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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타워크레인’ 산업재해, 언론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노동 보도 늘고 있지만, 언론에 나오지 않는 외침 더 많다
등록 2021.06.21 15:40
조회 493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은 6월 8일, 국토교통부의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대책 수립과 등록말소·시정조치 명령이 부과된 타워크레인 운행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6월 11일 노동조합과 국토교통부 합의로 파업은 종료됐지만 언론이 이번 파업을 어떻게 보도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파업하게 된 과정과 원인, 언론보도 양상을 정리했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왜 다시 총파업에 나섰나

‘파업 보도’ 기본은 왜 파업을 하는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파업은 문제가 반복되었지만 해결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점이 원인이었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2019년 총파업 후 올해도 파업에 이르게 된 이유를 먼저 정리했습니다.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는 왜 반복되나

이번 파업은 소형 타워크레인 산업재해 사고가 반복되며 시작됐습니다. 이로 인해 소형 타워크레인 산업재해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3톤 미만 자재를 들어 올릴 때 사용하는 무인크레인입니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총 5,921대입니다. 3톤 미만은 1,732대이고, 3톤 이상은 4,189대입니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전체 크레인의 30% 남짓입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3년간 집계된 타워크레인 사고 47건 중 33건이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했습니다.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사고에서는 대부분을 차지한 것입니다.

 

원인은 소형 타워크레인 운용 특성에 있습니다. 민중의소리 <인터뷰/17년 경력 베테랑 조종사가 말하는 ‘소형타워크레인’의 위험성>(2019년 6월 4일)은 김명욱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직접 인터뷰해 소형 타워크레인 문제에 대해 자세히 짚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자격증을 요구하는 대형 크레인과 달리 “소형 타워크레인은 20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든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보니 공사현장에 크레인이 투입되면 “누가 소형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문제도 일어납니다. 김 조종사는 “실제로 목공, 철근 쪽 일을 하던 사람이 돌아가면서 조종을 한다”, “교육조차 이수 받지 않은 이가 암암리에 운전한다고 해도 알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운행 자격뿐 아니라 “최근 4~5년 사이 10배가량 불어난 소형 타워크레인의 상당수가 조잡하게 짜깁기 된 채로 중국에서 수입된 것”도 지적됐습니다. 18년 동안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다는 황옥룡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장”은 민중의소리에 “중국에서 고물장비 짜깁기해 들여온 게 비일비재하다”고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소형 타워크레인은 편의성을 이유로 급증했습니다. 경기일보 <건설현장 속 시한폭탄 타워크레인·하/소형크레인 127배 ‘폭증’…안전결함에 근로자 ‘추락’>(4월 27일 정민훈 기자)은 “2013년 14대에 불과했던 소형 타워크레인은 지난해 12월 1천 789대까지 늘어나 8년 만에 127배 급증”했다며 “우후죽순 들어선 소형 타워크레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전락, 건설현장 근로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는 제도 결함과 노동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장비도입으로 만들어진 ‘반복된 산업재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록말소된 타워크레인 부활해 돌아왔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안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소형 타워크레인 면허 실기시험 도입 등 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형 크레인 산업재해 사고는 반복됐습니다. 2018년부터 3년간 집계된 타워크레인 사고 47건 중 33건이 소형 타워크레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지난해 소형 타워크레인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시행했습니다. 올해 2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점검결과 12개 기종 369대 타워크레인에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안전기준을 위반한 3개 기종(CCTL130-L43A, CCTL140-43A, FT-140L) 120대는 등록말소 조치를 내렸고, 안전기준에는 적합하나 신고서류 부실 등 문제가 드러난 9개 기종 249대는 시정조치를 명령했습니다. 문제가 발견된 12개 기종 369대에 대한 판매중지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발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등록말소가 결정된 타워크레인이 버젓이 건설현장에 도입돼 산업재해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6월 8일 타워크레인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문에서 “4월 24일부터 두 달간 총 8건의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등록말소 장비 사고가 3건, 시정조치 장비 사고가 2건입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국토교통부가 퇴출을 명령한 위험한 크레인이 버젓이 건설현장에서 사용되고,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에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안전보장 위한 제도 마련이 최우선

