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정치후견주의가 원인이다
김서중(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2.09.23 16:08
조회 233

언론의 제1기능은 사회 제반 권력의 비판·감시·견제다. 선한 권력이야 별문제 없겠지만,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세력에게는 눈엣가시다. 그래서 부당한 권력일수록 언론 장악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동안 공영방송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도 그 유혹을 극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곳곳에서 공영방송 장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뜻 있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당연히 권력의 침탈에 저항할 것이고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큰 우려는 장악된 공영방송이 당장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넘어서 신뢰성을 상실하여 경쟁력을 잃고, 상업방송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주변화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소통의 중심에 서야 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가 위협받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주 시민의 몫이 될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없는가?

 

공영방송 침탈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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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7월 17일 오전 국회 본관 239호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권성동 전 대표는 “제가 이 자리에서 약속드린다.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도, 계획도 없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TV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침탈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돌격대장 구실을 했다.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이용하겠다는 의도인지 6월부터 법적으로 독립성과 임기를 보장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자리를 지키는 것이 후안무치하다는 이유다.

 

정권의 성격에 부합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 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송법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외려 법의 취지를 묵살하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후안무치한 것임을 진정 모르는 모양이다. 7월에는 권 전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공영방송 KBS, MBC 등의 보도를 문제 삼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MBC 사장 퇴진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신호탄과 선동은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9월 KBS 사장과 이사장 감사를 결정하고 착수했다. 국회의원 질문에 국정운영 지원기관임을 자인해 논란을 빚은 최재해 원장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감사원은 △김의철 사장 임명 과정 △몬스터유니온 400억 원 증자 △신사옥 신축계획 중단 △진실과 미래위원회 단장의 해외여행 △대선 직후 문서 폐기 등 5가지 사안 등이 될 것이라 밝혔다.

 

감사 결과가 어떻든 사장 해임 권고 결정은 예비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해임을 권고했던 것처럼. 정연주 전 사장은 해임 무효소송에서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승소했다. MBC에서는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 성향 이사가 박성제 사장 해임결의안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현재 방송진흥회 이사 구성으로 볼 때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 적지만 사회적 논란을 야기해 교체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해법의 요체는 정치 후견주의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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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9월 22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10차 ‘돌마고 파티’.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적폐이사 퇴출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고로 '돌마고'는 ‘돌아오라! 마봉춘(MBC)·고봉순(KBS)’의 줄임말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을 응원하고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 진행된 집회를 말한다. Ⓒ전국언론노조

 

공영방송 침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경험처럼 사회적 재앙이다. 그렇다고 작심하고 달려드는 정부 여당에 멈추라고 호소한들 멈출까 의문이다. 그럼 해법은 없을까?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은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에 작용하는 정치 후견주의다. 정부와 국회 여야 정당들이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통해 정치적 성향이 높은 이사를 선임하고, 그 이사들의 권한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의 책임을 지는 사장 선임이 정치적 외풍에 좌우되는 구조가 문제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해법이든 정치적 개입이 가능한 길을 열어 놓은 경우 정치 후견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는 공적 소유가 갖는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 정치권력(관영)도, 자본(사영) 소유도 아닌 공적 소유(공영)라는 것은 사회가 주인이라는 의미고, 곧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주권자인 시민이 공영방송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많은 경우 시민의 권한을 정치권에 위임해놓고 있기는 하지만 정당이 부당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공영방송의 이사 또는 최소한 사장 선임이라도 시민이 직접 뽑는 길을 열어보자는 것이다.

 

그 해법은 이미 법률 개정안으로 제출되어 있고, 공영언론 일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이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싶은 국회의원들이 처리를 미루고 있을 뿐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공영방송 침탈에 비판의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정치 후견주의를 배제하는 입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혹여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는 길이다. 국민의힘도 그동안 공영방송이 정권의 영향을 받아 정파적이었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면 불법·편법으로 공영방송을 침탈하려 하지 말고,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에 충실한 해법이다. 공영방송은 정권 창출의 전리품이 아니라 민주주의 주권자인 시민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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