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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거나 요약하거나’ 윤석열 출마선언 보도, 검증 부족
정치·사회 쏠림에 이미지 띄우기 가십보도까지
등록 2021.07.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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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제시한 윤 전 총장은 회견문 발표 후 20개 남짓 질문을 받아 답변도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많은 언론의 관심 속에 관련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전 총장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받은 질문과 6월 29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저녁종합뉴스, 6월 30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관련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기자들의 18개 질문, 어떤 내용이었나

윤 전 총장은 기자들로부터 18개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 검증에 필요한 질문이 충분히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 분야와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질문 분야는 ‘정치/사회’, ‘경제’, ‘외교’, ‘북한’ 등 큰 주제를 기준으로 나눴습니다.

 

정치‧사회 질문 쏠려

질문은 대부분 ‘정치/사회’ 분야가 차지했습니다. 18개 중 14개(78%) 질문이 정치/사회 분야였고, 경제 관련 질문이 2개(11%), 외교와 북한 관련 질문이 각각 1개(5%)였습니다. 전직 검찰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이란 특수성과 회견문 내용 대부분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는 영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자회견을 통해 받은 질문이 정치/사회 분야에 쏠려 있다는 점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언론 검증이 다방면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출마를 선언한 기자회견인 만큼 앞으로 언론 검증이 더 활발해지겠지만, 정치/사회 분야 쏠림 현상은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질문 분야 분석.JPG

질문 분야

보도량

정치/사회

14개(78%)

경제

2개(11%)

외교

1개(5%)

북한

1개(5%)

합계

18건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기자회견 질문 분야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후보 검증 위한 질문 부족

질문의 78% 비중을 차지한 ‘정치/사회’ 관련 질문이 무엇에 초점을 맞췄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질문 내용을 기준으로 출마 사유, 다른 후보와 비교시 장점 등을 물은 경우 ‘후보 자질’, 정당 입당 등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물은 경우 ‘향후 행보’, 윤 전 총장 및 가족 관련 의혹을 물은 경우 ‘도덕성 관련 의혹’, 검찰 조직 및 검찰총장 재직 당시 정치적 중립 등을 물은 경우 ‘중립성’, 그 외 내용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분류 결과, 후보 자질 관련 질문이 4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향후 행보와 중립성 관련 질문은 각각 3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도덕성 관련 의혹을 다룬 질문도 2개 등장했습니다. 그 외 현 정부에 대한 평가 등을 물은 질문이 포함된 기타도 2개였습니다. 후보 자질 관련 질문은 후보자 검증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나온 후보 자질 관련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검증 시각은 부족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대통령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비교를 요구하거나 지지율 1위 원인 등을 묻는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행보 관련 질문 역시 국민의힘 입당과 야권 통합 등 정치공학적 요소에 집중됐습니다.

 

정치, 사회 분야 질문 내용 분석.JPG

질문 내용

보도량

후보 자질

4개(29%)

향후 행보

3개(22%)

도덕성 관련 의혹

2개(14%)

중립성

3개(21%)

기타

2개(14%)

합계

14건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기자회견 정치/사회 분야 질문 내용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곧바로 언론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기자회견 당일인 6월 29일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모두 톱으로 보도했고, 다음 날인 6월 30일 8개 신문 모두 1면 머리기사로 출마 소식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서는 불필요한 정보를 부각하는 등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MBN 가장 적극 보도

모든 언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에 관심을 가진 가운데 보도량이 가장 많은 신문은 한겨레였습니다. 한겨레는 9건으로 8개 신문 중 가장 많은 보도를 했고, 출마 선언을 다룬 별도 지면도 편성했습니다. 이어 동아일보 8건, 매일경제 7건, 경향신문‧한국일보 각각 6건, 조선일보‧한국경제 각각 5건, 중앙일보 3건 순이었습니다. 8개 신문 중 가장 적은 보도량을 보인 중앙일보는 유일하게 사설에서 윤 전 총장 출마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MBN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톱부터 연달아 모두 7건 기사로 윤 전 총장 출마 소식에 집중했습니다. 이어 TV조선 6건, MBC‧JTBC 각각 5건, 채널A 4건, SBS 3건, KBS 2건 순이었습니다. KBS의 경우 기자회견 소식과 발언 내용을 함께 다룬 기사, 발언 내용에 대한 반응을 다룬 기사까지 2건으로 가장 적게 보도했으며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별도 해석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건수

6건

8건

5건

3건

9건

6건

7건

5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기사건수

2건

5건

3건

5건

6건

4건

7건

 

△ 윤석열 전 검찰총장 기자회견 관련 신문 지면(6/30)·방송 저녁종합뉴스(6/29)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TV조선, 받아쓰거나 요약하거나

윤 전 총장 출마선언 기자회견 보도에서 주로 나타난 문제는 검증 시각 없이 발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경우입니다. 조선일보 <윤석열 “국민약탈 정권, 연장 막겠다”>(6월 30일 노석조 기자)는 제목부터 윤 전 총장 발언을 인용했고, 본문에서도 회견문을 비롯해 질의응답에서 나온 발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말미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반응을 실었으나 회견문과 발언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없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다룬 다른 보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을 전할 뿐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적절한지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른 신문에서도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전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달리 대부분 후보 자질 검증 차원에서 발언 내용을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내용이 함께 실렸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방식에는 ‘후보 검증’이 아니라 ‘발언 전달’에 초점을 맞췄음이 드러납니다.

