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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8000억 피해’ 주장, 언론은 왜 ‘받아쓰기’만 할까
등록 2022.07.29 16:38
조회 2684

51일간 지속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끝났습니다.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임금 4.5% 인상과 상여금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노력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손해배상 소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 노조 지도부를 업무방해로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합의 직후 언론에선 사측 피해액을 강조하거나 파업 책임을 하청노동자에 돌리는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이후 언론 보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주장 피해액, 검증 없이 받아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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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파업 손실 추정액을 강조한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들과 하청노동조합 간 협상 타결 이후, 언론엔 부정확한 피해액을 사후 과제로 강조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대우조선, 8000억 손실 남긴채 파업 ‘매듭’>(7월 23일 이건혁·최창환 기자)과 국민일보 <“물 들어올 때 노 내동댕이친 격”… 대우조선 사태가 남긴 상처>(7월 24일 이용상·박상은 기자) 등이 대표적인데요. ‘8000억 원’ 손실은 대우조선해양 측의 주장으로 언론이 타당한 피해액인지 살펴보지 않고 쓴 금액입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제목에 ‘8000억’을 넣어 사측 피해 주장과 그 규모를 부각했고, 국민일보도 제목에 강조한 바대로 호황기에 진입하는 시기에 “하필 이때 터졌다”며 “51일의 파업으로 대우조선은 8165억원(매출감소 6468억원, 고정비 1426억원, 지체 보상금 271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추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가 기사 말미에 “그나마 하청업체 노동자의 곤궁한 삶이 부각된 건 수확”이란 표현을 썼으나 파업의 근본 이유보다는 ‘시기’를 문제 삼고 사측 추산 피해액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는데요. 사측이 추산한 피해금액 ①매출감소 6468억 원 ②고정비 지출 1426억 원 ③지체보상금 271억 원은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쓸 만한 내용일까요?

 

 

사측 주장 하루 손실 금액(영업일기준)×기간

사측 주장 피해액

실제 피해 추정액

매출

259억원×25일=6475억

6468억

대부분 회복 가능

고정비지출

57억원×25일=1425억

1426억

사측·노조 절반씩 부담

지체보상금

4억원×25일=100억 or 11척 271억

271억

없음

총액

약 8000억

8165억

약 713억

△ 검증 없이 보도한 관련 기사를 바탕으로 계산한 대우조선해양 파업 손실 추정액 ©민주언론시민연합

 

① 매출감소 6468억? 회수 가능한 비용인데…

‘손실’ 표현 자체가 부적절

대우조선해양 측이 가장 큰 비중으로 뽑은 손실은 ‘매출’에 대한 손실입니다. 생산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을 말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일평균 259억 원, 7월 말까지 총 6469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손실은 <민언련 보고서>(7월 22일)에서 언급했듯 공중으로 날아간 돈이 아니며 “생산 출하가 지연된 총액”으로 생산이 재개되면 회수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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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파업 손실에 대해 팩트체크한 MBC(7/21)

 

경향신문 <고비 넘겼지만…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전에는 파업 재발 ‘시간문제’>(7월 24일 김상범 기자)는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주장하는 피해액을 설명하면서도 “다만 매출 손실은 파업 기간의 공정 진행률 0%를 반영한 예상 치이기 때문에 공정 재개에 따라 회수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MBC <파업 손실 7천억 원?>(7월 21일 차주혁 기자) 또한 대우조선해양이 ‘하루에 매출 감소 260여억 원, 고정비 손실 60여억 원’으로 “하루 320억 원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1년 365일로 계산하면 12조 원”으로 “작년 대우조선해양의 총 매출액은 4조5천억 원에 불과”해 “매출액보다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MBC는 “대우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 가운데, 파업으로 멈춰선 건 1개뿐”으로 “나머지 4개는 정상 가동 중이고, 선박도 차질 없이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결국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가장 비중이 큰 ‘매출지연’ 비용은 하청노동자의 업무 복귀로 회복할 수 있으며, 과대하게 부풀린 손해액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② 고정비 지출 1426억? 노사 함께 치러야 할 비용

고정비 지출, 협상 미룬 대우조선해양에도 책임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정비 지출’로 일평균 57억 원, 7월 말까지 총 1426억 원에 달하는데요. 먼저 고정비는 생산량의 변동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지출되는 비용으로 설비‧기계 감가상각비, 임대료, 지분 이자, 연구개발비, 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됩니다. 즉, 생산량에 관계없이 기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노사 간 협상이 빠르게 이뤄져 파업 기간이 길지 않았더라면 줄어들었을 비용입니다.

 

그러나 조선비즈 <수천억 손실 입힌 뒤 “손배소 말라”는 대우조선 하청노조>(7월 22일 박정엽 기자)는 하청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매일 260억 원의 매출 손실, 60억 원의 고정비 손실 등 지금까지 약 7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매출 손실은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수천억 원이 넘는 고정비 손실은 확정 손실”이라며 하청 노조가 “파업은 하면서도 손해 배상 소송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비즈는 매출 손실의 회수를 인정하면서도 고정비 손실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보고 노조의 책임을 강조한 것인데요.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조합과 대화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한겨레 <1㎥ 감옥투쟁 ‘하청’ 절규에도…대우조선·대주주 산은 ‘모르쇠’>(7월 10일 신다은·방준호·안태호·전슬기·조윤영 기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지난 7월 초 거통고지회와 조합원이 소속된 협력사, 대우조선해양과 정규직노조 등과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동안 대우조선해양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는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후 경향신문 <“노조 이름 넣기까지 6년”…하청노동자가 끌어낸 ‘노조할 권리’>(7월 24일 조해람기자)는 “파업 한 달이 넘어갈 때까지 하청노조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원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지도, 제1독 점거로 인한 피해액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하청노조의 끊임없는 대화 요구에도 대우조선해양 측은 소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한 것입니다.

