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방송모니터위원회] ‘사람은 강철이 아니다’ 가학성·선정성 드러낸 채널A <강철부대>
부상반복, 안전불감증, 비속어, 불공정미션, 성고정관념 개선해야
등록 2021.08.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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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모임인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공동창작입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모임에서 뉴스와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방송비평을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으로 연락주세요.

 

 

<강철부대>는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으로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해 2021년 3월 23일부터 6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방영했습니다.

 

<강철부대>는 제707대테러특수임무단(707), 군사경찰특임대(SDT),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해군특수전전단(UDT), 해군해난구조전대(SSU), 해병대특수수색대(해병대) 등 모두 6개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최고 특수부대를 가려내는 콘셉트 프로그램입니다. 기존 군대식 예능과 달리 각 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참여했으며 특수부대 간 경쟁이 최초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기대와 호응을 한 몸에 얻었습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1화부터 14화까지 <강철부대> 모니터를 통해 최고 특수부대를 가려낸다는 취지 아래 예능에서 특수부대를 어떻게 소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1. 부상 반복되는 가학적 미션 : 사람은 강철이 아니다

 

반복된 부상으로 증명된 가혹한 대결

<강철부대> 첫 화에 등장한 <최강 대원 선발전-2라운드 장애물 각개 전투>는 3단계 미션으로 후방포복으로 철조망 극복 → 40kg 타이어 들고 500m 이동 → 10m 외줄 올라가 종을 치면 끝나는 경기였습니다. 부대별로 1인이 참여해 4인이 조를 이뤄 경쟁했으며 선착순 2명이 선발되는 미션입니다. 3조 경기에서 10m 외줄을 오르던 중 UDT 육준서 대원이 팔에 힘이 빠져 10m 높이에서 추락했습니다. UDT 육준서 대원은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하며 고통을 호소했고 탈진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막에도 ‘긴급 상황’이라고 명시될 만큼 위험한 상태였으며 마스터라 불리는 안전요원과 의료진이 건강 상태를 물어보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해병대수색대 정훈 대원도 미션 도중 발목에 부상을 입어 긴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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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부대 제1화 <최강대원 선발전-2라운드 장애물 각개 전투> 중 부상입은 대원들(3/30)

 

그런데 부상으로 경기가 어려운 대원들에게 마스터(MC) 최영재 씨는 재도전 의사를 물었습니다. 조별로 2인이 선발되는 미션인데, 성공한 대원이 1명밖에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다른 대원들은 “굳이 왜 재경기를 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하면 안 될 것 같은데”라고 걱정하는 내색을 비췄지만, 마스터 최영재 씨는 “실패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거다”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였다고 전했습니다. 3명의 대원 중 2명이 부상한 상황이었으나 결국 경기는 재개됐고, 대원들이 중도 포기하며 미션은 끝났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MC들은 “멋있다”, “대단하다”고 포장했지만, 추가 사고 발생도 가능했던 가혹한 미션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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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부대 3화 <IBS 침투 작전> 중 부상 입은 SDT 이정민 대원(4/6)

 

대원들의 부상은 다음 방송에서도 계속 등장했습니다. 3화 <IBS 침투 작전>은 IBS라는 소형 고무보트를 이용한 미션으로 IBS가 있는 곳까지 전력 질주 → IBS 들고 이동 → IBS 타고 바다로 진수 → 바닷속 더미(인간모형) 구출 → 육지로 복귀해 결승점까지 더미를 이송하는 미션입니다. 100kg에 달하는 IBS를 들고 이송하는 자체로도 어려운 일입니다. IBS에 익숙지 않은 SDT 이정민 대원은 이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입었습니다. <강철부대>는 이번에도 경기 중단이 아닌 참가자의 인내심을 강조한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어깨 통증을 가하는 미션이 계속되자 SDT 이정민 대원은 “어깨가 너무 아파요”라고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 중단을 반복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이정민’, ‘포기란 없다”는 자막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SDT 이정민 대원의 정신력으로 SDT는 결승선에 도착했지만, 어깨 부상은 이후 미션에도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습니다.

