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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인용’ 조치 비판 앞서 ‘따옴표 저널리즘’ 돌아봐야TV조선·서울신문·매경·서경 등 ‘언론자유 침해’ 주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11월 15일 ‘2021년도 제20차 위원회 조치내역’을 공개했습니다. 그중 주목을 받은 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SNS 인용보도 6건에 관한 조치였는데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진중권 씨 개인 비판 혹은 비난 인용이 보도의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 6건에 대해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인터넷언론사의 당연한 기능”으로 “특정 논객의 페이스북 글을 그대로 인용”했지만,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기사화한 것은 유권자를 오도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데일리에 ‘주의’, 나머지 5개 언론사에 ‘공정보도 협조요청’ 조치를 내렸고, 이데일리와 아시아경제는 기사제목을 변경한 상태입니다.
언론사 |
보도제목 |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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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공정보도 협조요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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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공정보도 협조요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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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스앤뉴스 |
공정보도 협조요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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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윤석열 봐주기 수사 탓’ 이재명 역공에… 진중권 “실성했나. 몰랐으면 박근혜, 알았으면 MB”(10/17 정은나리기자) |
공정보도 협조요청 |
△ ‘진중권 씨 SNS 인용보도’에 대한 인터넷선거방송심의위원회 조치내역(11/15)
비판 보도 15건, 전문가 의견 중 ‘언론학계’ 전무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내역이 발표된 다음날인 11월 16일부터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11월 19일 오후 3시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진중권 주의’로 검색하면 총 74건의 관련 기사가 나오는데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 비판보도는 15건이었습니다.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중엔 TV조선이 유일했고, 신문지면에선 서울신문과 매일경제‧서울경제가 사설로 비판했습니다.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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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뉴스 |
△ ‘진중권 씨 SNS 인용보도’에 대한 인터넷선거방송심의위원회 조치 비판보도(11/16~11/19)
TV조선은 <진중권 인용 보도에 ‘주의’…논란 확산>(11/17 김도형 기자)에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화인터뷰와 함께 “대선후보라는 공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 치를 비판하며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장우영 대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언을 전문가 의견으로 인용했습니다. 언론보도 심의를 비판하면서 정작 언론학계 전문가 의견은 근거로 대지 못한 겁니다. 그마저도 일부 기사는 전문가 의견 없이 ‘국민의힘 반응’ 혹은 ‘일각’이라는 불특정 대상을 주어로 삼아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진중권 씨 SNS 인용보도 자체를 금지하는 것처럼 전하며 ‘언론자유 침해’, ‘재갈 물리기’ 등의 표현을 썼는데요. 뉴데일리 <이게 중립?…선관위 ‘진중권의 이재명 비판’ 인용 언론사 11곳에 ‘조치’>(11/18 김현지 기자)에 등장한 ‘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진중권 논객’의 이야기를 인용해서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과장‧허위‧비방 등 표현이 문제”라서 ‘주의’ 혹은 ‘공정보도 협조요청’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반론이 충분히 들어갔거나 표현을 순화해 비판한 부분은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었다”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에 ‘언론 비판 위축’ 주장한 TV조선(11/17)
서울신문, ‘김어준 발언에 별다른 조치 안 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를 비판한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방송인 김어준 씨 발언 인용보도는 제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서울신문은 11월 18일 <사설/선관위 대선후보 인용 보도에 ‘주의’, 선거 중립 해친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하는 방송인 김어준 씨 등의 편향 발언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만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에는 진중권 씨 SNS 인용보도 6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방송인 김어준 씨 유튜브 방송 1건에 대한 ‘공정보도 협조요청’ 조치도 있었습니다. 진중권 씨 SNS 인용보도 6건에 대한 조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이의신청에 의한 것이었고, 김어준 씨 유튜브 방송 1건에 대한 조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자체심의에 의한 것이었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내역을 살펴보고 쓴 사설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이재명 후보 측 이의신청을 모두 심의안건으로 상정한 것도 아닙니다. 11월 16일 뉴데일리 <단독/“화천대유하세요” 썼다고… 이재명, 올해에만 선관위에 ‘언론 보도 40건’ 이의신청>(11/16 이지성 기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올해 총 40건의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이 후보가 이의신청한 대장동 관련 보도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 비판한 서울신문‧매일경제‧서울경제 사설(11/18)
‘따옴표 저널리즘’ 멈추고, 기사 쓰는 주체로 거듭나야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를 비판하면서도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 관행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명사들의 발언을 무분별하게 인용해 보도하는 관행”인 ‘따옴표 저널리즘’을 언론학계와 언론계 내부에서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계 내부가 공론화해 고쳐야 할 보도관행”으로 “선관위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이번 사안을 전하면서도 여전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나 진중권 씨 SNS를 그대로 인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한국 언론은 미국 언론과 달리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방송법 등 실정법 조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아직 편파보도 문제가 심각한 한국 언론 현실에선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가 선거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 스스로의 판단이나 주장을 전할 때, 특정 후보에 대한 유명인 SNS나 발언 인용에 기대 사실상 편파성을 노출하거나 특정 후보를 미는 이중적 보도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오히려 이번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조치를 계기로 진중권 씨 등 유명인 발언이나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교묘하게 자기주장을 하거나 클릭 수 높이는 자극적 기사를 생산해온 행태를 언론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방송기자』 2019년 3‧4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언론에도 이러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누군가가 그러한 주장을 했다는 사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에 따옴표를 붙여 보도해주기 위해서는 기자와 데스크에 의한 고민과 판단이 요구된다. 그가 하필 이 시점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의 주장이 대중에게 노출되고 전달될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그 주장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흥미와 주목을 끌 소재가 된다고 판단하는 걸까? 이와 같은 고민을 거치지 않은 따옴표 속 발화는, 사실과 주장을 분별하고, 세상의 정보에 뉴스 가치를 부여하여, 사회적으로 상관성 높은 정보를 전달하는 저널리즘 행위의 결과물이 아니다. |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6~1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진중권 주의’ 검색 시 나온 관련 보도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