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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또다시 ‘세금폭탄론’, 누구를 위한 선동인가
[민언련 팩트체크] 사실왜곡한 가짜담론, 부자감세용 가짜뉴스
등록 2021.05.27 10:45
조회 499

6월 재산세 납부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이 다가오자 ‘종부세 폭탄론’, ‘징벌적 세금’을 꺼내든 보도가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잇달아 냈는데요.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경제 보도처럼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대다수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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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세금을 ‘폭탄’이라고 표현한 한국경제 보도(5/10)

 

팩트체크 1. 종합부동산세 폭탄론

먼저 종합부동산세 관련 보도부터 살펴봤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 중 종합부동산세에 유달리 관심을 보였는데요. ‘상위 1%만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대다수 시민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국경제 <상위 1%만 매긴다던 종부세, 올해 공시가 기준으론 16억>(5월 11일 좌동욱 기자)는 제목부터 종부세는 “상위 1%”만 내는 세금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본문에서는 “상위 1% 부동산 부자에게만 매긴다는 종부세의 부과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4년전 '상위 0.6%'만 내던 종부세…문재인 정부 들어 대상 3배 늘었다>(5월 13일 강진규 기자)는 국민의힘 유경준·이주환 의원 발표자료를 인용해 종부세 대상이 3배 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종부세가 이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징벌적 세금’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시민이 부과대상이 된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상위 1%만 내는 것” → 거짓

한국경제 보도의 근거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상위 1%”라는 주장부터 확인했습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즉, 소유 중인 모든 주택을 합쳐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거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 원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 상위 1%에게만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한국경제 주장은 거짓입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은 정치권에서도 종종 등장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을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한겨레 <종부세 대상은 1%? 24%?…여야, 제 논 물대기 계산법>(4월 23일)는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민의힘이 각자 다른 수치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비율을 제시한 사실에 주목했는데요. 국세청 종합부동산세 담당자는 한겨레에 “종부세 대상자가 몇 퍼센트인지는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통계”라고 답변했습니다. 동시에 “정치권에서 각자 필요한대로 모수를 찾아 계산하기 때문에 (종부세 비율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셈법에 맞춰 비율을 계산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물론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첫 시행부터 고가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가 주장한 “상위 1%”만 내는 세금이라는 표현도 정치권에서 입맛대로 비율을 해석한 것과 유사합니다. ‘초고소득자에게만 부과해야 하는 세금을 대다수 시민에게 부과하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일 뿐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1주택 은퇴자 세금이 올라간 사례가 있다” → 사실

한국경제 <“이건 세금 아닌 갈취 우리가 집값 올렸나” 1주택자 은퇴자들 분통>(5월 11일 정의진·노경목 기자)은 은퇴자 중 1주택자가 큰 세금을 내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예시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에 1976년부터 50년째 살고 계신 70대 A씨’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약 2200만 원”,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B씨’는 “올해엔 종부세를 합쳐 약 6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 사이에선 ‘차라리 문짝 뜯어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당사자들의 불만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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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자들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 한국경제(5/11)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가 사실일까요? 해당 기사에 구체적인 면적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사례에 등장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정말 그만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계산기’ 누리집을 활용했고,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연령과 보유기간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도 적용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소유한 70대 A씨’ 사례보터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 12동 7층 전용면적 192.21㎡ 공시가격은 41억 300만 원, 같은 동 11층 공시가격은 41억 6500만 원입니다. 공시가격으로 A씨 연령인 70세와 50년째 거주 중임을 감안해 보유기간 45년,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하면 A씨가 납부하게 될 재산세는 2,256~2,298만 원으로 나옵니다.

 

‘신천동 장미아파트를 소유한 은퇴자 B씨’ 사례도 확인해봤습니다. 다만 B씨의 정확한 나이와 보유기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아파트에서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를 제외하고 언급된 금액의 보유세가 나올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신천동 장미아파트 5동 5층 전용면적 82.45㎡ 공시가격은 13억 8900만 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해 계산한 재산세 총 납부액은 681만 원입니다. 계산 결과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종부세 대상 “소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가 실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해당 사례가 보편적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은퇴자 중 거액의 세금을 내는 몇 가지 경우를 언급하며 큰 문제가 될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LAB2050은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를 분석했는데요. 이를 보도한 시사IN <‘종부세 부담된다’는 1주택자는 어떤 이들일까?>(5월 13일)는 한국경제와 달리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가능성이 있는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대체로 소수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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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중 노인가구 비중을 계산한 시사IN(5/13)

 