 

대원들의 부상은 계속됐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에서는 해병대 이종혁 대원이 손가락 상처를 입었으며 7화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에서는 SDT 강준 대원이 뒤꿈치 부상을 입었습니다. 대원들의 반복되는 부상은 미션이 강인한 부대를 가려내는 게 아니라 가혹한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제작진들의 안전 불감증

3화 인명구조 미션에서는 과도한 경쟁에 집중한 나머지 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최강대원 선발전–3라운드 혹한기 인명구조>는 영하 3도 추운 날씨에 100m 야간 바다 수영을 한 후 더미(인간모형)를 구출해 원래 지점으로 돌아오는 미션이 진행됐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이게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 설마...”, “이걸 진짜 입수한다고? 진짜 이건 좀 미쳤다”라는 대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방송되기도 했지만, 미션은 강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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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장비 없이 영하의 날씨에 야간 바다 수영 미션을 강행한 채널A <강철부대>(4/6)

 

‘수상레저안전법 제21조(야간 수상레저활동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해진 후 30분부터 해뜨기 전 30분까지는 수상레저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바다에선 물에 빠지면 구조도 어렵고 특히 이안류 같은 파도에 휩쓸리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션은 그대로 진행됐고 대원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멀리까지 헤엄을 치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이 계속됐습니다. 추운 야간 바다 미션은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이고 출연자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치는 무리한 경쟁입니다.

 

그 밖에도 <강철부대>는 SDT처럼 수상훈련을 하지 않는 부대에 구명조끼도 제공하지 않고 수상 미션을 수행하게 했으며, <야간 연합작전>이나 <서울함 탈환작전> 등에서 대항군(미션 상대)에는 헬멧을 지급했지만, 정작 미션에 임하는 대원들에게는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안전장비를 소홀히 한 채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예비역 상대로 현역보다 어려운 미션 강행

<강철부대>에 출연한 24명의 대원은 현역 장병이 아닌 예비역으로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입니다. 특수부대 출신이지만 전역 후 삶에 따라 체력유지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미션은 수행하기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또한, 어떤 경쟁도 안전은 가장 우선돼야 할 요소입니다. 그러나 <강철부대> 제작진들은 ‘강철’이라는 단어에 심취해 대원들의 안전보다는 과한 경쟁을 부추겼으며, ‘군인다움’이란 표현으로 포장했습니다.

 

톱스타뉴스 <“너무 가학적”…‘강철부대’ 707 임우영, 미션 중 기절→네티즌 반응 보니?>(6월 16일 김현서 기자) 기사에 네티즌들 역시 “대테러 미션 몇 개 빼고는 데스매치며 미션들이 전부 가학적이고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인정신은 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부상을 입고, 극복해야 가능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대원들을 큰 부상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강철부대>의 가학적인 미션은 반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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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강철부대의 훈련에 대해 발언하는 대원들(3/30, 4/13)

 

실제로 대원들은 <강철부대>에서 했던 미션을 두고 현역 때보다 훨씬 훈련 강도가 세다고 직접 인터뷰에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미션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정신력 싸움’이라는 말로 미화됐습니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로 팀의 승리에 도움을 주지 못한 대원들은 팀원들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잘못은 과도한 미션을 계획한 제작진에게 있는데 말이죠. <강철부대>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은 대원들을 그저 프로그램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액션 연기자로 취급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2. 지나친 노출에 비속어 사용까지 선정성 논란

 

‘체상가 피셜’ 몸 평가로 결과 예측

<강철부대> 1화에서는 대원들과 MC들이 스튜디오에서 첫 만남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MC 김성주 씨는 “겉모습만 봤을 제일 약해 보이시는 분은”이라며 특정 대원을 가리켰습니다. 외양만으로 강함과 약함을 판단해 약해 보이는 사람을 열등한 대상으로 다룬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웃는 다른 대원을 비추며 ‘비웃음’이란 자막을 넣어 조롱의 대상화까지 일어났습니다. 약해 보인다는 발언을 들은 대원의 멋쩍은 웃음은 시청자도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대원들 간 인사 뒤 이어진 ‘턱걸이 경기’에서는 한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상의 탈의가 연출됐습니다. 이어 시작도 안 한 턱걸이 경기에 “1:0으로 이기는 중”이란 자막과 함께 신체 겉모습 평가가 다시 반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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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만으로 출연자들의 체력을 판단한 채널A<강철부대>(3/23)

 

<강철부대> 1,2화 <최강 대원 선발전–1라운드. 참호격투>는 강원도 고성 해변에서 영하 5도 날씨에 상의를 탈의한 채 진행됐습니다. <참호격투>는 군대식 근접 전투 훈련으로 진흙탕에서 몸싸움으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미션입니다.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아도 가능한 대결이지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대원은 추운 날씨에도 상체를 드러냈습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노렸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MC들은 ‘체상가 피셜’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대원들의 몸 평가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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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들의 몸 평가와 함께 개인 신상정보를 자세히 방송한 채널A <강철부대>(3/30)

