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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유화’ 본질 흐린 배후설·신상털기, 언론이 앞장섰다여성 제보자 향한 불필요한 발언 ‘받아쓰기’, 무슨 의도인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단독보도로 시작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직접 작성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해 형사 고발을 사주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검찰 사유화’와 ‘검찰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은 비껴간 채 언론은 오히려 ‘제보자 논란’, ‘제보 사주 의혹’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제보자 조성은’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공익신고자 논란, 누가 부추겼나
의혹 연루 당사자들이 시작한 ‘제보자’ 논란
‘검찰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9월 8일 기자회견에서 고발 사주 의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한 채 제보자를 문제 삼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경향신문 <김웅 질의응답 “고발장 받은 사실 기억 안나, 제보자 신원 밝혀지면 일 벌어진 경위 이해 될 것”>(9월 8일 심진용 기자)에서 김웅 의원은 “(제보자가) 윤석열, 유승민 다 잡으려 하는 것”이라는 본인 주장을 확인하는 기자 질문에 “제가 생각하는 제보자가 맞다면, 그 의심이 쉽게 금방 와 닿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국경제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일축 “내가 그렇게 무섭나”>(9월 8일 홍민성 기자)에서 윤 후보는 출처와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으면 신빙성이 없음으로 고발장이 ‘괴문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후보는 “제보했다는 사람은 여러분들 모두 누군지 알고 계실 것이다.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그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될 수 있나.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 출처와 작성자를 정확히 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제보자’는 9월 7일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 보호돼야 했지만, 사건 당사자들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로 결국 ‘제보자 조성은’ 씨는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9월 10일 JTBC JTBC뉴스룸 <인터뷰/고발 사주 의혹 “내가 제보자”, 조성은>에 출연한 조 씨는 “많은 언론인들 전화를 받았”지만 “수사기관에 (자료) 제출을 이미 언론 보도되기 전에 먼저 했고, 그 다음에 이게 정식으로 수일이 걸리는 절차를 마치고 나서 제 입장이 정리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고 밝히며 본인이 제보자임을 부인했던 것을 사과했습니다.
조선・동아, 공익신고자보호법 어기며 이름 공개
조선일보 <제보자·공익신고자는 동일인… 보도매체 입장, 검찰 발표문 보니>(9월 9일 장상진 ・김명일・윤주헌 기자)는 “정치권에서는 3~4명의 이름이 카카오톡 지라시”를 통해 알려졌으며 “그중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성은 씨”라며 제보자 실명을 보도했습니다. 이어 조 씨가 올린 입장문에 “제보자가 아니란 표현은 입장문 어디에도 없었”으며 “공익신고자 여부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보자가 누구인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하면서도 성급하게 제보자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 제보자가 스스로 신원을 밝히기도 전에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동아닷컴(9/9)
동아닷컴 <단독/조성은 “제보자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아”…윤 캠프 “제보자가 사실상 자백”>(9월 10일 고도예・전주영 기자) 역시 조성은 씨가 “제보자고 아니고는 중요한 게 아니”라며 “‘제보자가 맞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을 흐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은 9월 9일 MBC 라디오에서” “조 씨를 염두에 둔 듯 ‘그분이 공익신고자가 맞다’라고 했다”며 조성은 씨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실었습니다.