실제 분석결과 가구원 모두가 노인인 ‘노인가구’는 “전체 가구 중 24%”, “종부세 대상 1주택 가구 중 23%”입니다. 전체 비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6억원 이상 1주택자로 가면 노인가구가 18%”로 더 줄어듭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은퇴자는 전체가구 노인 비중과 유사하거나 더 적습니다. LAB2050 이원재 대표는 한국일보 <“종부세 실제 대상자는 고소득에 금융자산도 평균 이상”>(5월 10일)에서 “노인층의 경우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깎는 게 아니라 연금을 올리는 게 효과적”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 세금 인하를 주장하기 위해 소수 사례를 과도하게 부각시킨 결과입니다. 그 사례의 실거래가를 보면 보편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쉽게 드러납니다. 가령 현대1차아파트 12동은 5월 21일 기준 네이버부동산에 63~65억 원짜리 매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신천동 장미1차아파트는 19억 5천만 원~33억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결국 한국경제 보도는 2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 중 일부가 겪을 수 있는 사례일 뿐 보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간다” → 판단 불가

마지막으로 확인할 내용은 종합부동산세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가구 급증…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월 10일 강진규 기자)는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월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종부세 대상 100만명 시대…중산층에도 ‘징벌적 과세’>(5월 13일 강진규․좌동욱 기자)도 “전문가들은 종부세 인상이 세입자의 임차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중산층 및 서민층에게까지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출처로 내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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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한 한국경제(5/10)

 

한국경제가 제기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반복해 나온 내용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분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자 전월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났는지,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우려만 전할 뿐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부동산 약자 입장에서 세입자 부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세입자 부담으로 연결될 상황이 생긴다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대책이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 전월세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세입자 피해 가능성을 보유세가 과도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뿐 부동산 약자를 보호할 대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팩트체크 2. 공시가격 폭등론

종합부동산세와 동시에 공시가격 현실화도 한국경제의 비판 대상입니다. 한국경제 <1년새 공시가 수십~100% 넘게 올라…“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5월 11일 이유정 기자)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최대폭(19.05%)으로 올랐다”며,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 등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더 큰 문제는 집값이 하락해도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유세를 계산해보니 “주택 가격대를 막론하고 시세가 상승하지 않아도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져도 세금은 지속해서 오른다는 주장입니다.

 

“공시가격 수십~100% 넘게 올랐다” → 일부 사실

공시가격이 100% 넘게 올랐다고 한 한국경제 보도 사례가 실존하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대비 공시가격이 134% 증가했다고 주장한 사례는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였는데요.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을 면적별로 확인한 결과, 전용면적 102.9145㎡ 중 일부 주택은 2020년 공시가격 4억 원에서 2021년 공시가격 9억 3,500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하면 133.75%가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는 실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134% 상승이 보편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아파트 전용면적 84.9968㎡의 경우 공시가격이 2020년 3억 2,100만 원에서 2021년 5억 4,8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할 경우 70.7%입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세종 70%·서울 노원구 35% 등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표현한 대목은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놓고 무작정 ‘폭탄론’

한국경제 보도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한 분석은 부동산 세금 증가 외에도 따져볼 요소가 많습니다. 효과, 부작용, 현실적 한계 등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보도는 정책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문제와 원인을 짚어내는 것입니다.

 

한겨레 <가야 할 길이지만…공시가격 현실화가 놓친 4가지>(4월 12일)는 한국경제와 달리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의미와 한계를 짚었습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년 대비 19% 급등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영향이 훨씬 컸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1.2%포인트 제고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한겨레는 재산세 감면혜택 기준인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2018년 12.8%에 그쳤으나 올해는 29.4%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도 2018년 5.54%에서 올해 15.99%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같은 상황이 “올해 조세저항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겨레는 뒤늦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고분양가 문제가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누진제 형식의 종합부동산세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세금부담 고려도 부족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공시가격 자체가 90%로 간다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원장 발언으로 방향이 맞게 설정된 정책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한국의 국회는 그동안 보유세 강화를 사실상 행정부가 결정하는 공시가격에 떠넘긴 채 제 몫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회 역할을 지적한 정준호 강원대 교수 발언도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보유세 강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투기수요가 잦아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정세은 충남대 교수 발언으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긍정적 측면도 다뤘습니다.