 

2화 <참호격투> 중에 옷을 탈의하지 않은 SDT 이정민 대원을 보며 MC 김성주 씨는 “이정민 탈락 후보, 아이 또 뭘 또 티를 입었어 또 런닝셔츠를 입었어 왜 또”라고 발언했습니다. 김성주 씨는 이정민 대원이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탈락할 것이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참호격투> 경기 내내 몸이 좋은 대원은 “압도적인 체구”, “우락부락” 등 자막과 함께 MC들의 감탄이 이어졌지만, 몸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대원은 “가장 작은 체구의 특전사” 등 자막과 함께 MC들의 웃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MC 김성주 씨는 “비주얼 딱 보면 알아요”라며 반복적으로 대원들의 몸을 평가해 탈락자를 가려냈습니다.

 

성희롱에 부족한 인권 감수성까지

성별과 관계없이 방송과 관련 없는 지나친 노출과 외모 평가는 지양해야 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 ③’은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철부대> 속 노출과 몸 평가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7화 <육탄전-참호 격투 대장전>에서도 대원들은 거리낌 없이 상체를 노출하며 참호격투에 참여했고, MC들도 또다시 대원들의 몸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10화에서는 휴식을 위해 찾아간 폭포에서 SDT 대원들이 입수를 위해 상의를 벗었습니다.

 

뉴스핌 <방송통신심의위, 방송통신심의위, ‘숨바꼭질’·‘런닝맨’에 주의 조치…“남성 성희롱 정당화 우려”>(2019년 1월 8일 양진영 기자)와 뉴스엔 <방심위, 외모 비하 내용 방송 ‘나혼자 산다’에 권고 결정>(2019년 2월 14일 박수인 기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함에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남성의 나신(裸身)이나 속옷을 노출케 해 자칫 남성에 대한 성희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으며 “타인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며, 제작진이 인권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철부대>처럼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콕 집어, 열등하고 조롱받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시청자에게 잘못된 일반화를 심어줄 수 있으며 조롱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도 큰 상처입니다. <강철부대>가 방송 초반부터 신체 차이만 부각하고 인권은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비속어, 군인정신 보여주는 장치?

<강철부대> 속 대원들은 자신이 복무한 부대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펼쳤습니다. 최강의 부대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미션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었는데 극한 경쟁이 심화할수록 대원들은 흥분한 모습을 보였으며 비속어 사용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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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들의 비속어를 XX 표시해 자막으로 반복 보도한 채널A <강철부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30, 4/13, 4/27, 5/4, 6/1, 6/8)

 

오히려 <강철부대> 제작진은 대원들의 비속어 사용을 투지나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에서 각 부대원은 힘을 합쳐 250Kg 타이어를 300m 떨어진 목표 지점까지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전사 박도현 대원은 “으아! X도 없네!”라며 소리쳤고, 특전사 정태균 대원도 “밀다 죽어! XX”이라고 맞장구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6화 <대테러 구출작전>에서 특전사 박도현 대원의 “X 됐다!” 발언은 팀별로 긴박하게 이뤄지는 미션에서 팀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됐으며, 11화 <가로림만 개척작전>에서 SSU 정해철 대원이 “야, XX, 이 XX 들어, 태워”라고 한 비속어는 갯벌로 체력적인 한계가 온 지친 동료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방송됐습니다.

 

“그래 욕해야 돼” 비속어 사용 정당성 부여

비속어 사용에 무감각한 모습은 MC들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 경기 중 무거운 타이어를 들면서 비속어를 사용한 대원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 김희철 씨는 “그래 욕해야 돼. 그래야 힘 나”라며 대원들의 비속어 장면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13화 <최전방 보급작전> 미션 중 무거운 트럭을 밀고 있던 SSU 정성훈 대원은 팀원들에게 힘내라고 격려하며 “이긴다. XX 다 이겨 XX. 지면 안 되잖아. 자, 힘내. 힘내. 잡았어. 잡았어. XX” 등 계속 비속어를 뱉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MC 김희철 씨는 “정성훈 님이 진짜 각성해서 나타나 가지고”라며 두둔했는데, 김성주 씨 역시 “예, 앞에서 파이팅을 잘 해주고 있는데요. 팀장 역할 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욕설을 섞어가며 발언하는 것에 대한 우려 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강철부대>는 대원들의 욕설 장면을 투지를 보이는 악바리 정신으로 이용해 방송에 계속 등장시켰습니다. 녹화방송이기 때문에 삭제가 가능한 장면이지만, 매번 방송마다 대원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편집 없이 반복 등장했습니다. 뉴스엔 <‘강철부대’ PD “육준서, 방송과 실제 모습 같아리얼한 편집에 초점”>(421일 김명미 기자)에서 <강철부대>를 연출한 이원웅 PD는 출연한 대원들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장 그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리얼리티에 가까운 모습 위주로 편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철부대> 속 대원들이 비속어를 반복 사용하는 모습이 어떤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리얼리티’에만 초점을 맞춘 편집이었습니다.

