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월성원전 감사결과,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경제성 프레임’으로 감춘 안전성․불법성․적자문제
10월 20일 감사원은 1년을 넘게 끌어온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자료삭제를 하며 감사에 저항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은 평가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즉, 감사 대상인 경제성 평가 자체의 문제만 지적했을 뿐 정부 정책이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은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쟁만 남긴 감사(한겨레)’, ‘알맹이 빠진 감사(경향신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월성원전 감사 보도, ‘정치권 논란’으로 중계
구분 |
KBS |
SBS |
MBC |
TV조선 |
JTBC |
채널A |
MBN |
10월 20일 |
3 (1번째) |
3 (1번째) |
1 (7번째) |
5 (1번째) |
2 (11번째) |
4 (6번째) |
3 (4번째) |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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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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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9번째) |
1 (21번째) |
합계 |
3 |
3 |
1 |
7 |
2 |
6 |
4 |
△ 10월 20~21일 월성 감사 관련 방송 보도 건수와 보도 순서(괄호안)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상파 3사, 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하여 월성원전 감사결과를 언론이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주요 방송사 보도 제목(10/20)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당일에는 7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으나, 종편 3사만 다음 날인 10월 21일까지 이슈를 이어갔습니다. 보도량은 이틀간 TV조선 7건, 채널A 6건 순으로 많았으며 MBC는 10월 20일 1건을 보도하는데 그쳤습니다. KBS, SBS, TV조선은 감사결과 발표 당일에 모두 첫 번째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 후 6번째로, MBN은 독감 백신 관련 기사 후 4번째로 보도했습니다.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는 TV조선, 채널A를 빼면 대동소이했습니다. 대표적으로 KBS를 보면, 첫 번째 보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저평가”…징계는?>(10/20)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요약해 전달하고, 이어지는 <정부 “탈원전 정책 변함 없이 추진”>(10/20)에서 감사원이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고 보도했으며, <감사결과 놓고 엇갈린 여야>(10/20)에서 정치권 논쟁을 중계했습니다. SBS와 MBN 보도는 큰 틀에서 KBS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MBN은 <10개 노후원전 폐쇄 수순…경제성 논란 예고>(10/20)에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10개 원전도 폐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성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원전업계의 탈원전 반대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JTBC는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월성 1호기 감사 결론>(10/20)에서 감사결과를 요약한 뒤, <예정대로 ‘해체 수순’…15년간 최소 8천억 들어>(10/20)에서 “감사원이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월성 1호기는 예정대로 해체수순을 밟을 걸로 보인다”며 월성 1호기 폐쇄 비용을 언급했습니다. MBC는 <‘월성 1호기’ 결국 해체 수순…“경제성 평가는 문제”>(10/20)에서 감사원 결과를 간략하게 요약했지만, ‘조기폐쇄가 타당했는지 아닌지 판단이 어렵다’는 부분에 좀더 무게를 뒀습니다.
TV조선·채널A, ‘원전 파일 삭제’ 주목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TV조선과 채널A는 감사원 보고서에 의미를 부여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다뤘습니다. TV조선은 <“언제 폐쇄하냐” 대통령 질문에 ‘가동중단’>(10/20)에서 월성 1호기 가동중단을 ‘무리한 가동중단’이라고 표현하며, “감사원은 매우 의미 있는 대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내용이란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그 직후 즉시 가동중단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대통령비서실을 50여 차례 언급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채널A는 <당시 장관·청 비서관은 징계 제외>(10/20)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징계대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언론사가 가장 집중해 보도한 것은 ‘원전 파일 444개’였습니다. 최재원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며, 그 예로 ‘자료삭제’를 들었는데 이를 집중 보도한 것입니다.
