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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조선비즈, 외신 왜곡해 “탈석탄 정책으로 LNG가격 올랐다” 비난
전기요금 개편안조차 ‘탈원전 정책 탓’으로 전가
등록 2021.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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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유가 등 연료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됩니다. 전기요금이 가계생활과 경제 전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요금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며 우려를 나타낸 보도도 있고,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편이었다고 분석한 보도도 있는데요. 우리 삶과 깊게 관련된 제도라 양면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료비 연동제는 특히 석탄, 천연가스 등 연료 사용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환경문제, 미래세대 생존문제와 직결됩니다. 그만큼 이번 개편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충분한 정보제공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게 된 주요 배경엔 침묵하며 요금 인상만 강조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외신을 곡해해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 ‘탈원전으로 국민 피해 입을 것’ 부각

조선일보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 다음날인 2020년 12월 18일 1면에 <1·2인 가구 덮친 ‘탈원전 부메랑’>(안준호 기자)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내년부터 1·2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른다”며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개편안 중에서도 월 200kWh 이하 전력사용 가구에 최고 4000원까지 할인해 주던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축소, 폐지되는 점을 부각하며 그 원인으로 탈원전 정책을 지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전기요금 개편…탈원전 고지서 아닌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후폭풍이 눈앞에 닥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것도 인상의 필요성”으로 꼽지만, “60년간 쌓아올린 원전 기술 덕분에 저렴한 전기를 누려왔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전기술 덕에 저렴하게 전기를 썼지만 탈원전 정책 탓에 요금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기사만 본다면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올라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해석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앙일보_전기요금 개편 ... 탈원전 고지서 아닌가_2020-12-18.jpg

△ 전기요금 인상 주장하며 탈원전 정책을 원인으로 지적한 중앙일보 사설(2020/12/18)

 

‘탈원전 국민 피해’ 프레임은 절반의 사실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주장한 ‘탈원전으로 인한 국민 피해’ 프레임은 절반의 사실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언급한 1·2인 가구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친 제도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라는 것인데요. 저소득층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사용량에 대해 할인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작 혜택을 받은 사람은 중상위 소득자 81%, 1·2인 가구 78%였습니다. 저소득층과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가 일치하지 않은 탓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김종갑 한전 사장은 본인도 이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제도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제도개편 과정에서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된 이유도 취지에 부합하는 시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취지나 폐지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면서 ‘1‧2인 가구가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게 됐다’며 탈원전 정책에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60년 원전기술 덕에 저렴한 전기료 냈다?

중앙일보 사설도 절반의 사실만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60년 쌓은 원전기술” 덕분에 낮은 전기요금을 내왔는데, 탈원전을 하는 바람에 시민의 요금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은 애초에 낮게 책정된 전기료나 환경 파괴적 발전방식 등은 지적하지 않고, ‘원전기술 덕분에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는 공허한 주장만 펼쳤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2018년 94.1%, 2019년 93.9%였습니다. 쉽게 말해 100원을 주고 만든 전기를 94원에 판매한 셈인데,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정책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을 고수해온 탓입니다. 낮은 요금은 전기 과소비를 불렀고, 손해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값싼 석탄이나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 뉴스타파 <프로젝트 1.5℃/석탄화력발전소는 비싸다>(2020년 10월 5일) 등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어 환경오염 비용을 감안할 경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런 정보는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원전 강국 독일은 높은 전기료를 감내하며 앞으로 2년 뒤면 탈원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로 당분간은 시민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언론이 반드시 알려야 할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전이 흡수하던 요금변동으로 인한 부담을 시민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게’ 하는 방식의 보도는 ‘그럼에도 탈원전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독자가 고민하고 판단해볼 기회조차 빼앗는 결과를 낳습니다.

 

외신까지 왜곡해 ‘탈석탄’에 원인 전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게’ 하는 방식의 언론보도는 전기, 가스 요금과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자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1월 초부터 한반도 등 동아시아 전역과 유럽에서 기록적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LNG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LNG는 국제정세에 따라 가격등락이 심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한파로 난방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고 LNG 운반선도 구하기 어려워진 탓입니다.

한국경제 <LNG 가격 한달새 3배 급등…도시가스·전기요금 오르나>(1월 12일 강경민‧성수영 기자)는 LNG 가격이 “한 달여 만에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며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라며 한파와 함께 탈석탄 정책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 근거는 “가스공사 관계자도 1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가격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한국가스공사 관계자의 발언은 조선비즈 <한파·탈석탄 정책에 LNG 가격 급등…전기요금 오를듯>(1월 11일 이재은 기자)에도 등장했습니다.