안전보장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가 반복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노동과세계 <타워크레인, 안전총파업 돌입>(6월 9일 전재희 기자)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 제작과 수입을 형식 승인하는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은 “설계도면과 실제 설치가 다른 소형 타워크레인을 수도 없이 형식 승인”하고, 6개월마다 하는 정기검사에서도 문제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노동조합과 국토교통부가 나선 소형 타워크레인 특별 합동점검에서는 “549대에 대한 4천여 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는데, 1대당 6~7가지 시정조치”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최동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소형 타워크레인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2019년에도 오마이뉴스 <2000여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랐던 진짜 이유>(2019년 6월 5일) 등 보도가 문제를 짚었는데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소형 크레인을 운전하는 백 아무개(37) 씨는 ‘작업을 할 때면, 관리자가 크레인이 들 수 없는 장비들도 옮기라고 채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6월 11일 타워크레인 노동조합과 국토교통부가 파업 해제를 발표하며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소형 타워크레인 세부규격 외 장비의 제작 결함 및 동일성 조사에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 “등록말소, 시정조치를 받은 불량 소형 타워크레인 369대 행정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 “타워크레인 제작결함조사위원회, 사고조사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 참여” 등을 합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노동환경 안전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언론이 보도해야 할 내용입니다.

 

언론은 타워크레인 노동자 파업을 어떻게 보도했나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은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우리 사회가 즉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동자가 죽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언론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했으나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관련 보도에서는 적극적인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언론 노동자 파업 무관심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 파업소식은 6월 4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6월 11일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는 MBC와 SBS뿐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 시작한 6월 4일 MBC가 2건, 총파업이 결정된 6월 8일 MBC와 SBS가 각각 1건을 보도했습니다.

 

신문 지면에서는 한겨레가 6월 7일부터 9일까지 3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다른 신문 지면에선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면에 보도가 없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연합뉴스 <타워크레인노조 파업 돌입…3천대 멈춘 건설현장 ‘비상’>(6월 8일)와 연합뉴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총파업…“안전 위반 장비 사용 중단”>(6월 8일) 기사를 전제해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국경제 <타워크레인 노조 무기한 총파업 돌입>(6월 8일)은 노동조합 파업 기자회견장 사진 두 장을 온라인판으로 실었으나 상세한 보도는 없었고, 간략한 설명을 실은 게 전부였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건수

0건

0건

0건

0건

3건

0건

0건

0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기사건수

0건

3건

1건

0건

0건

0건

0건

 

 △ 타워크레인 노동자 총파업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6/4~11)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다양한 매체 보도량을 확인하기 위해 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6월 4일부터 11일까지 “타워크레인”이 포함된 보도 중 파업 관련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사진기사 포함 21개 언론사 총 6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면 기사가 없던 신문 중 일부는 온라인판 기사로 파업 소식을 다뤘는데요. 조합원 투표 83.1%로 총파업이 결정되자 경향신문 <타워크레인 노조 총파업 돌입…“등록말소 소형 크레인 퇴출해야”>(6월 8일 정대연 기자)와 한국일보 <전국건설노조 “전국 타워크레인 총파업” 선언>(6월 8일 유환구 기자)이 온라인판에 관련 기사를 냈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총 파업 보도 현황(21개 언론사)

경기일보

파이낸셜뉴스

경상일보

한겨레

경인일보

한국경제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KBS

부산일보

MBC

서울경제

OBS

아시아경제

SBS

아주경제

YTN

충청투데이

 

△ 빅카인즈 기준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총 파업 보도한 언론사(6/4~11) ©민주언론시민연합

 

그 밖의 매체는 지역 언론이 다수였습니다. 경상일보, 충청투데이 등은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을 함께 다뤘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이 아닌 ‘우리 지역 공사 지연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 보도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는 대다수 언론에게 외면당한 셈입니다.

 

KBS <뉴스9>, 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무보도

언론사별 보도여부에서 눈에 띄는 매체는 KBS입니다. KBS 저녁종합뉴스 <뉴스9>는 1주일간 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빅카인즈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KBS는 6월 8일 <뉴스7>에서 <“안전위반 장비 버젓이 가동”…타워크레인 총파업>에서 단신으로 파업 소식을 다뤘습니다. 이어 자정을 넘어 방송되는 <뉴스라인>에서야 <“등록말소 크레인 버젓이 현장에”…타워크레인 총파업>(허효진 기자)을 통해 노동조합 파업 원인과 소형 크레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뉴스 소비 방식 변화로 과거와 달리 저녁종합뉴스 중요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녁종합뉴스의 상징성은 여전합니다. KBS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연이어 다룬 ‘일하다 죽지 않게’ 기획보도를 <뉴스9>를 통해 낸 것도 저녁종합뉴스 상징성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저녁종합뉴스는 KBS가 판단한 그날 주요 의제를 담아내는데 큰 상징성을 갖습니다.