 

한국경제와 한겨레는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다뤘지만 깊이와 시각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단편적 추측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던 반면 한겨레는 다양한 사실과 원인을 취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 보도 일부에 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은퇴자 건강보험료 인상된다” → 일부 사실

한국경제 <공시가 뛰니 건보료도 폭탄…“소득 없는 80세 노부모도 월 22만원 낼 판”>(5월 13일 노경목 기자)은 공시가격 변동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은퇴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80세를 바라보는 노부모가 소득은 한 푼도 없는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만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22만원의 건보료를 내게 됐다”는 국민청원 게시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은퇴자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맞는 주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퇴자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3월 15일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은퇴자가 건강보험 부양자가 돼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값인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5억 4000만 원을 초과하고 연 소득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소득이 없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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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부양자격 변동 기준 설명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공시가격 9억 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1년간 소득이 1천만 원이 넘거나 공시가격 15억 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면 은퇴자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는 뜻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 대상을 전체 피부양자의 0.1%, 1만 8천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고령층으로 추정돼 은퇴자도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경제 주장은 일부 은퇴자에 한해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극소수 사례 뻥튀긴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

하지만 한국경제가 우려한 은퇴자 건강보험료 납부는 발생 사실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은퇴자 중 공시가격 인상으로 납부가 발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전체 피부양자는 1,8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해당 자료에서 은퇴자로 볼 수 있는 60세 이상 피부양자는 2020년 12월 기준 전체의 28.7%입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은퇴자는 1,800만 명의 28.7%인 516만 명 정도입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516만 명 중 최대 1만 8000명, 0.3%가 공시가격 인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득 없는 노인도 22만 원 정도 건보료를 내야 한다’는 한국경제 보도는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소득이 낮거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령층을 고려해 2022년 6월까지 신규보험료의 50%(평균 11.9만 원)만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국민 중 0.3%가 2022년 6월까지 평균적으로 11만 9000원 보험료를 내게 됐다’는 게 한국경제 보도의 뿌리였습니다.

 

은퇴자 중 극소수 사례와 부족한 정보전달로 만들어진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은 일부 사실일 수 있으나 보편적 사실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공시가격 상승으로 “은퇴자 피해가 가장 크다”라던 한국경제가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봐야 합니다.

 

팩트체크 3. 부동산 세금 전반 폭등론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다수 국민이 큰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거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가구 급증…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월 10일 강진규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공시가격 급등과 세율 인상 등으로 ‘부동산 세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 <재산세 깎아준다지만…6억 넘어 감면 못받는 주택, 경기도만 두배↑>(5월 12일 강진규 기자)는 “정부가 올해부터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을 대폭 감경해 주”는데 “경기 지역에선 올해 24만 5592가구가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해 작년 12만 2390가구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고, 서울은 “지난해 52만 5778가구에 비해 44.3%가 증가”해 감경혜택을 대부분 누리지 못하는 듯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 <선진국 부동산 세제 보니…미의 주택 보유세는 살 때 가격으로 부과>(5월 13일 정의진 기자)는 미국 보유세 부과 방식을 기준으로 한국 부동산 세부담이 지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재산세 감면혜택 못 받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증가” → 사실

한국경제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 세금을 크게 부담하는 듯 설명했는데요. 자세히 보면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1만 7104호가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해 작년 68만 3455호에 비해 63.4% 많아졌다”는 게 근거입니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올해 공시대상 공동주택 수는 1,420만 5천 호였고,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 비중은 7.9%였는데요. 국토교토부가 밝힌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합산한 결과 6억 초과 주택은 111만 7,104호였습니다. 2020년 3월 보도자료에 명시된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은 68만 3,455호로 증가율을 계산하면 63.4%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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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 수 강조한 한국경제(5/12)

 

한국경제가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수를 정리한 표도 대체로 국토교통부 2020년 3월 보도자료와 일치합니다. 다만 서울, 경기 지역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수는 3월 발표 보도자료와 수치가 달랐습니다. 한국경제는 “52만 5778가구”(서울), “12만 2390가구”(경기)로 표기했으나 국토교통부 3월 보도자료에서는 ‘52만 6,810가구’(서울), ‘12만 2,801가구’(경기)입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수치는 지난해 8월 31일 공개된 ‘2020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등장합니다. 개별 수치가 다른 두 개 자료를 혼재해 적절한 자료 사용으로 볼 수는 없으나 기록된 수치는 모두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문서에 기반했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판단됩니다.

