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정책검증 사라진 언론보도로 ‘인물선거’ 막을 수 없다
야권 단일화 치중, 정책 단일화는 거의 다루지 않아
등록 2021.03.10 10:01
조회 694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는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 한국경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저녁종합뉴스의 2월 4주차, 3월 1주차 선거보도를 분석했습니다.

 

경선 결과, 단일화 관련 발언 전달에 치중

먼저 개별 보도의 형식을 확인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정보전달과 해석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일반’, 발언이나 정책 등 사실관계 확인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팩트체크’, 신문 사설이나 내외부 필진이 작성한 오피니언, 방송 저녁종합뉴스 앵커 논평 등의 기사는 ‘사설, 오피니언’, 출마 후보자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 그밖의 형식은 ‘기타’입니다.

 

분석 결과 ‘일반’으로 분류된 기사가 238건, 약 78%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사설, 오피니언’, ‘인터뷰’가 26건, ‘팩트체크’가 1건이었고, ‘기타’는 14건입니다. 각 당의 경선과 후보 단일화가 진행된 시기 많은 보도가 경선 결과, 단일화 관련 특정 정치인 발언 등을 전달한 결과입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예비후보들을 인터뷰하거나 경선, 단일화가 끝난 뒤 결정된 각 당 후보를 인터뷰한 기사도 26건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선거 시기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정치인의 선정적 발언, 무리한 주장 등을 검증한 ‘팩트체크’ 보도는 1건에 그쳤습니다.

 

2월 4주차, 3월 1주차 보도형식.JPG

형식

보도량

일반

238건

팩트체크

1건

사설, 오피니언

26건

인터뷰

26건

기타

14건

합계

305건

△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형식 분석(2/22~3/5)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 공약 다룬 보도 찾아보기 힘들어

주요 선거 시기마다 지적된 대표적인 선거보도 문제가 ‘정책보도 실종’입니다. 정책선거에 소홀한 정치권의 한계와 개별 정당의 인물 중심 선거운동, 투표 관행이 그 원인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유권자가 각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충분히 확인한 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번 분석에서 후보자의 정책, 공약이 포함됐는지도 확인했습니다. 각 후보자의 정책, 공약 관련 발언 등이 보도에 등장하는 경우 ‘있음’으로 분류했고, 등장하지 않는 경우 ‘없음’으로 분류했습니다. 다만 유의미한 정책보도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정책과 공약을 내용 설명 없이 언급한 경우는 ‘없음’으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부분 보도가 정책, 공약을 다루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책, 공약이 등장한 보도는 111건, 약 36%였고, 등장하지 않는 보도는 194건, 약 64%였습니다. 시민 입장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를 접했을 때 10건 중 6건은 정책과 공약을 접할 수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2월 4주차, 3월 1주차 정책공약.JPG

정책/공약 언급 여부

보도량

있음

111건

없음

194건

합계

305건

△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정책/공약 언급 여부 분석(2/22~3/5)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과 공약을 다룬 보도에서도 유의미한 보도와 무의미한 보도로 나눴습니다. 각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충분히 전달하고, 현실성이 있는지, 필요한 공약이 충분히 나왔는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정책, 공약을 다룬 기사를 대상으로 언급한 후보자 정책, 공약 개수와 검증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언급 및 검증 개수는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다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야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분석 결과 후보자 정책과 공약을 검증한 보도는 24건, 약 22%였고, 검증 없이 전달에 그친 보도는 87건, 약 78%였습니다. 정책과 공약을 언급한다 하더라도 검증까지 한 보도는 10건 중 2건뿐인 것입니다. 검증 없이 정책, 공약을 언급한 87건 중 47건은 1개 정책, 공약이 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대부분 보도가 정책, 공약을 소개하지 않고, 소개하더라도 다양한 정책, 공약은 다루지 않으며 검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정책선거 실종’과 ‘인물 위주 선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정책, 공약 검증이라는 언론의 역할부터 살아나야 합니다.

 

2월 4주차, 3월 1주차 언급 정책 검증.JPG

언급 정책 개수 및 검증 여부

보도량

2개 이상 검증

3건

1개 검증

21건

2개 이상 언급

40건

1개 언급

47건

합계

111건

△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정책 언급 개수 및 검증 여부 분석(2/22~3/5)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선, 단일화보도 야권이 여권보다 많았다

2월 4주차와 3월 1주차에는 각 당의 경선이 진행되어 후보자가 결정되고, 후보 단일화가 논의됐습니다. 언론 보도도 단일 후보 선출에 주목했는데요. 각 당의 경선 혹은 단일화 논의를 언급한 보도는 223건, 약 73%를 차지했습니다.

 

2월 4주차, 3월 1주차 경선 단일화 언급.JPG

경선, 단일화 언급 여부

보도량

있음

223건

없음

82건

합계

305건

△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경선, 단일화 언급 여부 분석(2/22~3/5)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의 주목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후보자별 보도량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후보 단일화를 다룬 경우 ‘여권’, 국민의힘 등 야권 후보 단일화를 다룬 경우 ‘야권’, 두 진영을 모두 다룬 경우 ‘중복’으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 여권 후보 단일화를 다룬 보도는 62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다룬 보도는 114건이었습니다. 양쪽을 모두 다룬 보도는 47건이었습니다. 여권에 비해 야권 후보 단일화가 더 많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월 4주차, 3월 1주차 여야 경선 단일화.JPG

여야 경선, 단일화 언급 여부

보도량

여권

62건

야권

114건

중복

47건

합계

223건

△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경선, 단일화 언급 여부 분석(2/22~3/5) ©민주언론시민연합

 