TV조선은 <일요일 한밤중 사무실 들어가 자료삭제>(10/20)에서 “공무원들이 주요 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기록들을 이렇게 함부로 삭제했다면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TV조선은 다음 날 <따져보니/삭제 문서 444개 내용은? 검찰이 밝혀낼까>(10/21)에서 ‘감사원이 문서 삭제를 주도한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를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로 보낼 예정이며, 국민의힘이 관련자 전원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한 뒤 “공무원들이 감사 받기 전날 그것도 휴일 밤에 자발적으로 나와서 문서를 파기했다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얘기죠”라고 평했습니다.
채널A도 <일요일 밤 ‘조직적 삭제’…처벌은 ‘0명’>(10/20)에서 같은 내용을 다루며 “감사원은 산업부에 전 원전산업정책관과 A 전 과장에 대한 징계 요청만 했습니다. 수사기관에는 고발 없이 관련 자료만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증거인멸에 나선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을 직접 고발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다음 날 <공은 검찰로…미복구 120개 파일이 열쇠>(10/21)에서도 TV조선 보도와 같이 “삭제를 지시한 윗선은 없었는지를 밝혀내는 건 검찰의 몫이 됐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① 월성원전 수명연장 결정 자체가 ‘불법’
이처럼 방송사들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놓고 정치권 논란으로 바라보며 중계했고, 일부 언론은 ‘책임자 처벌이 약하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단지 ‘탈원전 정책 찬반’이나 ‘경제성 평가’로만 정리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방송사들이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에서 생략한 사건의 맥락을 짚어보겠습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논란’은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발전을 시작해 2012년 운영허가가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겹쳐 당시에도 노후원전의 연장운영을 허용할 것인지는 논란거리였습니다. 월성원전은 결국 2012년 연장운영 결정을 받지 못해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2015년 연장운영이 결정됐습니다. 문제는 연장운영이 결정되기 전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은 연장운영을 전제로 수천억을 들여 월성 1호기를 수리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일부 언론의 ‘7000억 들여 수리한 월성원전’이란 표현은 국유지에 무허가로 건축물을 지어놓고선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까우니 잘 쓰자’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2015년 연장결정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월성 연장운영 결정에 반발하며 ‘국민소송단’을 모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요.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처분이 위법해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월성 1호기 폐쇄 이후 열린 항소심에서 항소심 자체가 각하됨으로써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즉,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은 불법인 것입니다.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하려고 해도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처분 취소 판결 결과를 전하는 법률신문 기사(2017/2/7)
법원의 2017년 판결에서는 7000억을 들였다는 월성원전 보수와 연장운영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지적하고 있습니다. 판결 결과를 전한 법률신문 <법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처분 위법”>(2017/2/7)에 따르면, 법원은 “계속운전을 위한 안정성 평가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월성 2호기의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적 있는 캐나다의 최신 기술기준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또한 연장운영 결정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은 점, 원자력안전위원회 2명의 위원이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심의·의결에 참여한 점을 들어 월성 1호기 연장결정을 취소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② 운영실적 ‘10년째 적자’인 월성원전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는 월성 1호기 폐쇄 근거로 사용된 ‘예상수익’이 잘못 책정됐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문제는 월성 1호기의 ‘예상수익’이 아닌 지난 10년간 ‘실제수익’이 지속적으로 적자였다는 점입니다. 이미 공개된 월성 1호기 발전단가와 판매단가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이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지난 10년간 87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각에서는 원전 이용률이 떨어져 발전단가가 비싸졌다고 주장하나, 월성 1호기 이용률이 95.8%에 달한 2015년에도 월성 1호기 발전단가는 판매단가보다 높았습니다. 양이원영 의원실의 산출 결과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2015년 적자가 848억이었습니다.
