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경찰사칭 취재사건, 제대로 성찰하고 개혁하라MBC가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 씨 논문표절 의혹 관련한 취재 중 경찰을 사칭한 사실이 드러나자 취재윤리 위반을 사과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언론보도 기본원칙과 공영방송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며, 엄중한 반성과 재발방지책이 요구된다.
공영방송으로서 MBC는 어느 언론보다 윤리기준을 지켜야 할 책임이 크다. 그런데 MBC 취재진은 7월 7일 김건희 씨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전모 씨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과거 주소지 앞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에게 경찰을 사칭하며 현 주소지를 캐물었다. 아무리 유력 대선후보 검증이 중요하다지만, 범행 당사자도 아닌 지도교수 집주소를 알아내려고 경찰을 사칭한 것은 명백한 언론윤리 위반이자 공무원자격사칭죄 등 위법 소지까지 안고 있다.
언론취재는 ‘정당한 정보수집’을 기본으로 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은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 스스로도 위장취재 금지 등 취재윤리를 정해 놓았다. MBC 방송강령 ‘몰래카메라 준칙’은 “취재목적을 속이고 유도 질문으로 시행하는 함정 취재나 신분을 언론인이 아닌 사람으로 가장하는 등의 위장취재는 무단 침입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중요하게 지적돼야 하는 점은 과거 수사기관 등 타인을 사칭하던 일부 언론인의 잘못된 취재행태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사실취재를 위해선 불가피했다는 변명으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기자로서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나이든 기자 출신들은 사실 (경찰 사칭이)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한 것은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공익적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적법하지 않은 비윤리적 취재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아직도 사칭취재 구태가 남아 있다면 타파해야 할 폐습일 뿐이다. 언론윤리 확립은 언론개혁을 위한 선결과제임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MBC는 이번 사건을 기자, PD 등 구성원들의 언론윤리를 뿌리부터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많은 강령, 준칙, 헌장,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시대 변화에 맞게 윤리기준을 현실화, 구체화 해서 취재·제작 일선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몰래카메라 준칙’이란 MBC 방송강령 세부준칙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몰래카메라’란 동의 없이 상대방을 촬영한다는 뜻으로 엄연히 불법촬영에 속한다. 저널리즘 원칙과 공적 책무에 충실한 공영방송으로서 윤리기준을 반영한 MBC 방송강령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언론윤리 실종은 언론계 전체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특종을 만들어내겠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한 잃어버린 언론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허위조작정보, 편파보도 등 폐해가 심각한 현실 속에서 공영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중차대한 시기 언론윤리를 위반한 MBC는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선례를 보여주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1년 7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