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골때녀’로 반복된 SBS 조작 논란, 재발방지 근본대책 필요하다
등록 2021.12.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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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축구 다큐’를 표방한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며 또다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국내 최초 여자 축구 예능’을 내세우며 SBS <연예대상>에서 8관왕을 차지했을 만큼 주목받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1주일도 안된 12월 22일 방송분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두 팀의 점수 획득 순서가 제작진에 의해 편집된 사실이 시청자들의 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틀 후 제작진은 편집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다른 방송분에서도 득점 순서가 뒤바뀐 정황이 드러나며 프로그램 전체 문제로 번졌다.

 

여기에 진정성으로 인기를 얻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시청자 피드백 시스템 부재와 일부 출연자들의 태도는 시청자들의 실망을 증폭시켰다. 프로그램 자체 시청자 게시판은 아예 없었고, 일부 출연자는 “편집은 맞지만 없는 스코어를 만든 것은 아니다”며 무성의한 해명으로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SBS는 12월 27일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일부 회차의 골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득점순서 편집을 인정하고 책임PD와 담당PD를 교체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가 프로그램 책임자를 교체하는 선에서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편집 조작이 소위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따라오는 고질병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SBS만 해도 초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가 일반인 출연자들의 대화 순서까지 묘사된 방송 대본이 공개되며 비판을 받았고, <정글의 법칙>은 2013년 출연자들이 방문한 ‘호전적인 원시부족’,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원시동굴’ 등이 관광 프로그램 일부로 밝혀져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은 조작 논란 이후 프로그램이 폐지됐으며, Mnet <프로듀스 101>과 <아이돌학교>처럼 시청자투표를 조작해 순위를 바꾸나 임의로 탈락자를 결정한 사례는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결국 <프로듀스 101>에서 시청자투표를 조작한 제작진은 업무방해와 사기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역시 시청자투표로 순위를 조작한 <아이돌학교> 제작진은 법정 구속되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Mnet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와 최고 과징금인 3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렇듯 방송 조작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규제, 사법적 처벌이 뒤따랐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제작진 교체나 프로그램 개편 또는 폐지 등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일부 제작진의 안일한 판단이나 일탈로 책임을 돌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SBS나 Mnet처럼 한 방송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건 제작진 몇 명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방송사 스스로의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다. 성과에 급급해 어떻게 방송을 만들더라도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된다는 구시대적 인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 조작 방송 사고는 근절되지 않는다. 특히 수차례 방송 조작 논란을 일으켰던 SB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제작 윤리기준과 시청자와의 소통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라. SBS 이름을 걸고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영진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근본 대책부터 책임지고 내놔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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