 

매일노동뉴스 <상처만 남긴 파업?>(7월 26일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 투쟁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방관을 비난해야 마땅했”다며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데도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방관했다면”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8천100억 원대의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되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천문학적인 피해액은 파업에 나선 하청노조만의 문제가 아닌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대우조선해양도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③ 지체보상금 271억? 발생하지 않은 지체보상금 포함됐다

‘제때 인수 불가능’ 전제하고 비판, 인도 지연·지체보상금 가능성 거의 없어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중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체보상금은 파업으로 인해 선박 인도에 차질이 생겨 선주사에게 지급하는 지연보상 피해 비용입니다.

 

한국경제 <대우조선 8000억 손실 났는데…손배소 결론 못낸 ‘반쪽 합의’>(7월 22일 곽용희 기자)는 “옥포조선소 1번 도크 점거로 당장 대우조선은 조업이 중단되고 선박 인도에 차질을 빚으면서 8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파업 때문에 11척의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을 납기일 내에 차질 없이 건조해 해외 발주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국 조선소만의 경쟁력”이 이번 파업으로 “신뢰도에 금이 간 데다 지체보상금까지 물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청지회의 1번 도크 점거 파업으로 선박 11척의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것이며, 피해액은 271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선박 인도 지연이나 지체보상금 가능성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 파업 후유증에도 대우조선 납기 준수 ‘청신호’>(7월 26일 한지은 기자)는 “대우조선은 보통 예정일보다 한 달 빨리 인도를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잡”기 때문에 앞당겨 생산에 들어가 “5주에 걸친 진수 중단에도 인도 지연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계약 인도일에서 한 달가량 유예기간이 있어 지체보상금을 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1 <“투쟁” 대신 ‘깡깡’ 쇳소리 넘친 대우조선…“사태 심각한데 일해야죠”>(7월 26일 강대한 기자) 역시 대우조선해양은 “통상 선박 목표 인도일을 한 달 정도 일찍 계획해 제작 일정”을 짜고 “게다가 최대 40일간 선박 인도 유예기간을 둔 터라 선주사와 의견 조율이 된다면 큰 무리 없이 선박을 납기일에 맞춰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결국 지체보상금 271억 원은 일어나지 않을 피해에 대해 지레짐작한 비용으로 언론이 검증에 나섰다면 포함되지 않았을 피해 비용입니다.

 

‘받아쓴’ 피해액 부각하며 노조 꾸짖는 언론

손실만 남은 파업?

이렇듯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피해액 8000억 원은 과도하게 추계된 부분이 있고, 아직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일방적 피해 주장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대부분 언론은 피해액 ‘8000억 원’을 제목으로 부각하고, 협상 결과가 나오자 ‘이런 결과를 얻으려고 8000억 원대 손실을 끼치냐’며 노조를 나무라기까지 했습니다.

 

조선비즈 <상처만 남긴 대우조선 파업…임금 4.5% 더 받자고 8100억원대 손실>(7월 22일 박정엽 기자)은 “여론 악화와 정부의 압박”에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안도 처음 30%에서 10%대로 낮추고 최종적으로 4.5%에 합의했다”며 하청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비롯해 다른 활동 지원 요구도 협상 과정에서 내려놓아 결국 “이번 파업으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남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파업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데일리 <현장에서/승자 없이 패자만 남은 대우조선 파업 사태>(7월 24일 박민 기자)도 “선박 작업 중단으로 협력업체 도산과 지역 상권 피해라는 막대한 손실을 끼치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데일리는 8000억에 달하는 피해액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 추후 산업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 축소 우려 등은 미처 환산하지 못한 피해액”이라고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파업으로 ‘희망’ 찾은 하청지회 노동자

그러나 파업에 참여한 하청노조원들은 이번 파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겨레 <대우조선 하청노조 임금 못 올렸지만…“이 합의서 쓰는데 6년 걸렸다”>(7월 22일 박태우·서혜미·최상원 기자)에서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금속노조 이 이름 하나 합의서에 넣기 위해 6년 싸웠다”며 “오늘 드디어 초라하고 걸레 같은 합의서지만 금속노조 이름을 넣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하청노동자들이 언제 단체교섭을 해보겠느냐. 이게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금속노조 도장 찍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 조합원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51일 싸워 4.5% 인상…그래도 희망은 있다”>(7월 25일 김다솜 기자)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철지회 부지회장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임금 4.5% 인상 등을 담은 이번 합의를 두고 “그렇게 싸웠는데 왜 4.5%냐. 이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수십 년 겪고 살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조합원 찬성을 얻은” 것이라 언급했는데요. 유 부지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하청 노동자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된 것을 성과로 뽑으며, “조선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망을 가지고 잘못된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방적 주장 받아쓰기 아닌 제대로 검증하는 보도 필요

한겨레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7월 25일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시간외근무 확대 등으로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만큼 만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손실액과 관련된 명확한 증거자료 제시가 필요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보수를 받는 노동자에게 수십,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노조 죽이기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며 “헛되이 부서지는 지친 파도는, 결국은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고 강조했는데요.

 

KBS <고된 노동·저임금…“노동자 떠난다”>(7월 26일 홍성희 기자)와 같이 조선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살펴보는 심층 기획보도가 늘어난 것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에는 ‘8000억’이라는 허황된 숫자를 받아쓰며 하청지회 노조를 몰아세우는 보도가 많습니다. 적은 임금인상에도 희망을 찾는 노동자를 보며, 더 나은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살펴보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닐까요? 사측의 일방적 주장을 쉽게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주장은 없는지 살피는 ‘정확한’ 노동보도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22일~7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관련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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