 

재산세 감면 혜택 못 받는 건 7.9%

하지만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대다수 국민이 재산세 폭탄을 맞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세 특례세율’을 도입했습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세대 1주택자에게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입니다. 한국경제는 이같은 제도가 있음에도 재산세 폭탄론을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특례세율 대상자가 된다는 게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92.1%입니다. 반대로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 수는 전체 공동주택의 7.9%이며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3.7%입니다. 공동주택 중 92.1%는 특례세율 혜택을 받고, 7.9%만 혜택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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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92.1%임을 명시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3/15)

 

게다가 공시가격 인상이 무조건 재산세 증가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재산세 구성요소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 여부, 부부 공동명의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고령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되고, 부부가 절반씩 공동으로 보유한 1세대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일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이 전체가구의 7.9%라고 해도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주택 수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부동산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토교통부 발표자료가 사실과 다르거나 재산세 특례세율에도 부동산 세금이 크게 증가한다는 다른 근거를 한국경제가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보도에서 이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세부담은 지나치다” → 거짓

한국경제는 미국 세금제도를 갖고 와 정부가 과도하게 부동산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라 아무리 집값이 많이 뛰어도 최초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가 매겨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집값 등락에 따라 보유세가 결정돼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점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외국과 비교해 한국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실현 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지나치다”라는 “전문가들” 분석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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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일부 국가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자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경제가 기사에서 언급한 미국 보유세와 견줬을 때 한국 보유세가 정말 높은 걸까요? 법으로 정해 놓은 보유세에 각종 공제를 빼고 실제로 내게 되는 보유세 실효세율로 따져보겠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2021년 4월호에 따르면,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0.16%입니다. OECD 8개국 평균인 0.53%의 ⅓ 수준이고, 0.9%인 미국과 비교하면 ⅕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실제 부담하게 되는 보유세 세율이 OECD와 미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뜻입니다. 또한 미국은 구매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지만 애초부터 보유세율을 높게 설정해두고 있음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택 거래과세의 세부담수준과 정책방향’에서 서울과 뉴욕의 주택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는 가정 하에 각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다가 팔았을 경우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는 2009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총 조세비용이 최초 매입시 부동산 가격의 2.5~6.5%였고, 뉴욕 주택은 17.1~20.6%로 나타났습니다. 보유세만 비교해보면 뉴욕이 서울의 2.3~5.2배였고, 거래세는 1.6~3.2배 높았습니다. 한국경제 주장과 달리 서울이 뉴욕에 비해 부동산 세금 부담이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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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뉴욕의 1주택자가 10년 동안 주택을 보유한 뒤 매도했을 경우 총 조세비용 ©한국지방세연구원

 

그 이유는 뉴욕주와 한국의 부동산 세금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은 일반적으로 주택 취득 시점엔 모기지등록세, 고가주택에 대한 맨션세를, 처분시점에 부동산 이전세를 거래세로 부과합니다. 뉴욕주는 한국과 달리 주택 취득시 담보대출에 대한 세금과 100만 달러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별도세금을 부여하고 처분시에는 부동산 이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보유세 실효세율과 10년간 아파트를 보유하고 팔았을 경우 총 부동산 세금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미국 뉴욕주보다 세금 부담이 낮습니다. 미국에 비해 한국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다는 한국경제 주장은 거짓입니다.

 

미국, 보유세율 높여 주택 장기 보유 유도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 보유세 부담이 미국에 비해 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미국은 토지가 넓은 만큼 주택 가격도 다양합니다. 보유세가 높은 만큼 소득세를 낮춰주는 등 주별로 다양한 세금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처럼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세금을 단순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며,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보유세 제도는 초기 구매 당시 높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오래 보유할수록 보유세 인하효과를 보게 설계돼 있습니다. 자연스레 투기로 집을 여러 차례 사고 팔기 어렵고, 주거 목적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도 줄었습니다. 한국경제가 한국 보유세가 과도하다며 꺼낸 미국 보유세 제도는 오히려 한국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기득권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한국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 연속보도의 사실관계 확인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부 사실을 부각해 부동산 세금 반발을 유도하는 기사작성법입니다. 극소수 사례로 ‘세금 폭탄론’을 주장하는 오래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기사가 부동산 기득권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 보도를 보면 집값 폭등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주거 약자는 없습니다. 오히려 주거약자 부담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에 ‘세금 폭탄론’을 씌우기 급급합니다.

 

무주택자는 주택 소유자에 비해 약자입니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약자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부동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오히려 ‘8%(재산세 감면 제외자)’, ‘0.1%(피부양자 자격 박탈자)’ 등 소수 사례를 부각해 부동산 기득권에게 필요한 부동산 세금 완화를 주장합니다. 이렇듯 일부 사실로 전체를 왜곡한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매우 큽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 10~13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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