뉴스버스 <대검 ‘고발사주’ 제보자 공익신고...메시지 주고받은 휴대폰 제출>(9월 7일 윤진희 기자)은 “A(조성은)씨가 공익신고자 신분이 됨에 따라 A씨가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A씨가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동아닷컴 등 일부 언론은 제보자가 본인을 밝히기도 전부터 무분별하게 제보자를 추정하고 지목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공익신고 거래설까지 등장한 조선일보
△검찰과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자격을 놓고 거래했다는 조선일보(9/7)
‘검찰 고발 사주 의혹’으로 이번 사건을 명명한 다른 언론과 달리 ‘윤석열 입건 후폭풍’으로 명명한 조선일보는 제보자가 ‘공익신고자’가 된 것을 두고 검찰과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조성은, ‘공익신고자’ 자격놓고 거래했나>(9월 13일 노석조 기자)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 신청을 하는 사람이 검사장급인 대검 감찰부장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익신고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조선일보
조성은 제보자를 문제 삼고 싶은 언론은 조 씨의 ‘공익신고자’ 신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 <‘추 아들 의혹’ 공익신고자 되는데 68일, ‘윤 고발 사주 의혹’은 6일>(9월 9일 이가영 기자)은 “공익신고자 지정의 주무부서는 검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여서 월권 논란이 제기됐”으며 검찰이 “의혹 제기 6일 만에 ‘공익신고자’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선거용 폭로자도 공익신고자 되나>(9월 10일 이슬비 기자)는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입법 취지를 고려해봤을 때 선거 국면에서 폭로성 제보는 ‘공익신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선거 국면에서 후보(윤석열)에 대한 네거티브 또는 의혹 제기를 공익적 목적의 신고라고 할 수 없다”는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대검 발표 이후에도 공익신고자가 ‘언론제보자’이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조선일보(9/10)
조선일보 <권경애의 GPS/언론 제보자가 모두 공익신고자 될 수는 없다>(9월 10일)는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김 의원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에 제보자가 공익신고자가 되었다고 발표했다”면서도 조성은 씨가 ‘언론 제보자’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익신고자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공익 제보를 위장한 정치 공작자와 이용당한 언론이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책”이라며 조성은 씨가 ‘정치 공작자’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공익신고 접수한 순간부터 ‘공익신고자’
조선비즈 <대검 “‘윤석열 청부고발 의혹’ 제보자, 공익신고자 요건 충족”>(9월 8일 김민정 기자)은 대검찰청이 9월 8일 “뉴스버스 보도 관련 제보자의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관계 법령상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6조는 국민권익위원회뿐 아니라 수사기관에도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공익신고자보호법 2조는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한다”고 보도했습니다.
△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조성은 씨는 공인신고자에 해당한다고 보도한 조선비즈(9/8)
뉴스버스 역시 9월 10일 ‘공익신고자’와 관련해 두 건의 팩트체크 기사를 실었습니다. 뉴스버스 <팩트체크①/“공익신고자 지위인정 권익위만” 전현희 주장은 거짓>(윤진희 기자)와 <팩트체크 ②/“언론제보하면 공익신고자 아니다”는 윤석열 주장은 거짓>(윤진희 기자)에 따르면 “공익신고자 신분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신고 절차를 마치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법률상 지위’”이며 “권익위만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또한 “권익위가 아닌 다른 기관에 공익신고를 했더라도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 경우 권익위는 보호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게 행정법원 판례”이며, “공익신고 이전에 언론에 먼저 제보를 했는지 여부는 공익신고자 지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MBC <알고보니/ 공익신고, 언론제보 안하고 60일 동안 기다려야?>(9월 12일 전준홍 기자)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그 내용을 확인하여 조사기관 등에 이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60일 이내로 조사를 끝내라는 취지”의 상한선일 뿐 60일을 다 채우라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고발한 공익신고자’는 6일,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 내부고발자인 장준희 검사’는 30일 가량이 소요됐다며 “상황과 신고 내용에 따라 공익신고의 조사기간이 다르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비방, 도를 넘었다>(9월 10일)는 사설을 통해 “제보자에 대한 비방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며 “국민의힘 인사들은 제보자를 ‘정치공작의 공범'으로 몰아가면서 제보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메시지를 반박하지 못할 때 메신저를 공격하는 방식의 전형적 정치 공세”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신고 요건을 갖춰서 수사기관에 접수하면 일단 공익신고자로 간주해 비밀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 공익신고 제도의 취지”며 “국민의힘이 제보자의 신원을 캐내고 비방하면서 공익신고 제도를 흔들면 향후 현 정부의 비리를 밝힐 제보자들은 어떻게 보호해줄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근거 없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개입설