 

한국경제_LNG 가격 한달새 3배 급등 도시가스·전기 요금 오르나_2021-01-12.jpg

△ 탈석탄 정책 탓에 LNG 가격이 폭등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를 인용한 한국경제 (2021/1/12)

 

한국경제는 “최근 LNG 가격급등도 이 같은 수급불안에 따른 가격 급변동 가능성”을 지적하며 “한국과 에너지 수급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LNG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도매전기요금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도 우리와 에너지 수급구조가 비슷하다며 LNG 가격 인상에 따른 도시가스 요금 상승을 우려한 것입니다.

 

외신 보도 멋대로 인용한 한국경제·조선비즈

그러나 한국경제와 조선비즈가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한 대목은 원문 보도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 <화물 부족이 한파 효과 키우며 LNG 가격 사상 최고치 기록(LNG prices hit record as cargo shortage amplifies cold weather effect)>(1월 8일 David Sheppard Song Jung-a 기자)에 실린 원문과 해석은 아래와 같습니다.

 

“We still have enough inventories. But demand for LNG is bound to increase further, given the government policy to reduce coal power,” Kogas said. “If we face supply shortages due to the cold winter, we will have to buy more on the spot market to match demand, even if prices are high” (우리는 지금도 재고가 충분하다. 하지만 석탄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을 감안할 때 LNG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Kogas(한국가스공사)는 말했다. “한파 때문에 공급 부족에 직면한다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가격이 비싸져도 현물시장에서 더 구매를 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 원문에는 ‘한국가스공사가 LNG의 공급량의 70%는 이미 장기계약을 통해 확보했고, 한파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국경제와 조선비즈는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 가격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 원문에 등장하는 ‘한파’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도 모자라 ‘LNG 재고가 충분하다’는 내용까지 생략하면서 탈석탄 정책으로 비싼 가격의 LNG를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듯 왜곡한 것입니다.

특히 한국경제가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즈 기사는 LNG 가격폭등의 원인으로 명확하게 ‘한파’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에너지분야 세계 최대 정보분석기관인 S&P Global Platts의 Samer Mosis는 “이번 반등을 촉발시킨 건 아시아와 유럽이 일반적인 날씨보다 더 추웠기 때문”이라며 LNG 탱크 가용성이 “완전히 부족(a complete lack)”하다고 파이낸셜타임즈에 전했습니다.

또한 한국경제는 우리와 에너지 수급방식이 비슷한 일본이 LNG 수급 불안에 따라 전기요금이 “사상 최고치”라고 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린 분석은 달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 중 하나인 일본의 난방전력 수요는 실내에서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창문 열기 캠페인 때문에 보통 한파 때보다 훨씬 더 높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핵심적으로 인용한 인터뷰가 실린 외신의 내용을 몰랐을 리 없음에도 LNG 가격 폭등 원인을 ‘탈원전’에만 돌린 것입니다.

외신을 인용할 때는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와 조선비즈의 외신 인용은 원문을 확인한 결과, 발언자 취지와는 전혀 다른 인용이 이뤄졌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커뮤니케이션실도 관련 내용에 대한 문의에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린 내용이 발언의 취지에 맞는다’고 답했습니다.

 

“LNG 가격 오르면 전기요금 오른다”고만 보도해도 될까

LNG는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주목받는 에너지원인 만큼 수요가 늘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오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그 인상폭은 제한적입니다. 정부는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 요금 변동폭을 직전 요금 대비 ㎾h당 3원, 최대 5원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3개월간 평균 유가가 기준연료비(50달러)보다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라가는 구조인데, 월 5만5000원(월 350㎾h 전기사용) 요금을 내는 4인 가구의 경우 6개월에 최대 1750원을 더 내는 수준입니다.

연료비 연동제는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싸게 책정한 것을 바로잡고, 합리적 전기소비가 가능하도록 해 저탄소 에너지로 대전환하는 세계적 움직임에 맞추기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심화, 원전 가동에 따르는 안전비용 증가와 폐기물 처리 비용 등까지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외신을 곡해하거나 중요한 정보는 숨기는 방식으로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거나, 전기요금 인상이 ‘치솟는다’며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LNG는 석탄발전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관심 받고 있지만, 오염물질이 ‘0’은 아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그 사용량을 줄여가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수요가 안정화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대체전원으로 쓴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더 이상의 기후재앙과 온난화,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측면을 충실히 전하면서도 앞으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주목하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12월 1일~2021년 1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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