 

조선일보_윤석열 “국민약탈 정권, 연장 막겠다”_2021-06-30.jpg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발언 전달에 집중한 조선일보(6/30)

 

유사한 보도는 TV조선에도 나타났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다룬 <자유 22번‧공정 16번 말하며…출마선언>(6월 29일 박경준 기자), <“권력사유화” “국민약탈”…거칠게 정부 비판>(6월 29일 홍연주 기자), <“국민의힘 가치에 동의”…입당은 기정사실?>(6월 29일 윤수영 기자) 등 TV조선 보도 역시 과거 발언을 조금 보여줄 뿐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에 대한 평가는 없습니다.

 

후보자 검증 시각에서 보도해야

물론 조선일보와 같은 보도가 모든 언론에서 반복된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판단하고,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검증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정권 교체” 외친 윤석열, 비전은 흐릿>(6월 30일 유정인‧심진용 기자)은 “그의 메시지에서 ‘반문재인’은 선명했다. 미래 비전과 국정운영 구상은 흐릿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출마 선언문에서만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7차례 썼다”는 점과 “정치관이 추상적인 단어들로 설명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의제나 정책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근거로 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시대정신과 조응하는 대선 의제를 어떻게 내보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윤 전 총장 발언에 그치지 않고, 남겨진 검증요소를 정리한 보도도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자신과 일가족 관련 의혹이 담긴 이른바 ‘X파일’ 관련 질문에 “X파일은 흑색선전”, “선출직 공직자로 나가는 사람은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습니다. 대부분 보도가 이를 단순 전달하는데 그친 반면 MBC는 관련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MBC <‘공정·상식’ 강조했지만…판사사찰 의혹에 장모 재판까지>(6월 29일 윤수한 기자)는 지난해 12월 검찰총장 징계 사유가 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주요 사건 담당 판사들의 가족관계와 취미 등은 물론, 주변의 평판까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면서 “윤석열 당시 총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걸로 파악됐”다고 책임소재를 짚었습니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불거진 특수부 검사들의 위증 강요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 “옵티머스 사건을 부실 처리한 의혹”,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수사와 재판”도 남아 있음을 언급하며 관련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여러 의혹에 대한 윤 총장 입장만 전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정권교체’ 8번, ‘공정’ 9번…단어 세는 보도 또 등장

특정 단어의 반복 사용을 주목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한국일보 <윤석열 “반드시 정권 교체” 8번 반복했다>(6월 30일 김현빈 기자)는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를 8번이나 언급했다”는 점을 제목에 실어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 <윤석열 ‘청년’ 8번·‘분노’ 7번 언급… “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다”>(6월 30일 정주원·한주형 기자)도 “윤 전 총장은 이날 연설문에서 ‘공정’을 9차례, ‘법치’ ‘자유민주주의’ ‘청년’ 각각 8차례, ‘분노’를 7차례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비슷한 보도는 TV조선 <자유 22번‧공정 16번 말하며…출마선언>(6월 29일 박경준 기자), JTBC <“정권교체” 8번 외치며…윤석열 ‘대선 링’ 올랐다>(6월 29일 김태영 기자) 등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등장했습니다. 보도 내용 역시 “회견이 1시간 넘게 진행됐는데 ‘정권교체’를 8번 외쳤습니다”와 같이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연설이나 선거 전 출마선언문에서 특정 단어에 몰두하는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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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단어 사용 횟수에 주목한 JTBC <뉴스룸>(6/29)

 

‘단어 횟수’가 아니라 ‘메시지 적정성’ 따져야

연설문과 출마선언문에서 특정 단어가 반복된다는 점은 해당 인물이 강조하고픈 내용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메시지와 정체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주목할 대상은 ‘특정 단어 사용 횟수’가 아니라 ‘메시지 적정성’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강조했는가’를 전달하는 것보다 ‘강조한 메시지가 적절한가’를 따지는 게 후보 검증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보도에선 단어 사용 횟수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일 언론도 윤석열 출마에 관심…“한일관계 개선 의욕, 반문재인 연장선”>(6월 30일 이영희 기자)에 따르면 일본 아사히신문은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라는 단어를 7차례나 반복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내 언론과 외신이 같은 단어를 두고 사용 횟수를 달리 기록한 것이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는 대통령 후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정치인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것입니다. 국민이 적합한 대통령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 누가 무슨 말을 몇 번 썼는지 세는 보도가 아니라 정책 목표나 메시지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도가 늘어나야 합니다.

