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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취임, ‘3대 세습경영’ 침묵한 언론
등록 2020.10.16 16:22
조회 474

그동안 현대자동차 경영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던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10월 14일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이로써 ‘백년기업’으로 불리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3대 세습’이란 형태로 그 역사를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전문경영인 제도가 정착된 외국에서도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처럼 무려 5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재벌그룹이 없지는 않지만, 아예 국가의 대표 기업 다수가 세습 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한 곳은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판이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SBS 보도와 한겨레 사설 정도를 제외하면 세습경영 문제를 비판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6개 일간지·MBN, 정의선 회장 취임 대대적으로 보도

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배치

1면

1면

1면

1면

1면

1면

1면 TOP

1면 TOP

방송

KBS

SBS

MBC

TV조선

JTBC

채널A

MBN

YTN

보도순서

-

22번째

25번째

17번째

28번째

20번째

1, 2번째

21번째

△ 10월 14일 정의선 회장 취임 소식을 전한 신문·방송 지면 배치와 보도 순서(10/14)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6개 종합일간지는 모두 14일 1면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 소식을 실었습니다. 2개 경제일간지는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방송의 경우 KBS는 정의선 회장 취임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뉴스 말미에 단신으로 다루었고, SBS·MBC·TV조선·채널A·YTN <뉴스나이트>는 뒷순서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MBN은 머리기사에서 두 꼭지를 할애해 정 회장 취임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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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회장 취임 소식을 다룬 언론사별 기사제목 모음(10/14)

정 회장 취임 소식을 다룬 기사 제목을 보면,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는 ‘3세 경영’이라는 표현을 썼고 조선일보·한국일보·한국경제는 ‘승진’ 혹은 ‘오른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앙일보와 채널A는 ‘총수 교체’로 표현했고, MBC·TV조선·MBN·YTN 등과 매일경제는 ‘정의선 시대 개막’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JTBC는 단신으로 보도한 만큼 ‘취임’이라고만 썼습니다. SBS는 <4대그룹 4050시대세습 폐해 사라질까>(10/14)에서 세습경영을 하고 있는 삼성·현대차·SK그룹·LG그룹 경영인을 묶어 보도하면서 ‘세습 폐해’라는 표현으로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신문 기대 속 일부 우려, 방송은 홍보성 내용만

대부분 언론은 정 회장이 ‘비교적 경영능력이 입증’ 됐기 때문에 ‘미래형 산업으로의 이행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고,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 미해소’ 문제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할 점으로 짚었습니다. 이밖의 평가는 언론사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사설/현대차 새 리더 정의선, 제조업 미래 연다는 각오로 혁신해야>(10/15)에서 “적대적 노사관계와 낮은 생산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한국일보는 노사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정의선이 이끄는 현대차, 사회적 책임경영 구현해야>(10/15)에서 “대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는 일감 몰아주기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고, 한겨레는 <사설/현대차 정의선 3세 체제가 마주한 과제>(10/15)에서 “재벌 흑역사의 근원인 편법·불법 승계 논란과도 과감히 단절해 새로운 재벌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는 ‘일감 몰아주기’나 ‘재벌 승계 논란’ 등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방송은 신문 보도에서 지적한 ‘일부 우려할 지점’조차 소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현대자동차 측 보도자료 <현대자동차그룹,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열다>(10/14) 홍보성 내용을 변형해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MBC와 MBN은 정 회장 취임 하루 전 현대자동차 보도자료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기공식>(10/13)에서 공개한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를 취임 소식과 같이 소개하면서 “도심을 나는 미래형 자동차와 착륙장, 주행 트랙까지 갖춘 건물. 어제 현대차가 온라인 기공식을 연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의 모습입니다(MBC)”, “싱가포르에 ‘미래차 실험실’인 글로벌혁신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도 미래 모빌리티에 맞닿아 있습니다(MBN)”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MBC는 “정의선 회장에게는 지배구조 문제도 숙제”라며 지배구조 문제를 짚었습니다.

채널A는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한 정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진두지휘해,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 진출 초석을 다졌습니다”라며 정 회장의 약력을 소개하는 데 그쳤습니다. TV조선은 “6분짜리 영상 취임사에서 ‘미래’를 10번, ‘고객’을 9번, ‘인류’를 7번이나 언급하며, 제조기업에 머무르지 않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라고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일성을 분석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개조차도 현대자동차 보도자료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현대차는 보도자료에서 “정의선 회장은 영상 취임 메시지를 통해 ‘고객’을 필두로 ‘인류, 미래 나눔’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며 “기아자동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고(중략)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 안착시켰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했다”고 정 회장에 대한 평가를 소개했습니다. 정 회장 취임 관련 방송 보도에서는 그나마 ‘세습경영’을 언급한 SBS가 차별성을 보이는데 그쳤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0/14~15,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별지섹션 제외), 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SBS <8뉴스>, MBC <뉴스데스크>,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MBN 종합뉴스>, JTBC <뉴스룸>, YTN <뉴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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