 

무엇보다 KBS ‘일하다 죽지 않게’ 연속 보도는 산업재해 문제를 알리고, 안전한 노동환경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산업재해와 안전한 노동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KBS가 저녁종합뉴스에서 크레인 노동조합 파업을 다루지 않은 점은 실망스러운 대목입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MBC, 한겨레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총파업을 지면에서 다룬 신문은 한겨레,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룬 방송사는 MBC, SBS뿐이었는데요. 파업 당일 보도 1건을 낸 SBS를 제외하고 MBC와 한겨레는 비교적 자세한 보도를 냈습니다.

 

MBC는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자 ‘반복되는 타워크레인 사고와 급증의 이유’를 짚어보는 보도부터 시작했습니다. MBC <단독/부러지고 쓰러지는 ‘타워크레인’…“‘안전 요구’ 총파업”>(6월 4일 이문현 기자)은 “조종실을 떼내고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불법 개조”됐거나 “최대 인양치의 40%만 들었는데도 부러진”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로 원격조종 크레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어 <‘퇴출 크레인’이 버젓이 현장에…“죽고 싶지 않다”>(6월 4일 차주혁 기자)는 국토부 조치가 “넉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록말소된 크레인은 24대뿐”이며 “나머지 96대 중 상당수는 아직도 공사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MBC는 공사현장 관계자 발언으로 “근저당 설정이 돼 있거나 그러면 이걸 조금 유예해준다”는 조건으로 퇴출돼야 할 크레인이 현장에 돌아왔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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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함 때문에 퇴출된 불량크레인이 재사용 되고 있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6/4)

 

한겨레 <단독/퇴출된 타워크레인 정밀검증 없이 현장 복귀>(6월 7일 신다은 기자)는 “사망사고 직후 사업현장과 시장퇴출이라는 처분까지 받았던 건설기계가 두 달 만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결함’을 가졌다는 국토부 차원의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적 있는 민간 검사업체가 ‘실물검사’를 대행하고, 건설기계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결함 있는 타워크레인 멈춰라” 노동자 3500여명 파업>(6월 9일 신다은 기자)에서는 2년 전 파업 때 “정부와 타워크레인 임대업자, 노동조합이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용 규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부실기계는 퇴출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가 여전한 데다 정부가 이런 위험을 방기하고 있다”는 크레인 노동자들의 비판이 담긴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한겨레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종료…“크레인 결함 심의 노조 쪽 전문가 참여”>(6월 11일 신다은 기자)는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의 파업종료 소식도 보도했습니다. MBC <타워크레인 노조, “정부와 협상 타결” 파업 철회>(6월 11일)는 온라인판 기사로 연합뉴스 <타워크레인노조 파업 철회…소형 크레인 안전대책 등 합의>(6월 11일 이영재 기자) 내용을 그대로 옮기며 파업종료 소식을 전했습니다.

 

노조 파업당일, 건설사 홍보기사 실은 매일경제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총파업이 결정된 6월 8일 매일경제는 노동자 목소리를 전하는 대신 ‘스마트 건설안전’이란 제목으로 별도 지면보도를 냈습니다. 건설사들이 현장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스마트 건설안전/VR로 안전교육·로봇이 현장점검…건설사 ‘안전’에 올인>(6월 8일 김동은 기자)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경영 등으로 “건설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현장안전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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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대신 건설현장이 안전하다는 특집기사를 보도한 매일경제(6/8)

 

4면에 걸쳐 실린 ‘스마트 건설안전’ 특별지면엔 건설사별 ‘안전관리 홍보’ 기사가 연이어 게재됐습니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기계 및 장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GS건설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교량 거더 설치 등 고위험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100% 실시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가설울타리 상부 등 다양한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전한 <GS건설, 로봇개 ‘스팟’이 유해가스 감지 임무 맡는다>(6월 8일 이동은 기자)와 같은 보도의 반복입니다. 매일경제는 절묘하게도 노동조합 파업이 결정된 날, 안전하게 건설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기업 입장을 보도한 것입니다.