개인적 친분은 배후설로 둔갑
제보자 조성은 씨가 공개되자 조 씨 과거 행적을 추적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언론은 2016년 조성은 씨가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내며 당시 지도부였던 박지원 국정원장과 인연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조 씨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글을 인용해 둘의 친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는 ‘박지원 배후설’‘박지원 게이트’ 등 무리한 주장까지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 <박지원·조성은, 국정원장 공관서 함께 식사…페북선 친분 과시>(9월 13일 윤주헌・노석조 기자)는 “제보자인 조성은(33)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빈번하게 접촉했다는 조 씨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직 국정원장이 특정 대선 후보에 비판적인 야당 인사를 왜 빈번하게 만났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공익신고자의 관계에 주목해 보도한 조선일보(9/13)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국정원장까지 등장, 또 재연되는 대선 막장극>(9월 13일)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국정원장의 개입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제보자와 국정원장이 호텔 식당에서 단둘이 만난 것만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 씨에 대해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과거 행적 등을 두고 온갖 추측과 음모론이 나돌고 있”어 “‘3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상황”이라 했는데, 언론 스스로가 근거 없이 ‘막장 드라마’ 프레임을 꺼내 보도하면서 제삼자인 듯 비판을 전했습니다.
말실수가 ‘개입 자백’으로
조성은 씨는 9월 12일 SBS 8뉴스 인터뷰에서 “(뉴스버스 보도) 날짜와 기간 때문에 저에게 어떤 프레임 씌우기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박지원 국정)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발언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8뉴스 본 방송에서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SBS뉴스 유튜브채널에 ‘전체 인터뷰 영상’으로 공개됐습니다. 해당 발언은 조성은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보도 날짜를 상의했다고 해석될 수 있어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에서 박 원장 배후설을 부각하는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 조성은 씨 SBS 인터뷰 발언을 두고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을 자백한 것이라고 보도한 TV조선(9/13)
TV조선 <“원장님이 원한 날짜 아냐”...개입 자백?>(9월 13일 이미지 기자)은 제목부터 조성은 씨 말실수를 ‘개입 자백’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없었던 일로 단순 말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왔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 <야 “박지원-조성은 커넥션…즉각 수사해야” 조 “9월 2일, 원장님이나 내가 원한 날짜 아냐”>(9월 13일 전주영 기자)는 SBS 8뉴스 인터뷰에서 “박 원장에게 이 건과 관련해선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앵커 질문에 조성은 씨가 “그렇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요 근래 말고, (박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박영수 특검, 당 고문들이랑 친분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어서”라고 말한 대목은 본문에 적시했지만, 제목은 조 씨와 박 원장이 상의한 듯 내보냈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시기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제보자가 사적으로 만났다는 사실뿐입니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으며 조 씨는 ‘검찰 고발 사주’ 관련해 박 원장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조성은 씨 SNS에 공개된 글로 둘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와 ‘고발 사주 의혹’ 제기 시기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9월 12일 <“조성은, 국정원장 공관도 방문”>(이미지 기자)에서 “‘공익신고자’의 경우 지나친 보도는 ‘메신저 공격’이란 비판이 있고 그래서 자제해야 한다는 점 저희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야권에서 ‘정치공작’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어 박 원장과의 만남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성은 씨가 박 원장을 올해 2월쯤 국정원장 공관에서도 만난 사실을 또 확인했”다며 “시기상 이번 사주 의혹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방문 목적이나 추가 방문 여부 등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9월 13일 <박지원 만남 전후해...