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민주당 압승 “끔찍하다” 발언한 TV조선 앵커 불러다 교육? 더불어민주당 개혁정신 어디로 갔는가
등록 2020.07.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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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초선 의원과 당내 부대변인 및 방송 출연진을 대상으로 ‘미디어 소통학교’를 열어 첫 강연자로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을 불렀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 방송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선거결과를 놓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끔찍하다”라고 발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은 바로 그 앵커다.

 

방송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고 민심의 선택을 “끔찍하다”고 폄훼한 이를 불러다 ‘미디어 소통’ 교육을 한다는 게 공당의 역할에 어울리는 일인가? 당시 자유한국당에 빙의하다시피 한 편파적 발언으로 함께 출연한 패널조차 대답을 못해 5초간 정적이 흘렀고, 그 결과 방송사고가 그대로 전파를 탔던 사건의 당사자다. 그런 TV조선 간부를 초빙해 더불어민주당이 위기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한 수 가르쳐 달라며 교육을 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어느 언론인이든 정당의 교육 취지에 맞고 자격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강연자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막말․편파․왜곡․오보․선정 방송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빚어온 데다 주식부당거래 의혹 등 자본금 불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TV조선 간부를, 그것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행정지도까지 받은 인사에게 여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최대한 갈등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제21대 국회에서 추진할 핵심 개혁과제에서 ‘언론개혁’을 빼더니, 이젠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규탄하고 종편 출연 금지를 당론으로 정했던 과거 ‘개혁정신’까지 잊었다는 말인가.

 

종편 및 지상파의 시사프로그램이 다양해지자 출연 패널을 적극 육성해 당의 입장을 잘 전달하자는 것이 이번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소통학교’ 개설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 채 단편적인 정당 홍보만 생각한 한심한 처사다. 현재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이나 정당 이해 관계자들이 몰려나와 백화점식 논평을 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걸핏하면 막말․편파․왜곡 발언 및 오보로 구설에 오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와 행정지도의 주요 단골도 이들 종편 시사프로그램이다. 오죽하면 27만명 넘는 시민들이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과 채널A, 두 종편방송사에 재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벌였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300석 중 176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문제에는 눈 감으면서 ‘퇴출 1순위’로 꼽히는 종편 간부를 초빙해 교육받으라고 다수 의석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매일 되풀이되는 막말․편파․왜곡․오보를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 시민들의 고단한 노력이 보이지도 않는가. 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 소통교육의 목적부터 다시 설정하라. 그리고 종편 탄생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되새겨보라. 민주당 압승에 “끔찍하다”고 한 TV조선 앵커를 불러 교육받았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2020년 7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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