△ 월성 1호기 이용률 추이(연합뉴스)
△ 양이원영 의원이 추산한 월성 1호기 연도별 적자규모
월성 1호기의 이용률만 높으면 흑자를 본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당장 ‘7000억을 들여 수리’한 다음 해인 2016년 월성 1호기는 장비 고장으로 2회 멈췄고 경주지진 이후 4개월간 운영을 정지해 이용률이 95.8%에서 53.3%까지 추락했습니다.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일입니다. 2017년에는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건물 부벽 콘크리트 결함이 새롭게 발견됐습니다. 2019년에는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수막이 파손된 채 5년이나 방치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월성 1호기 폐쇄가 결정된 2018년부터 이 모든 시설 결함을 또 거액의 수리비를 들여 보수하고 재가동을 했다고 해도 월성 1호기 가동 허가는 2022년 11월까지이기 때문에 4년만에 들인 비용을 만회해야 했습니다. 이쯤 되면 월성 1호기에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수준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③ 중수로, 과연 우리나라에 필요할까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의 중수로입니다. 핵분열 발전은 핵분열의 진행 속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맡는 감속재로 무엇이 쓰이는지에 따라 크게 경수로와 중수로(추가로 흑연감속로, 증식로 등이 있음)로 나뉩니다. 경수는 일반적인 물을 뜻하고, 중수는 물(H2O)를 이루는 수소원자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어 있는 물입니다.
경수로와 중수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중수로는 정제되지 않은 우라늄을 사용해도 되지만 경수로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라늄 농축 기술은 매우 고난이도 기술이고 핵무기 생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만 기술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농축우라늄을 수입해야 합니다. 대신 중수로는 감속재로 쓰이는 중수가 한 컵에 수백 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매우 비쌉니다. 방사성 폐기물도 중수로의 단점입니다.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수십 배 더 많은 연료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폐연료봉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핵분열 발전소가 배출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폐기물인 삼중수소도 많이 나옵니다. 또한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도 중수로에서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월성원전 1~4호기만 중수로이고, 나머지 원자로와 앞으로 건설되는 원자로 모두가 경수로입니다.
문제는 중수로의 방사성 폐기물입니다. 월성원전 4기가 다른 20여기 원자로에 비해 전체 고준위 핵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국내 원전 삼중수소 방사능 배출 및 환경 거동에 대한 분석 및 고찰>(한상준 et.al. 2015, JRPR vol40)에 따르면 삼중수소 배출량은 다른 지역 경수로의 10배에 달합니다. 국내 원전 방사성 폐기물의 66%를 월성원전이 배출한다는 부산환경운동연합의 2016년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립 논란과도 이어지는데, 중수로가 워낙 방사성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다 보니 건설해야 하는 시설의 규모도 크고 지역주민들과 대립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렇다 보니 가압중수로(CANDU형) 개발국인 캐나다와 중수로를 적극 도입하는 인도 정도를 제외하면 중수로를 쓰는 국가 자체가 적습니다. 한국의 중수로 도입 배경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무기 자체 개발 의도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2년 오원철 당시 경제수석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 고리발전소 2호기를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중수로로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중수로의 예시로 캐나다형 가압중수로 CANDU를 언급했습니다. 월성원전이 바로 CANDU형 원전입니다.
△ 2019년 9월 30일 기준 원자력발전소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규모와 저장률
(자료 : 한국일보 <월성에 맥스터 증설…원전 폐기물 처리 숨통>(2020/1/10))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경수로와 중수로의 장단점과 도입 역사까지 파악해 시민들에게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시민들의 합리적 판단을 돕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번에도 정치공방으로만 원전이라는 주제를 소비할 뿐이었습니다.
경제성 평가 조작,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의 프레임
이처럼 월성원전의 존립을 결정하는 데는 경제성 말고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탈원전은커녕,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월성 1호기의 경제성과 관련한 논란이 확대된 것은 경제성 평가가 실제로 원전정책 평가에 중요해서가 아니라, 정쟁화 수단으로 이용된 결과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은 <팩트체크/월성 1호기 감사결과가 탈원전 정책 재검토로 이어진다고?>(10/20, 선정수 기자)에서 ‘감사원 감사결과가 탈원전 재검토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근거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탈원전 정책을 정치 논리로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0/20~21 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SBS <8뉴스>, MBC <뉴스데스크>,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MBN 종합뉴스>, JTBC <뉴스룸>, YTN <뉴스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