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을들의 전쟁’ 부추기는 인천공항 정규직화 반대소동
김영훈 (前 민주노총 위원장)
등록 2020.07.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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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중앙일보_인국공 사태.jpg

(*사진 출처: 6월 24일 조선일보 1면, 중앙일보 2면 보도 갈무리)

 

6월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가 보안 검색요원 1,902명 등 비정규직 2,143명에 대한 직접고용을 발표한 후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5만 명을 넘어서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는 등 이른바 ‘인국공 정규직화 반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동일노동 차별임금’ 불공정은 왜 묻지 않는가

 

이번에도 보수언론은 비정규직 고용이 일상화된 한국사회 고용구조를 분석하거나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조선일보는 6월 24일 1면 머리기사로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을 싣고 “양질의 일자리를 별다른 노력 없이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공정이냐”는 청년들의 반대 여론을 소개하며 ‘인국공 사태’라고 명명하고, “K직고용은 K방역에 빗대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을 비꼬는 말”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2면에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는 기사를 통해 취준생의 불만과 함께 인천공항 정규직노조의 반발까지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익명으로 등장한 취재원의 공통점은 유학생 또는 명문대 출신으로 인천공항공사 입사를 지원한다는 점인데, 조선일보에서 소개한 27세 A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5월 인천공항공사 인턴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우이고, 중앙일보에서 소개한 A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30대 초반 재원이다. 현재 금융권 회사에 다니는데 입사 후에도 꾸준히 인천공항 취업 문을 두드려 왔다고 소개했다. 그들이 쏟아낸 불만의 핵심은 두 신문의 기사 제목과 동일하다.

 

그러나 두 신문 모두 취재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했지만 묻지 않았다. “만약 A씨께서는 공항에서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하면서 연봉은 3천만 원대 후반이며, 승객 소지품을 검사하다가 때로는 갑질 승객에게도 미소로 응대해야 하고, 코로나에도 노출될 수 있는 보안검색업무를 위해 현재 다니는 금융권 회사를 퇴사하실 의향이 있나요? 물론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더 바쁩니다만...” 실제로 인천공항은 일반 교대제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3조 2교대제나 4조 2교대제보다 훨씬 불규칙한 12조 8교대제를 운영하고 있다.(“인천공항 12조8교대 시행 이후, 새벽 출근 늘어나고 노동강도 강화됐다” 매일노동뉴스 2020. 6.18. 기사 참조)

 

사실 알고도 ‘정규직화 반대’ 보도한다면 가짜뉴스
 
이번에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직종이 기존 공항 정규직과 다른 노동조건과 임금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런 기사를 썼다면 가짜뉴스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한발 나아가 월간조선은 6월 25일 인터넷판 <인국공 사태, 청년들에게 염장 지르는 靑 일자리 수석> 기사를 통해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방송에 출연하여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해명을 소개했지만 정작 이러한 발언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수천 명을 정규직화하는데 어떻게 공사가 앞으로 신규채용을 예전처럼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는 커뮤니티의 글을 소개했다.
 
월간조선이 인용한 청년들의 주장은 ‘인천공항공사가 정부 예산 통제를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2천여 명을 새롭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초과하여 기존 정규직 임금이나 복지도 축소될 수 있고, 인건비 여력이 없어 신규채용을 못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인천공항을 위해 일하는 1만여 명의 비정규직 임금은 인천공항공사의 용역사업비로 지급되어 왔다. 그 규모가 연간 4천억 원에 이르니 대략 잡아도 1인당 비정규직 노동자 연봉은 4천만 원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고용할 경우 불필요한 자회사 임원 연봉과 운영비, 중간관리비 등을 제하면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반 토막에 불과하다. 이번에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면 그동안 용역업체에 지급되던 사업비가 인건비로 전환될 뿐 인천공항공사 총예산은 변동이 없다.
 
취업난에 고통 받는 청년들의 분노는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적어도 ‘공정’을 이유로 불공정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달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달지만, 임금은 반 토막인 동일노동 차별임금의 불공정, 누군가에게는 취업 선호도 1위 ‘꿈의 직장’이 누군가의 고용불안과 중간착취의 결과라는 거대한 불공정에 함께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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