‘후보 단일화’ 다루지만 ‘정책 단일화’는 언급 없어

각 정당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인물 단일화와 함께 정책 단일화도 필요합니다. ‘같은 목적과 방향을 추구한다’는 단일화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정책 단일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2월 4주차부터 3월 1주차까지 정책 단일화를 다룬 보도는 1건도 없었습니다. 각 진영의 단일 후보가 될 인물에 초점을 맞췄을 뿐 정책 단일화는 주목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한겨레 <“짜장면 위 완두콩은 안되겠다”는 ‘시대전환’ 조정훈의 광폭행보>(2월 25일 노현웅 기자)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다양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과 정책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한 정도였습니다. 물론 정책 단일화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는 배경에는 인물 중심 단일화를 부각하는 정치권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인물 중심 단일화 부각 속에서도 정책 단일화의 중요성을 짚으며, 정치권의 바람직한 단일화를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책이 제대로 논의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소수자 혐오 발언 “화제”로 표현한 한국경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다룬 보도에서는 어김없이 나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2월 4주차부터 3월 1주차 사이 가장 논란이 된 후보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는데요. 안 대표는 2월 18일 금태섭 전 국회의원과 토론에서 퀴어문화축제 참석 의사를 묻는 질문에 “차별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퀴어축제는 외곽에서 진행된다며 “퀴어축제를 광화문에서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 않느냐”고 주장했습니다.

 

안 대표의 발언은 전형적인 성소수자 혐오입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외치는 축제를 광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차별에 반대한다’는 안 대표 스스로의 발언과도 배척됩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미 샌프란시스코 퀴어축제, 도심서 열리지 않는다?>(2월 19일 김수진 기자) 등은 샌프란시스코 퀴어축제는 대규모 인파가 도심에서 진행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경제 <‘빅매치’ 대박 기대하는 오세훈·나경원…보수 눈길 사로잡은 안철수>(2월 21일 성상훈 기자)는 검증 없이 안 대표의 발언을 다뤘습니다. 한국경제는 안 대표의 혐오 발언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며, 그 근거로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토론회에 대한 관심도가 “국민의힘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한국경제는 안 대표의 혐오 발언이 “민감한 주제”라면서도, “중도표를 의식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의견”, “안 대표가 실속을 챙겼다는 분석”을 전하며, 정치적 유불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심지어 중간제목은 “안철수 ‘성소수자’ 발언 화제”라고 붙였습니다.

 

물론 상반된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겨레 <‘서울광장 퀴어축제’ 논란에 계산기만 두드리는 여야 후보들>(2월 21일 김미나·노지원 기자)는 여야 후보들이 “개신교계 등 동성애에 부정적인 유권자 층의 표를 의식하느라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짚었습니다. 한겨레는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할 정치권이 손 놓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것”, “정치인의 인권의식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시민사회 의견도 실었습니다. ‘소수자 차별, 혐오를 유발하는 후보자의 발언은 정확하게 비판한다’는 언론의 역할이 한겨레에는 있었지만 한국경제에는 없었던 셈입니다.

 

‘이미지 정치’ 비판하면서 ‘이미지’만 전달한 SBS

선거에서 정책을 지워버리는 방식 중 하나인 ‘이미지 정치’에 호응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SBS <누가 웃을까…비대면 ‘민낯 유세’ 승부>(2월 28일 김수영 기자)는 우상호 예비후보가 “밤을 까는 모습”을 보여주고 “‘맏형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귀가 후 세수하고 난 모습을 매일 공개”하는 나경원 예비후보를 포함해 여러 후보의 영상을 요약해 보여줬습니다.

 

SBS.JPG

△ 후보별 이미지 선거 전략 그대로 보여준 SBS <8뉴스)(2/28)

 

김수영 기자는 리포트 말미 후보자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책보다 친근한 면만 내세우는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고 했는데요. SBS가 이미지 선거를 문제로 지적하고자 했다면 후보자들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활용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SBS 보도는 결국 이미지 선거를 비판하면서 후보자들의 ‘이미지’ 선거를 부각해주는 역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 기간 언론보도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언론이 자칫 후보자의 선거전략 도구가 되지 않게 보도방식에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책검증 보도 찾아보기 힘들어

이런 보도 속에서 제대로 된 정책검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일부 언론이 후보들의 허황된 공약을 지적했는데요. 동아일보 <여야 후보 돈풀기…“스마트워치” “임신 지원금” “무이자 대출”>(2월 24일 전주영‧유성열‧강성휘 기자)는 여러 후보가 발표한 현금성 공약을 정리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검증은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니 관심 끌기로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 “정당의 후보가 정해지면 그 후보의 공약이 제도적, 정책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증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발언 정도였습니다.

 

JTBC <수조원대 ‘돈 풀기 공약’ 경쟁…후보들의 ‘내로남불’>(2월 24일 최수연 기자)도 동아일보와 유사합니다. JTBC는 서울시 예산을 토대로 현실성이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SBS <1억 보조금vs주택 36만 호…나경원 토론 3연승>(2월 23일 이현영‧백운 기자)도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나온 부동산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학과 교수 1인의 발언이 검증 절차의 전부였습니다. 깊이 있는 검증보다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는데 그쳤습니다.

 

유권자 시각에서 후보자 정책 비판한 경향신문

반면 유권자의 입장에서 선거를 바라본 바람직한 보도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서울시장 선거에 과연 시민이 있나”>(2월 24일 오경민 기자)는 부동산, 재개발에 그친 후보 공약을 지적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부족하다는 문제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 발언으로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성인지감수성 결여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장애인 정책의 부족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청년 관점의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청년·여성·성소수자·장애인 등 다양한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이번 선거가 ‘서울시민’의 선거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짚은 좋은 보도였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2월 22일~3월 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끝>

 

vote_20210310_01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