무더기 ‘화면 캡처’>(이태희 기자)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본질과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조 씨가 올해 2월 박 원장과 국정원장 공관에서 만난 직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논란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고발 사주 의혹’ vs ‘박지원 게이트’…규명해야 할 실체는>(9월 13일 김태훈 기자)에서는 “지난 6월, 제보자가 인터넷 언론에 고발장 사주 의혹을 제보한 후 8월엔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사실도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또 박 원장을 만난 직후 텔레그램을 다시 캡처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고발 사주’인가, ‘공작’인가…정치가 산으로 간다>(9월 13)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고발 사주’가 기사화되기 직전 고급호텔에서 제보자를 만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박 원장은 “고발 사주와 관련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지원 게이트’로 전환하기엔 부족한 증거
중앙일보는 9월 13일 사설 <‘고발 사주 의혹’ 둘러싼 난맥상 우려스럽다>에서 조성은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식사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지금까지 둘이 만났다는 사실 외에는 드러난 게 없다”며 “박지원 게이트 역시 섣부른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전례없는 강제수사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기력해 보인다.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면을 타개할 전향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향신문 <조성은 “김웅에 고발장 전달한 ‘손준성’ 검사라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 있다”>(9월 13일 유설희・박순봉 기자)는 조성은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원장이 제보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박 원장은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아서 상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조 씨는 이번 일이 정치적 배후 없이 스스로 결단한 것”이라며 “자꾸 ‘젊은(경험 없고 미숙한)’ ‘여성’ 이미지로 제가 ‘감히’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뒤에 누가 있다고 하고 싶겠지만 2014년부터 책임과 결정이 있는 역할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제보자 왜 만났나”…‘박지원 게이트’로 전환 시도>(9월 12일 박순봉 기자)에서 “검찰과 국민의힘의 ‘커넥션’이라는 프레임으로 굳어질 경우 여권발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강화되고 야당 심판론도 커질 수 있”어 국민의힘이 “여권의 공작정치,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혹과 무관한 제보자 신상 털기
“살 빠져 좋겠네”, “생일 축하합니다” 페북 메시지, 정치공작 근거?
‘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부 언론은 제보자 조 씨와 박 원장의 친분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제보자와 박 원장이 만났으니 의심스럽다’로 시작된 보도는 이후 ‘제보자와 박 원장이 친밀해보이니 더 의심스럽다’는 내용으로 강도를 증폭시켜 나갔는데요. 강한 의심을 제기한 근거로 제보자 소셜미디어에 실린 글과 박 국정원장의 댓글을 제시했습니다.
△ 박지원 원장과 제보자 간 ‘정치공작’ 의혹이 제기되자 박 원장이 언급된 제보자 페이스북 게시글을 보도한 조선일보(9/12)
조선일보 <野가 ‘정치적 수양딸’ 비판한 박지원·조성은, 페북서 나눈 사담 봤더니…>(9월 12일 김명진 기자)는 3년 전인 2018년 4월 30일 제보자가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평가하면서,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박 원장에 대해 ‘역사적 상징이 되셨다’고 적었다”라며, 2019년 2월 16일엔 “조 씨가 스케쥴이 바빠 피곤하다며 ‘셀카’”를 올리자 박 원장이 “‘살 빠져 좋겠넹’이라는 댓글”을 달았고, “그해 5월 9일엔 두 사람이 통화를 나눈 상황으로 추정되는 글도 조씨가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전했는데요. 생일 축하 댓글 등 총 10여 개 게시글을 소개한 뒤,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이 “대한민국의 대선에서 유력 야당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한 글을 이어서 보도했습니다. 즉, ‘정치공작’의 근거로 페이스북에서 제보자와 박 원장의 친밀한 게시글을 내놓은 겁니다.
중앙일보 <윤석열 측 “박지원 대선개입” 조성은 “둘이 사적 얘기만 했다”>(9월 13일 현인훈 기자)도 비슷하게 박 원장과 제보자의 공모 가능성을 주장하는 정치인 발언과 함께 제보자 페이스북 게시글을 실었는데요. 제보자와 박 원장도 “친분이 있다”고 인정했듯 기사에 언급된 페이스북 게시글이 두 사람의 친분을 보여주긴 하지만, 고발사주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한 내용은 없습니다.
