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언론의 반성능력 결핍, 특효 백신은 ‘무지 자각’
이명재(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1.07.27 14:14
조회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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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1심 무죄 선고 당일 채널A 저녁 뉴스 화면 갈무리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그 당사자와 소속 회사의 ‘명예회복’ 공세가 거세다. 부당한 누명과 핍박의 희생자였던 양, 무죄 판결로 모든 혐의에 대한 면죄부를 넘어 훈장이라도 받은 양 기세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 (유력)언론이 특히 결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한다. 반성하는 힘, 반성하는 태도의 부재와 반성하는 능력의 결핍이야말로 우리 언론의 한 실상이며 주요한 특질임을 새삼 확인한다.

 

유죄 선고보다 아픈 법관 훈계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주요 혐의인 ‘강요미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죄라기보다는 ‘유죄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판결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복잡한 법리적 지식과 그 적용에 대한 것이어서 그런 논의를 벌이지는 않겠다. 다만 내게는 무죄 판결에 덧붙인 법관의 훈계, 그것이야말로 어떤 중형의 유죄 선고보다도 더 아픈 망치질이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판사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 말에는 법원을 통한 우리 사회 언론에 대한 한편의 존중과 한편의 바람이 집약돼 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천명과 지지이자 그만큼 책임 있는 면모를 보이라는 준열한 요구인 것이다. 자유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냐는 질타였던 것이다.  

 

그 책임의 출발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매우 특별한 직능인 언론이라는 직역의 책임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흔히 언론 분야를 전문 분야로 분류하지만, 우리 언론에 ‘전문가’는 넘칠지언정 ‘전문직’은 찾기 어렵다. 전문가와 전문직을 구분 짓는 판별 기준은 무엇인가.

 

흔히 지식과 기능 이상의 규범과 윤리의식의 유무라고 하지만 규범과 윤리 이전에, 아니 그 규범과 윤리의 뿌리는 무엇보다 자각 능력의 유무일 것이다. 자신의 전문에 대한 자부와 확신과 함께 반드시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것은 그 지식과 인식의 불완전함과 불확실성에 대한 자각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무지와 한계에 대한 자각이라는 능력을 갖췄느냐 결여했느냐 문제다.

 

그건 자신이 속한 세계 안에 있으면서 바깥에 설 줄 아는 능력을 갖느냐는 것에 다름없다. 흔히 언론이 추구하는 최선의 덕목으로 얘기되는 객관보도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자기 객관화의 능력을 갖느냐에 다름이 없는 것이다.

 

기자 자신의 무지·편견·독단으로부터의 자유

 

올해 초 언론단체들에 의해 언론윤리헌장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 헌장은 기존 윤리강령이 언론의 자유를 주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진실, 투명성, 책무, 인권 존중 등을 담고 있어 지금 한국 언론에 쏟아지고 있는 질책과 개탄에 대한 한 응답이 되고 있다.

 

기존 언론윤리강령을 얼마나 대체하게 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헌장에는 지난 수십 년간 언론인의 헌법과도 같았던 윤리강령 제1조 ‘언론자유 수호’의 “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는 선포에 대한 오늘의 현실에서 재정의와 심화 작업의 흔적이 배어 있는 듯하다. 이 ‘선언’에서 내외부는 언론사 내외부를 얘기하는 것일 것이다.

 

그에 반드시 추가돼야 할 것, 아니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기자 자신의 무지와 편견, 진실은 내가 전유(專有)한다는 독단, 세계의 진상은 내가 아는 한두 가지 면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무모함이라는 자기 자신의 내부로부터 압력을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로 놓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외부 압력 이전에 기자 자신의 무지와 편견과 독단으로부터의 자유, 이것이야말로 언론이 진정 자유롭기 위해 수호해야 할 첫 번째 자유가 돼야 할 것이다. 자신을 법정의 피고인에서 고발자로, 언론자유의 수호자로 끌어올리려 하는 어느 종편 기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오와 오류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에 극히 인색한 다수 한국 언론에 던지고 싶은 고언이다. 거의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리지만 최저 수준의 책임과 신뢰도로 요약되는 한국 언론의 반성능력 결핍 증상에 대한 특효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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