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SBS 8뉴스 PCM 판매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20.07.28 11:46
조회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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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SBS가 8월부터 메인뉴스인 ‘8뉴스’ 시간대에 분리편성광고(PCM)를 도입하겠다며  판매에 들어갔다. 그동안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은 지상파 방송이 주로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시행하던 편법적 중간광고가 이제는 뉴스부문까지 침투하게 된 것이다. 

PCM 문제는 동일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굳이 쪼개어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다는 데 있다. 시청자들이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다른 채널로 이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광고시청률은 높아지는 반면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원하지 않는 광고를 더 보게 된다. 방송사 돈벌이 때문에 시청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뉴스 편성까지 돈벌이 수단 전락

뉴스시간대 PCM을 하는 것은 단순히 시청흐름을 방해하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뉴스 상업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돈벌이로 내몰면 더 자극적인 연성 아이템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사회의제 공론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광고수입을 올릴 것인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저널리즘 가치는 뒤로 밀리며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폭로성 보도로 변질될 수 있다. 진실을 발굴하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장이 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보도나 정의기억연대 보도에서 우리는 그러한 광기를 겪었다. 언론은 대중적 관음증과 호기심에 기대어 시시껄렁한 것마저 뉴스랍시고 쏟아내면서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무리한 취재, 확인되지 않는 보도, 속보경쟁 등으로 뉴스가 얼룩졌다. 후속 취재와 보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뉴스가 주요 광고수입의 장르가 되면 그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더 말할 나위 없이 지상파 방송의 핵심 기능은 민주적 공론장 구성이다. 적어도 방송의 역할에 대한 사회 공감대는 뉴스는 돈 때문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진실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데 있다. 방송법에서 공공성과 공정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대한 핵심이다. 그런데 상업적인 성향이 더욱 짙어진 보도가 이러한 가치에 따라 아이템을 발제하고 보도를 할지 의문이다. 뉴스 편성이 단순히 광고수익을 좀 더 올리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SBS PCM 도입은 철회되어야

메인뉴스를 1, 2부로 나눈 게 SBS만은 아니다. JTBC는 진작부터 평일 메인뉴스를 1, 2부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고, MBC 뉴스데스크도 6월부터 95분으로 확대하여 보도 심층성을 강화했다. 두 방송사는 사실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인 기획보도 중심으로 메인뉴스를 구성하였다. 피상적인 현상 이면의 드러나지 않은 주요 현상과 현안을 다룬다는 취지다. 방송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보도의 기능을 강화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심층적이고 탐사적인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방송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뉴스 시간은 대폭 늘어났고 이를 담아내기 위해 1, 2부로 나눈 것은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현재 SBS가 뉴스시간과 보도방식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PCM만 도입하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더구나 SBS는 방송 전반에서 보도부문이 무엇을 지향할 것인지, 어느 경로로 그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마저 제시하지 않았고 내부 공론화도 없었다. 느닷없이 PCM만 하겠다고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광고수입만 늘려보자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칫하면 뉴스가 부실하고 자극적인 아이템으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취재인력 확충과 재배치, 보도방식 과 취재시스템 재편 등에 대한 내부 공감대 없이는 ‘공론장 구성’으로서 역할이 강화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SBS의 8뉴스 PCM 도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비대칭규제 광고제도 해결방안 필요 

광고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방송사를 향해 시청률에 집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방송 편성과 제작의 기준은 시민 커뮤니케이션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신장할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권리의 정도와 내용은 장르별로 차이가 있다. 광고재원 조달에 관한 적절한 제도와 방식은 부문별로 같지도 않다. 특히 시사보도, 교양, 교육 등은 커뮤니케이션권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공익적 가치가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공동체 가치를 표현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사회적, 시대적 공론을 이끌어가는 마당이므로 다양한 가치와 삶이 녹아 있어야 한다. 

방송이 시청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광고는 방송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한 중요한 물적 토대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모든 장르에서 광고비를 끌어 모아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광고 허용시간 및 범위 등 광고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도 공공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광고재원을 어떻게 배분하여 방송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는 요소가 많다. 광고재원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더 빠르게,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의 경영상 어려움은 깊어졌고, 이를 타개할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광고제도는 비대칭규제로써 지상파에게는 경쟁 환경이 불리하고 공정하지 못하다.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가 더 높은 만큼 그에 조응하여 그 책무 이행에 필요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땜질식 대응으로는 문제를 덧나게 할 뿐이다. 뉴스 프로그램도 광고수입을 올리는데 집착하다 보면 늘어나는 수익은 변변찮고, 방송사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다. 자칫하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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