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적폐 방송인, 낙천‧낙선 정치인의 방송통신심의위원 나눠먹기 안된다
등록 2021.01.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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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을 두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탄압에 부역했던 적폐 언론인부터 선거에서 탈락한 정치권 인사, ‘세월호 망언’을 일삼은 인물까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직 방송인들의 거센 반발을 산 이장석 전 목포MBC 사장의 경우 추천을 자진철회 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지위는 민간 심의기구이지만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도·방송 프로그램 심의 뿐 아니라 광고 심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등 중요한 방송통신 심의규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1년 한해 예산만 362억원에 달하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구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 및 위촉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심의위원들의 자격도 엄중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추천권을 가진 국회와 정당은 죄다 부적격 인사만 골라 추천하고 있다.

 

정당 추천 인물 하나같이 부적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9명 위원 중 6명은 정부‧여당이 추천하고, 3명은 교섭단체 지위를 얻은 야당이 추천하여 구성된다. 이중 정부‧여당 몫 1인은 국회의장이 추천하고 있다. 1월 14일 자진철회 의사를 밝힌 이장석 전 목포MBC 사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김재철 MBC 사장 체제에서 보도국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적극 협조한 인물로 안팎의 지탄을 받았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고교 동창인 이 전 사장은 학연에 의한 ‘연고주의 추천’이라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선규 전 KBS보도본부장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보도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요청으로 뇌물수수 의혹 기사를 삭제했던 인물이다. 강 전 보도본부장은 이 후보자 의혹 관련 해설보도를 직접 수정하고,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보도 개입을 일삼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언론탄압 및 보도개입을 일삼던 적폐 언론인을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추천하는 한심한 행태가 발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도 부적격자다. 이상휘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19대·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공천 탈락하거나 낙선한 인물로 새누리당 원외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선거 시기 출마했다가 당선에 실패하면 다시 교수직으로 돌아오는 ‘폴리페서’의 전형이다.

 

김우석 부소장도 1995년 민주자유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등을 거치며 지난해까지 보수정당에서 활동한 인물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상근특보까지 지냈다. 오랜 기간 종편 등 시사토크쇼 출연자로 나와 세월호 막말을 일삼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5주기 당일 연합뉴스TV <뉴스 1번지>에 출연해 “총선 때 활용하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탄핵사태 때 세월호 유족들이 일선에 섰다” 등의 망언과 함께 세월호 참사 처벌대상 1차 명단에 포함된 황 전 대표를 옹호하고, 유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모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대상 발언을 일삼는 인물이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추천된 셈이다.

 

4기 ‘부적격 인사’ 추천 실패를 되풀이할 것인가

방송‧통신 전문성이 없거나 미디어 공공성 및 공정성 가치가 결여된 인물이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활동할 경우 벌어지는 문제는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상로 씨와 전광삼 씨다.

 

이상로 씨는 2017년 추천 당시에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로 수차례 ‘진실됨’이 검증된 최순실 씨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계속 펼쳐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상로 씨 추천을 강행했다. 그 결과,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 등 심의대상자에게 심의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알려져 심의에서 배제된 바 있다. 심지어 허위조작정보가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심의대상에 오르는 초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전광삼 씨를 추천하기도 했다. 2015년 춘추관장을 사임할 때부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전광삼 씨는 당선에 실패했다. 이후 2017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에 위촉됐으나 정치진출을 향한 뜻을 접지 않았고, 2020년 총선에서 현직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정당 공천을 신청하는 또 다른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전광삼 씨가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유지한 채 정당 공천을 신청한 것에 대해 법제처는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활동 관여에 해당한다”고 해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6월 그를 해촉했다.

 

매번 부적격 인사를 추천해온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정치권 낙하산에 가까운 부적격 인물을 추천했다. 이런 인사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된다면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벌어진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될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에 정치권 낙천‧낙선 정치인들을 계속 앉혀온 구태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정치적 후견, 연고주의 추천 관행 벗어나야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시대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에서는 허위조작정보 유포가 횡행하고 있으며, 신기술을 동원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갖춰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방식과 과정은 과거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적격성, 전문성을 검증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추천해왔는지 공개한 적도 없다. 추천권을 가진 국회와 정당이 연고주의, 정치후견주의에 기대어 ‘내 사람 챙기기’에 연연하는 모습은 ‘민주주의를 복원하라’는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기구임에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결정을 통해 ‘국가행정기관’으로 판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고, 구성과 운영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 기금 이외에 국고에서 운영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공적 책무를 부여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과 위촉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적격성,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낙선‧낙천 정치인과 적폐 언론인으로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방송 공공성 보장을 위한 공정한 심의는 물론이고 건강한 정보통신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대응 등 전문성이 필요한 어떤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국회와 정당은 정치후견주의, 연고주의에 의존한 부적격 인사 추천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재공모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재추천하라.

 

2021년 1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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