알맹이 없는 의혹 제기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가 ‘검찰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오기 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발 사주 의혹과 연관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취재를 통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출 때 보도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박 원장과 제보자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보도한 대부분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친근했다’, ‘식당에서 만났다’에 불과한데요. 즉 장제원 의원이 주장한 ‘정치공작’을 의심해볼 만한 최소한의 ‘알맹이’도 없는 상태로, 근거 없이 의심과 주장만 난무하는 보도를 ‘음모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제보자 고급차·체납정보 퍼나르기, 부정적 프레임
박지원 국정원장은 물론 사건과 무관한 SNS 게시글을 ‘논란’으로 만들거나 제보자 ‘신상 터는’ 보도도 나타났습니다. TV조선 <“윤석열 팬”, 응원 중→1년 새 ‘비난’ 돌변>(9월 11일 박경준 기자)은 제보자가 “2019년 12월 검찰총장 시절 ‘팬이 되어본다. 진심으로 응원 중’”이라고 했지만, “최근엔 돌XXX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라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조씨의 평가는 1년 사이 180도 돌변”한 것을 지적했는데요. 기자가 이 게시물에 주목한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제보자가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 제보자 조 씨가 개인 SNS에 올린 차량 사진을 캡처해 보도하면서 해당 차종 가격을 언급한 MBN(9/11)
제보자가 타고 다니는 차량과 재정 상황을 언급한 기사도 있는데요. MBN은 9월 11일 <‘고발 사주’ 제보자 조성은, SNS에 올린 1억 원대 고급차 화제>(디지털뉴스부>에서 제보자가 SNS에 올린 차량 사진을 캡처해 보도하며 해당 차종 가격을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이틀 뒤인 9월 13일엔 <김재원 “세금 연체한 조성은, 고급주택에 마세라티?”>(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며 “김 최고위원이 조 씨가 그의 재정상태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보여준 것을 지적하며 누군가에게 후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는데요. 제보자 차량, 거주 아파트 전세 시세, 운영회사 세금 체납 상황 등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내밀한 관계” “젊은 여성”, 여성 제보자 향한 불필요한 발언
제보자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발언을 강조한 보도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윤 “박지원·조성은 만남 정상 아니다”…김기현 “내밀한 관계”>(9월 12일 한영혜 기자)는 박 원장과 제보자와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매우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로 파악된다”, “일반적인 지인 관계가 아니라 매우 친밀하고 특수한 관계”라고 한 발언을 여과없이 ‘받아쓰기’ 했는데요.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과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관해 검증은커녕 정치인의 자극적 발언을 제목으로까지 부각했습니다. 9월 13일엔 <롯데호텔 38층서 박지원 만난 조성은 “단둘이 사적 대화만”>(현일훈 기자)을 통해 사건과 관련 없는 대화를 나눴다는 맥락 대신, 대중을 자극하기 쉬운 단어를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조선일보 <석동현 “與, 공익신고자로 조성은 띄우기…윤지오 때와 비슷”>(9월 13일 이가영 기자) 역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9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기사 대부분을 채웠는데요.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아직은 한참 젊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상식적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언행”, “이제는 그 젊은 여성이 국정원장과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를 놓고 정치권과 온 언론이 도배질하고 있다” 등 제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겨냥한 표현이 상당 부분 포함된 내용을 그대로 ‘복붙’(복사해 붙이기)하는 수준으로 받아쓰기 했습니다.
진실 찾기 가로막는 언론, 합리적 근거로 의혹 제기해야
몇몇 언론이 제보자에 관한 정보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부각하면서 ‘검찰 권력 사유화’를 했는지 밝혀내는 일이 대중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제보자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체납한 세금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당사자가 알리길 원치 않았을 정보까지 캐고 다니기에 바빴습니다. 제보자가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기 전, 특정 정치인에게 제보자로 지목됐다는 이유만으로 제보자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거나 공익제보자 인정 여부를 두고 제보자에게 부정적 시선이 가도록 유도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허술한 의혹 제기, 제보자에 대한 불필요한 낙인 찍기 등으로 진실을 밝혀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진실 찾기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9월 9~13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조성은’ 등 관련 키워드 검색 후 나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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