 

편집 가능한 비속어 장면, 부정적 이미지만 남겼다

<강철부대> 제작진의 비속어 편집에 대한 미흡한 조치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속어가 그대로 방송에 나오진 않지만 이를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자막을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편집됐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 51조(방송언어)’에 따르면 ③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프로그램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엔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강철부대>가 비속어 사용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게다가 <강철부대>는 ‘15세 이상 시청가’입니다.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5세 이상 시청가’ 언어는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악의 없는 욕설이나 비속어, 은어, 조어 등이 반복적으로 표현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강철부대>는 반복되는 비속어를 편집 없이 계속 방송함으로써 군의 품위유지를 훼손했음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강철부대>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대를 한껏 받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속어 편집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3. 체력만 강조되거나 특정부대에 유리하거나

 

체력 중시된 미션, 신선한 건 간판뿐

<강철부대>는 최고 특수부대를 가린다는 콘셉트로 각 부대의 강점과 특수성이 프로그램에 잘 드러날 것으로 시청자들은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미션 대부분은 각 부대의 차별점이나 특징을 보여주기엔 부족했는데 전술 대결이 아닌 체력과 힘에 승패가 좌우되는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철부대>에서는 <최강대원 선발전-참호격투>부터 마지막 <작전명 이사부>까지 총 20개 미션이 진행됐는데 체력이 중시된 미션은 12개입니다. 사격을 제외한 다른 미션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요구된 점을 고려한다면 체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 미션은 16개, 80%에 달합니다.

 

체력이 중시된 미션

그 외 능력이 중시된 미션

<최강대원 선발전-1.참호격투>

<최강대원 선발전–2.장애물 각개 전투>

<최강대원 선발전–3.혹한기 인명구조>

<IBS 침투작전>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

<최하위 결정전–1.고지 점령전>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

<육탄전-1.참호 격투 대장전>

<육탄전–2.타이어 격투>

<데스매치–타이어 쟁탈전>

<4강 쟁탈전-가로림만 개척작전>

<최전방 보급작전>

<최하위 결정전–2.권총사격>

<대테러 구출작전>

<야간연합작전>

<미션 쟁탈전–1.근접 사격>

<미션 쟁탈전–2.소형 타깃 사격>

<미션 쟁탈전–3.자동 표적 사격>

<서울함 탈환작전>

<작전명 이사부>

 

 

 

 

△ 체력 중시 여부를 기준으로 <강철부대> 미션을 분류한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군인에게 강인한 힘과 체력은 매우 기본적인 필수요건입니다. 하지만 기존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과 다를 바 없는 ‘체력’만 강조한 미션은 ‘특수부대’라는 타이들이 무색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어도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승리할 수 있는 미션의 반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은 매번 등장하는 군장과 타이어, 참호 미션으로 어느 부대 예비역 출연자가 전역 후 얼마나 몸 관리를 잘했는지만 확인한 셈입니다. 시청자가 기대한 건 각 특수부대 특징과 강점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드러낼 미션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했다면, 대한민국 특수부대를 소개하기에 더 좋은 콘텐츠가 됐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정 부대에 유리한 미션, 공정성 논란

<강철부대>의 또 다른 문제는 미션이 특정 부대에게 유리하도록 구성돼 공정한 경쟁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강대원 선발전–3.혹한기 인명구조>,<IBS 침투작전>처럼 수중 미션의 경우 SSU‧UDT 같은 해군 부대가 강점을 드러냈고 <대테러 구출작전>, <서울함 탈환작전>, <작전명 이사부> 등은 대테러 임무를 맡은 707‧UDT가 유리했습니다.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의 경우에도 군장 훈련을 한 UDT에 비해 처음 군장을 메어 본 SSU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미션입니다.