 

매일경제가 홍보한 GS건설. 노동자 감시용 구멍 수십 개 뚫어

매일경제의 홍보성 기사는 사실관계와도 달랐습니다. 매일경제가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아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안전보건 추진과제를 수립‧이행하고 있다”던 GS건설은 오히려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천지일보 <‘4분기 연속 사망사고’ GS건설, 타워크레인에 구멍 뚫어 노동자 감시>(5월 4일 이우혁 기자)는 “4분기 연속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GS건설이 이번엔 노동자를 감시하겠다는 명목으로 타워크레인의 기둥에 구멍을 뚫어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GS건설이 구멍을 뚫어 카메라를 설치한 타워크레인 밑기둥인 마스트는 “수백 톤에 달하는 타워크레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중량을 떠받치고 있”으며 “작은 ‘크렉’에도 크레인 붕괴라는 중대재해를 초래할 수 있어서 주기적으로 X선 비파괴검사”를 받는 위치라며 “(이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GS건설의 안이한 안전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노동조합 주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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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건설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훼손 사진을 보도한 천지일보(5/4)

 

천지일보 <포스코·GS건설 등 대형건설사 잇따른 ‘잡음’… 갑질에 안전논란까지>(5월 8일 이우혁 기자)는 GS건설 측과 통화를 통해 “현장에서는 없었던 일로 합의하자고 제안한 상태이고, 현재는 감지기를 다 뗐다”, “CCTV는 사실 ‘감지기’이고 타워크레인 불법점거를 막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천지일보는 “보안업체가 건설 현장의 가장 중요한 장비인 타워크레인의 20㎜ 두께의 철판에 구멍을 수십 개나 뚫는 작업을 하는 동안 몰랐고, 감지기를 뗐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한 셈”이라며 안전문제에 무감한 GS건설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홍보성 기사로 쓰는 매일경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GS건설 노동현장의 진실입니다.

 

‘파업 무보도’ 동아일보·매일경제, 파업종료일 비판보도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파업이 종료되는 날 노동조합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동아일보 <줄잇는 파업…5월까지 근로손실일수 62% 늘었다>(6월 11일 송혜미 기자)는 “올해 노사분규는 5월까지 33건”이라며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유로 “하반기 노사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주장했고, 예시로 “8일 타워크레인 노조, 9일 택배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일경제 <코로나 수렁 여전한데…“하투”머리띠 매는 거대 노조>(6월 11일 김희래 기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경제가 간신히 회복 국면에 올라서자마자 노동계가 잇달아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크레인 노동조합이 “불량 소형 타워크레인의 완전 퇴출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일경제는 “문제는 국내 경기가 가까스로 회복세에 들어선 시점에 민주노총 등 거대노조가 파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파업이 경기회복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노조 요구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켜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전체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등 파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주장을 연달아 실었습니다.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크레인 문제는 침묵한 신문이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노동문제 침묵하며 약자 시각 없는 동아일보‧매일경제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보도는 노동자 파업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원인은 제대로 조명하지 않으면서 파업이 끼치는 악영향 등을 부각해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보도형태입니다. 노동조합이 반복해 산업재해를 일으키는 소형 크레인을 퇴출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를 외면하고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일어나지도 않은 악영향을 부각했습니다.

 

두 신문 보도는 철저히 기업 입장에서 쓰였습니다. 노동자 사망보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 손실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파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급여지급 중단 혹은 축소’를 뜻합니다. 즉,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대가를 포기하면서까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입니다. 진정 소수자와 약자의 시각에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언론이라면 ‘강자의 불편함’이 아닌 ‘약자의 생명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보도행태는 단순히 기업을 대변함을 넘어 약자 권리를 짓밟는 기득권의 시각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노동자 목소리를 담는 언론이 되길

최근 몇 년 간 한국 언론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심각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노동보도 태도도 한걸음씩 진전을 이뤄왔습니다.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서울신문 <달빛 노동 리포트> 등 산업재해 사망사고 전반을 짚고, 소외된 산업재해에 주목하는 보도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노동조합 파업 보도가 보여주듯 여전히 언론을 통해 다뤄지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는 많습니다.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지 않는다면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는 노동자의 외침이 국민에게 닿을 수 없습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간단합니다.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위험한 소형 타워크레인의 운행을 멈추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는 타워크레인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인물이 등장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크레인 사고였어. 넘어오는데 그대로 깔려버렸어”,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계속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하더라” 2015년 발간된 해당 소설의 등장인물은 2021년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노동자로 엄연히 존재합니다.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문구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동 문제에 대한 언론의 폭넓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6월 4~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빅카인즈에서 “타워크레인” 검색 후 키워드 일치 검색으로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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