에는 결국 ‘사영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YTN 지분은 정권마다 YTN을 길들이기 위한 단골 카드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권도 꺼내 들었다가 현실화 시키지 못했는데 이를 기어이 실현하겠다는 것입니다. 말이 좋아 ‘민영화’이지 실은 YTN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기관지로 불리는 한국경제신문에 헐값에 넘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YNT 주식의 21.43%을 보유한 최대주주 한전KDN은 11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주식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또 TBS는 어떻습니까. 11월 15일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TBS 지원 조례를 기어이 일방 폐지했습니다.

 

이렇게 열거하니 참 숨이 가쁜데요. 이런 상황이니 우리의 대응 자세도 2008년과는 달라야겠죠. 여러모로 걱정과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여기에 10.29 이태원 참사까지, 민언련도 회원님들도 국민도 참담하기 그지없는 때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기에는 나라의 앞날이 너무 깜깜한데요.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하겠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는 부끄럽지만 부끄럽지 않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

 

조영수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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