 

각 미션이 특정 부대에 유리했다는 것은 10화 <미션 쟁탈전>에서 확인됩니다. <미션 쟁탈전>에서 1위를 한 부대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미션을 선택할 수 있는 베네핏이 주어졌습니다. MC들도 “너무 세다”며 베네핏이 강력하다고 입을 모았고, 참여한 대원들 역시 “이건 무조건 이겨야겠다. 무조건 우리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엇갈린 평가의 '강철부대', 용두사미 되지 않으려면>(5월 24일 이준목)은 제작진이 “각 부대의 고유 임무와 전문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완벽하게 공평한 미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제작진 스스로 미션 구성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철부대>가 편파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각 부대의 특성을 고르게 발휘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4. 강철부대 속 여성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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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부대> 출연진 중 츄 씨는 유일한 여성이다 (3/23)

 

여성 MC는 리액션 전문?

<강철부대>는 스튜디오에서 MC들이 특수부대원들의 각종 훈련과 미션 장면을 지켜보며 대화를 통해 우승팀을 예측하고 응원하는 관찰 예능입니다. MC는 김성주, 장동민, 김희철, 김동현, 츄, 최영재 6명으로 구성됐는데 눈에 띄는 인물은 유일한 여성 MC인 아이돌 그룹 ‘이달의 소녀’ 츄 씨입니다.

 

강철대원 24명과 MC 6명, 총 30명의 출연진 중 홍일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츄 씨에게 주어진 역할은 ‘연약함’, ‘귀여움’ 뿐이었습니다. 6화에서는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에서 대원들이 메던 40kg 군장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체험했습니다. MC들은 40kg 군장을 시도할 첫 시범자로 츄 씨를 추천했습니다. 츄 씨가 군장을 들자 “츄의 힘으론 들어 올릴 수조차 없는 무게”란 자막이 등장했는데, 군장을 드는 남성 출연자들의 강인함을 증폭시키는데 츄 씨가 이용됐다고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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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부대>에서 츄 씨가 등장한 장면 (왼쪽부터 4/27, 5/11)

 

또한, 츄 씨는 남성들의 설명을 듣는 대상으로 주로 그려졌습니다. 예비역으로 구성된 남자 MC들은 미션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언하는 것에 비해 츄 씨는 “아~ 정말요”, “우와~” 등 리액션이나 감탄사를 내뱉거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표현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8화 <야간연합작전>에서 미션에 참가할 대원이 팀별 5명으로 제한되자, 스튜디오에 있던 MC들도 어떤 대원이 선발될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김성주, 김희철, 장동민 씨는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지만, 츄 씨는 이번에도 고민하는 모습과 감탄사만 방송되는 데 그쳤습니다. 김희철 씨가 츄 씨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지만, 츄 씨의 대답은 무시된 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성 고정관념 재생산 우려

츄 씨는 군 복무 경험이 없으므로 다른 MC와 비교해 군대나 군 훈련을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츄 씨가 군 경험이 없는 시청자와 같은 입장에서 <강철부대> 미션의 이해를 돕고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맥락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힘과 체력 등의 강인함은 남성 전유물이며, 여성은 연약한 존재로 나타나는 성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습니다. 군대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강함’과 ‘약육강식’으로 대변되는 소위 ‘남자의 세계’이자 남성의 강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일한 여성 MC인 츄 씨에게 성 고정관념이 연상되는 역할을 부여한 점은 분명 아쉬운 지점입니다. 여성 MC의 숫자를 늘리고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여성도 출연시켰다면, 구시대적 성 역할을 탈피한 방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철부대> 시즌2를 기다리며

시청자들은 경기 탈락 이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대원들의 모습과 부대와 상관없이 서로를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에서 감동했습니다. 예비군이지만 대원 모두가 각 부대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체력적인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대원들의 최선과 비교해 <강철부대> 제작진이 드러낸 한계는 명확합니다. 미션은 공정하지도 부대의 특수성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가학적이었으며, 대원들의 안전은 무시된 채 진행됐습니다. 비속어와 노출 장면은 편집 없이 ‘리얼리티’만 강조돼 그대로 방송됐고, 여성 출연자의 역할은 응원에 그쳤습니다.

방송이 군을 상업적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군’의 특수성을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사용하며 폭력을 상품화하고 부대를 서열화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강철부대>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시즌2는 이전 문제를 개선해 더 발전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3월 23일~6월 22일 채널A <강철부대> 1화~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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