 

MBN “만화 캐릭터 닮았다”, TV조선 “선언문 쓰다 울컥”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긍정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각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MBN <윤석열 SNS 개설하고 질의에 적극적…소통 강화하나?>(6월 29일 신재우 기자)는 윤 전 총장의 SNS 개설 소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윤 전 총장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해당 게시물이 잠깐 사라졌던 것에 대해 “특유의 완벽주의 때문에 베타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잠시 비공개 전환을 했던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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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페이스북 내용과 관련 이미지를 설명하는 MBN <종합뉴스>(6/29)

 

MBN은 반려견 이름을 두고 “토리는 윤 전 총장이 기르는 반려견의 이름인데,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기르는 ‘퍼스트 독’과 이름이 똑같은 점이 화제”,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두고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엉덩이 탐정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셀프디스를 하며 오전 내내 이 캐릭터가 인터넷에서 화제”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이 좋아하는 노래 등이 적힌 게시글을 보여주며, “자신을 낮추면서 국민들에게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JTBC <최종혁의 백브리핑/‘엉덩이 탐정’ 때문에?>(6월 29일 최종혁 기자)도 똑같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신문에도 등장했습니다. 기자회견 하루 뒤 매일경제 <‘애처가’ ‘엉덩이탐정’…윤, 페북에 셀프소개>(6월 29일 박인혜·정주원 기자), 동아일보 <“그 석열이 형 맞습니다”…윤 ‘페북 정치’도 시작>(6월 30일 조아라 기자)는 MBN과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윤 전 총장 기자회견 뒷이야기에 주목하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TV조선 <단독/“선언문 쓰다 울컥”…3137자에 담긴 윤의 분노>(6월 29일 김수홍 기자)는 ‘단독’까지 붙여 윤 전 총장이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 관한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한 정치권 인사”를 출처로 한 TV조선은 윤 전 총장이 선언문 정리를 하면서 “정말 분노가 끓어올랐다”, “쓰다가 울컥했다”고 했는데요. 김수홍 기자는 “문 대통령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목도한 권력의 민낯에 대한 기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가십성 정보는 ‘윤석열 띄우기’?

지난 3월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가십성 정보에 가까운 보도가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윤석열은 왕이 될 상’이란 인공지능 관상 평가를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하는 촌극을 빚었습니다. 화제가 되는 인물에 관련된 정보라면 무엇이든 쓰고 보는 언론의 오래된 구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보도가 남기는 효과입니다.

 

윤 전 총장이 기르는 반려견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닮았는지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평가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오히려 윤 전 총장에 대한 인간적 친밀감 등을 만드는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해당 정보는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올린 것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그런데도 가십성 정보를 그대로 옮기는 보도가 반복되고 있어 ‘윤석열 띄우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검증 대상이 됐습니다. 언론이 ‘윤석열 띄우기’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가십성 정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를 멈추고, 더 날카로운 검증의 칼날을 후보에게 들이대야 합니다.

 

정치인 윤석열, 어떤 질문 받아야 하나

윤석열 전 총장을 시작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정부 수반이자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방면에서 국정운영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제대로 인식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필요합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국민이 됩니다. 언론이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질문하라

이번 기자회견에서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였고, 회견문에도 소수자, 약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이 정치 관련 내용에 쏠렸다는 것은 차별금지법, 노동안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가 언론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유력 대선 후보에게 ‘소수자, 약자에 대한 정책을 가장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판단한 언론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매일경제 <윤석열 ‘대권 수업’…노동전문가 만나>(4월 13일 박제완 기자) 등은 윤 전 총장이 사임 후 노동전문가들을 만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즉, 대통령 후보로서 어떤 노동정책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충분히 물어볼 수 있던 것입니다.

 

주요 정치인들의 출마 선언 등 대선 행보가 막 시작된 만큼 실제 선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변화를 촉구하는 시각이 언론에 없다면 정치공학적 보도만 하다 끝나는 선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상식이 작동하기 위해선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는 언론이 있어야 합니다.

 

미완으로 남은 개혁과제 해결책 물어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포함해 분야별 부정부패 척결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국정운영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대통령 후보자가 다양한 방면에서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 사건과 최근 공군 부사관 성추행 범죄 은폐 사건 등을 통해 드러낸 우리 사회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성평등 정책, 클릭수 경쟁에 매몰돼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 현실을 바꿔낼 미디어 개혁 등 다양한 현안에 해답을 갖고 있는지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 품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좋은 후보를 내놓아야 하고, 언론은 철저한 검증으로 후보 수준을 드러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 부적합 후보가 나오더라도 언론은 지속해서 개혁 과제를 묻고, 사회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치러집니다. 언론이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으로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6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6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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