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더불어민주당 6개 언론법안 임시국회 처리는 무리다
등록 2021.02.10 20:07
조회 1036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언론피해구제 실효성부터 높여라

더불어민주당 6개 언론법안 임시국회 처리는 무리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허위정보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3배까지 묻는 언론피해구제방안 등을 포함한 6개 언론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3개, 정보통신망법 2개, 형법 1개로 구성된 이번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고의적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언론보도에 대한 실질적 피해구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계속 요구해온 우리는 이번 입법 취지에 관해서는 공감하지만, 입법 내용과 절차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 법안이라고 부르는 6개 법안을 추진하면서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성숙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러다 보니 법안 내용에서도 모순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점이 나타나면서 언론통제, 과잉규제 등의 반발을 사는 빌미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일부 언론이나 단체에서 이번 입법 취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비난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징벌제 손배제’ 실효성 제고 방안부터 선행되어야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경우 그 취지와 달리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실 ‘징벌적’ 효과에 미치지 못하는 3배 배상제일 뿐이다. 배액배상제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달리 처벌 기능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실질적인 징벌적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운데 ‘징벌적’ 개념이 강조돼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따라서 제한적인 의미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언론이 생존을 위협받고 언론자유가 크게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 ‘악의적’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런 추상적 개념과 기준으로 입법될 경우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액 판단을 판사의 재량권에 맡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될 수 있다. 언론보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피해자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인식변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3배 배액배상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는가. 이번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보도 피해에 대한 법원의 현행 위자료 산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절차가 꼭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대법원의 위자료 산정기준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실질적 피해배상이 되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에서 언론보도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언론중재제도는 반론보도‧정정보도‧손해배상 등을 통해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언론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효과적인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3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중점처리 법안으로 정했다. 정정보도 인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정 대상이 되는 언론보도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정정보도를 하도록 규정하거나, 언론보도 피해구제 실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중재위원을 증원하는 방안 등은 적절한 입법으로 판단된다.

인터넷매체의 잘못된 기사가 계속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받는 경우 정정보도 등이 이뤄져도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도 일부 단체에서 우려를 표했지만 피해자 인격권을 침해하는 보도의 지속적이고 현저한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수요가 상당하고 실제로 당사자간 열람차단에 합의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극 도입이 적절할 것이다.

 

정교한 언론개혁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2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보완이 필요하다. 양기대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악성 댓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란 취지는 공감하지만, 게시판 운영을 제한하게 하는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키는 댓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게시판 운영제한 조치와 해당 사실의 이용자 고지 등에 대한 내용 및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의로 운영제한 조치를 하게 하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악성 댓글을 이유로 게시판 전체를 운영 제한한다는 것은 과도하다.

윤영찬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개정안은 다른 이용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중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정보 생산 유통으로 명예훼손 등 손해를 입는 경우’ 가해한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그 실손해액 3배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정보를 의미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언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다시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언론미디어를 규제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포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새로운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는 포털에서 언론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뉴스서비스의 피해구제도 언론중재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차라리 뉴스서비스에 속하는 소셜미디어, 검색서비스, 유튜브를 언론중재법상 피해구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6개 언론법안 추진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언론의 공공성 강화, 미디어이용자로서 시민의 권리확대를 위한 미디어정책 수립과 개혁입법 마련을 정부 및 국회에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민주주의 주권자이자 미디어 활동의 중요한 당사자인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의 참여로, 시민의 이익을 우선하여 관련 정책과 입법을 추진할 것도 강조해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 개혁을 위한 독립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언론‧시민사회 제안은 경청하지 않고, 시급한 법안이라며 ‘가짜뉴스’ 대책을 들고 나왔다. 언론의 공공성 강화와 신뢰도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나온 6개 개별 법안이 시민들의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진짜 민생법안이 될 수 있겠는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신문법 개정, 포털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 과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처럼 정제되지 않은 개별 법안 처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미디어 개혁을 위한 총체적 인식을 전제로 성숙한 공론의 장를 거쳐 시민의 알권리와 언론‧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정교한 언론개혁 입법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2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10210_00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